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는 오수영 작가는 아무 계산 없이 글쓰기와 사랑에 빠져 일상의 작은 이야기를 쓰고 만든다고 한다. 그가 6년 전에 썼던 책을 이번에 다듬어서 개정판으로 냈다.
이 책에 처음 관심이 갔던 건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반백년을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주변인은 물론이고,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의 마음속까지도 너무 모르고 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책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는 그다지 대단한 내용이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잔하게 기록한 그의 일상 속을 따라가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다 읽고나서도 다시 뒤적거리게 된다. 그만큼 우리들의 일상은 조금씩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언젠가 결혼할 인연을 만난다면 순수를 간직한 채 살고 싶다고 한다. 남들을 쫓다가 악필이 된 자신의 사연을 이야기하며, 남들따라 가다가 온전한 자신을 잃게 되는 일이 없게 되는 값진 교훈을 얻었음도 고백한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일에는 결코 늦은 시기란 없다고 단호하게 못 박는다.
또한 사람들은 사랑하다 이별하면 그것으로 끈이 완전히 끊어져 과거와 상관 없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될 줄 알지만, 그렇지 않고 우리의 여생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삶을 끌어 안는 인연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첫 만남에 외모를 가장 먼저 눈에 담을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토로하며, 마음에도 고유한 생김새가 있어서 그것을 얼굴의 형태처럼 처음부터 알아볼 수 있다면 애초부터 외모를 비롯해 서로의 마음도 먼저 살펴보고, 다가가 마음을 투명하게 바라보며 막연한 불안과 경솔한 의심으로 감정을 소모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 책 《우리는 서로를 모르고》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기록해 놓지는 않았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진솔한 마음으로 물 흐르듯이 잔잔하게 썼다. 지친 마음을 위로 받기에 딱 알맞은 글들로 채워져 있는 그의 일상을 읽으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