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현 반상회 - 그림대본집
이지수 지음, 금호강 디디다 기획 / 생명평화아시아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 대본집 팔현 반상회/금호강 디디다

 



팔현 반상회는 더운 여름, 매미우는 소리가 들리는 대구 동구 방촌동과 수성구 사이에 있는 팔현마을· 팔현습지가 배경이다.

 

1장에서는 팔현에 누가(· 식물) 살고 있는지반상회장 왜가리의 인사를 시작으로, 왕버들군락· 흰목물떼새· 꼬마쥐· 나비· 하식애· 얼룩새코미꾸리 등이 등장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전한다.

 

2장에서는 왜가리의 사회로 팔현습지 새 대표 청둥오리가 첫 번째 안건인 팔현에 새로 합류하게 된 새로운 가족 한해살이풀담비’, 그리고 영주에서 온 수달을 소개한다.

 

아빠 수달: 영주댐이 놓이며 보금자리를 만들기 까다롭게 되었어요. 평생 살던 영주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하려고 하니 정말 골치가 아픕니다. 아기를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데, 안전한 보금자리조차 만들 수가 없으니 말이에요.(32)

 

지금은 고향에 부모님 산소 외에는 아무도 없지만, 영주가 고향이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영주댐이 도대체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 일부러 가 본 적이 있다. 댐공사는 마무리 된 것 같았는데, 그대로 방치되어 있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큰 공사를 시작할 때는, 다방면에서 검토해보고, 서로 양보하며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아기 고라니: 그건 제가 말씀 드릴게요! 요즘 들어 꾸준히 쓰레기를 주우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상한 조끼를 입고 온 사람들이었는데, 큰 가방에 쓰레기를 한가득 넣어서 가더라고요! 한해살이풀들이 쓰레기에 깔려 죽을 뻔 했는데 그 사람들 덕분에 살았어요!(38)

 

새로운 식구들을 모두 환영하는 것으로 2장이 마무리 되고, 3장에서는 두 번째 안건인 장마 대비 안전 수칙에 대해 다룬다. 길어진 장마철에 대비해 주의할 것들과 장마철로 인해 떠 내려오는 쓰레기 더미에 대한 고민, 그러면서도 공존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에 대해 희망을 얘기한다.

 

이어 4장에서는 반상회 하는 중에 바람 우체부가 등장해 나뭇잎으로 만든 맹꽁이의 결혼청첩장과 기쁜소식을 전해 준다. 아빠 엄마가 이제 곧 팔현으로 돌아오겠다는 연락을 받은 아기 고라니는 좋아서 눈물을 글썽이고, 바람 우체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5장에서는 생태교란종붉은귀거북이가 등장하고, 6장에서는 공사로 인해 걱정이 태산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들은 결코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과 다르다고해서, 붉은귀거북이를 무조건 배척하지도 않는다.

 

붉은귀거북: 늘 뵙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는데 이제야 인사드리네요. 저희는 1990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왔어요. 배를 타고 도착한 한국은 공기도, 사용하는 언어도 달라서 낯설기만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가족을 만나 행복한 시간도 보냈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어요. (잠시 사이) 제 가족은어느 날 갑자기 저희를 강에 버렸습니다. (긴 사이) 사냥을 해 본 적도 없었지만, 당장 강에서 먹이를 구해야하니 눈 앞에 보이는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았습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먹이를 사냥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저희가 생태교란종으로 불리고 있더라구요. 제가 외래종이긴 하지만, 한국에서 산 지가 벌써 30년이 넘었습니다. 이제는 저도 여러분의 가족이 되고 싶습니다.(48~49)

 

할머니 나무: 제가 팔현에 산 지가 천 년이 넘었어요. 그동안 아주 많은 식구들과 함께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요.(잠시 사이) 우리가 모두 다른 것처럼, 사람들도 아주 다양해요. 하식애 영감은 알지요? 세상에는 우리의 집을 없에려는 사람도 있지만이곳을 지키고 함께 살고자 하는 사람도 있답니다. 수리부엉이 부부를 만나고 싶어 몇 시간 동안 조용히, 또 가만히 풀숲에 앉아 있는 사람도 있고, 개미가 오르내리는 이 할미의 거친 나무줄기를 꼭 안아 주던 사람도 있었지요. 팔현을 지키려고 매일같이 찾아와서 다른 사람의 서명을 받는 사람도 있어요. 분명, 우리의 마음이 사람들에게 들리기 시작한 게지요.(60)

 

대구시는 2029년까지 5,400억 원을 투입하여 금호강 곳곳을 개발한다는 금호강 르네상스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며, 사업 계획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을 위한 개발도 좋지만 자연과 동· 식물이 모두 함께 어울려 살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붉은귀거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요즘 한창 늘어나고 있는 반려 동물이 생각났다. 아기처럼 유아차에 태우고 온갖 예쁜 옷들을 입히고 가족처럼 보살피는 것도 좋겠지만, 상황이 조금 어려워져도 버리지는 말았으면 더욱 좋겠다. 가족을 필요 없다고 버릴 수가 있을까? 거기에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 사람들도, 다르다고 차별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된다.

 

100쪽도 안 되는 얇은 그림 대본집을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 의외로 너무 많다. 자연을 사랑하고, 공존을 추구하는 소수 사람들의 노력으로 어렵게 탄생한 이 귀한 책그림대본집 팔현 반상회가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어, 팔현을 비롯해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곳곳에서 토해내는 작은 소리들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