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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 헤밍웨이, 글쓰기의 '고통과 기쁨'을 고백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박정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4년 3월
평점 :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어니스트 헤밍웨이
(나의 삶은 글쓰기가 되고, 나의 글은 영혼이 됩니다.)

어릴 때, 세계명작전집에서 헤밍웨이의 소설을 꽤 많이 읽었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어느 순간 재미에 푹 빠져 끝까지 읽곤 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그의 작품을 찾아 다시 읽어봐야지 생각 하다가, 넘쳐나는 신간들에 밀려 얼마 전에야 겨우 ≪노인과 바다≫를 읽고 다시 한 번 깊은 감명을 받았다. 명작은 괜히 명작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던 차에 헤밍웨이가 쓴 글들, 그것도 글쓰기에 대해 쓴 글을 모아 편찬한 책이 발행되었다고 해서 기대가 컸다. 역시 한 문장 한 문장이 남 달랐다.
이 책은 헤밍웨이가 글쓰기에 관해 별도로 쓴 책이 아니다. 그가 자신의 소설과 편집자, 동료 작가, 비평가들에게 보내는 편지, 인터뷰, 칼럼을 통해 남긴 글쓰기에 관한 그의 견해인만큼, 어쩌면 더욱 솔직한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 그 어떤 현실도 능가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독자의 경험의 일부가 되고, 그 기억의 일부가 되는 것 말이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읽을 당시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경험과 기억으로 녹아들어 자기 삶의 일부가 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15쪽)
좋은 책은 모두 실제보다도 더 진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좋은 책을 읽고나면 그 이야기가 모두 나에게 일어난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16쪽)
나는 글쓰기를 아주 좋아한다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글쓰기가 쉬워지지 않아.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잘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글을 쉽게 쓴다는 건 기대할 수 없다네.(19쪽)
글을 쓴다는 것은 천재작가에게도 그리 쉬운 작업이 아니었나?보다. 글을 쓰는 것은 간단하다고 하면서도, 타자기 앞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하면 된다고도 한다.
좋은 글은 저절로 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대로 할 수 없는 일도 아닙니다. 글쓰기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도전으로, 내가 지금껏 했던 그 어떤 일보다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나는 글을 씁니다. 그리고 글이 잘 써질 때 저는 행복합니다.(21쪽)
글이 잘 써질 때가 행복하다고 하며, 진실한 글이 좋은글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 책에서는 유독 진실한 글에 대한 견해가 많이 나온다. 아마도 헤밍웨이는 진실하지 않은 글은, 글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정신세계가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글쓰기 방법에 관해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때론 쉽게 완벽한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바위에 구멍을 뚫어 화약을 넣고 폭파시키는 것처럼 어려울 때도 있지요.(23쪽)
자네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질문에 대한 대답 외에는 듣기를 중단해 버렸네. 자네 안에 좋은 소재가 있으니 그럴 필요가 없었겠지. 듣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작가를 고갈시키는 걸세. 우리 작가들은 모두 고갈된다네.(101쪽)
글이 형편없고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일 때도 그냥 계속해서 써 나가야 하네. 소설을 다루는 방법은 오로지 한 가지뿐일세. 빌어먹을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거지.(125쪽)
다시 고쳐 쓰기 전에 글을 완전히 식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126쪽)
나는 글을 쓰는 일이 정말 좋습니다. 글을 쓸 때처럼 행복할 때가 없어요.(140쪽)
제가 원하는 건 그저 평화로운 순간과 글을 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제가 쓰는 글이 어머니 마음에 드셨던 적이 한 번도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주 마음에 드는 글이 생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적어도 저는 제가 쓴 글에 대해서는 진지하다는 사실만은 믿어 주셔야 합니다.(148쪽)
이 책은 한 페이지도 소홀히 넘길 수 없는 주옥같은 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아버지의 자살을 맞닥뜨려야 했으며, 자신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늘 작가가 되고 싶었다”는 헤밍웨이의 고뇌와 글쓰기의 세계를, 많은 이들이 만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도전의 세계로 기꺼이 빠져들어가면 좋겠다. 좋아하는 시집처럼 머리 맡에 두고, 오래오래 반복해서 읽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