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될 시간 - 고립과 단절, 분노와 애정 사이 '엄마 됨'을 기록하며
임희정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질문이 될 시간 / 임희정

(고립과 단절, 분노와 애정 사이 엄마 됨을 기록하며)






* 임희정 작가가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보내는 가슴 뜨거운 메시지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30여 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첫 아이를 낳고 다음 해에 쌍둥이를 출산했다. 그 땐 전업주부였지만 세 쌍둥이나 마찬가지라, 전혀 꼼짝달싹할 수가 없어 너무 힘들었다. 다들 집안 일을 해 놓고 아이 데리고 서로 이웃집에 나들이 가고 하던 시절이었는데, 아이 셋을 데리고 다닐 수가 없어서, 누군가 우리집에 와 주지 않으면 아무도 만날 수 없는 극한 상황이었다. 몸은 힘들고 마음은 외롭고그렇게 우울감이 밀려 왔다. 남편은 퇴근 후에도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늘 피곤해하는 나에게, 도대체 왜 날마다 피곤하냐고 하며 도리어 화를 냈다.

 

아이를 낳고 죽고 싶었다. ‘낳고죽고사이에 눈물 가득한 수많은 밤이 흘렀다. 나는 아이를 낳고 너무나 신기했고 행복했고 기뻤고 막막했고 슬펐고 아팠고 힘들었고 고통스러웠고 괴로웠고 그리고 죽고 싶기도 했다.(022)

 

저자는 아이를 낳고 죽고 싶었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었을지가 눈에 선하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기쁘고 행복했노라고 고백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비슷한 감정을 가질 것 같다. 나 또한 첫 아이를 낳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힘든 게 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절대 잊혀지지 않는 아픔도 있다. 그러니 이렇게 글로나마 대신 목소리를 내는 소리가 있어 너무 반갑다. 저자는 임신을 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도 나중에 자연임신이 되어 무척 다행스러웠다. 주변에서 아이를 원하는데 임신이 안 돼서 고생하는 이들을 많이 봐 왔다. 그들의 고통은 삶이 아니었다. 안 낳는 것과 낳고 싶은데 낳을 수 없는 건 달라도 너무 달랐으니까.

 

말하지 못하고 기록되지 못한 시간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 영영 이해받지 못하고 나아가지 못한 채 반복된다. 여성이 겪는 임신과 출산과 육아가 개인의 영역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고통을 위한 이 기록이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035)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우울증을 겪으며 워킹맘으로 아이를 온전히 기르기까지. 그 힘든 과정에서의 기록이라 더욱 빛나고 공감이 된다. 나도 엄마니까. 그런데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그때그때 상황만 달라질 뿐, 조금도 엄마의 역할은 축소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남편은 아이가 생긴 후 일하는 시간을 줄여 아이 하원을 맡아 하고 내가 퇴근해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아이를 돌보고 저녁 집안일을 한다. 손목이 안 좋은 나를 위해 아이를 들고 목욕을 시키는 건 남편이, 목욕 후 물기를 닦고 온몸 구석구석 로션을 발라주는 건 내가 한다. 등원 전 오늘 입힐 옷을 고르는 건 내가 옷을 입히는 건 남편이, 요리를 좀 더 잘하는 내가 반찬을 만들고 요리를 좀 더 못하는 남편이 설거지를 한다.(178~179)

 

저자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워킹맘들에게 얼마나 힘든지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렇다고 아예 아이를 낳지 말자고 권하는 게 아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슈퍼맘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부부가 함께 공평하게 어려움을 나누어 일· 육아 모두 놓치지 말라고 제안한다.

 

우리나라의 육아 휴직제도는 OECD 국가 중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출산율은 가장 낮다.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제도가 아니라 쓸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정부는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는 것이 방안이라 생각하지만, 당사자들은 오히려 충분한 제도가 있어도 쓰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할 뿐이다.(029)

 

이런 현실 속에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면 탈이 생기기 마련이다. 터울이 없는 아이가 셋인데 나는 언제나 집에서 노는 사람이었다. 노느라 힘들어 자주 몸살을 앓았다. 그땐 방법을 몰라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렇게 살았다. 지금은 일을 다닐 때나 집에서 쉴 때 모두 예전처럼 자주 앓아 눕지 않는다. 육아는 끝났지만 아직도 집안 일은 만만치 않다. 도와달라고 30여 년을 부탁해도 안 되니이제는 살기 위해 대충 살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예전과 비교하면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나아진 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전업주부로 살면서 어느 정도 육아단계가 끝나고 나니, 이젠 정말 돈이 절실했다. 어쩔 수 없이 절약하고 또 절약하며 아이 공부도 학습지로 버티다가, 결국 다시 생활전선에 나서려니 할 일도 없고 자신도 없었다. 그러니 아이 학원비를 위해 몸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라면, 취미나 적성 따위 고려할 수가 없었다. · 단기 구분 없이 그저 맡겨지는 일을 찾아 끝없이 헤매일 수 밖에.

 

나라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주고, 가정에서는 부부가 대화로 타협하여 서로 협력하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저자가 산후우울증까지 앓으며 힘겹게 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 책은 우선 일· 육아 모두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한다. 현실을 받아들여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현명한 방법을 찾아 엄마도 아이도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으라고 당부한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대단히 현명하다. 힘든 육아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을 하면서도 노는 사람이라 감히 시댁 일도 외면할 수 없었다. 아이로 인해 어려움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로 인한 기쁨이 오히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지만 큰 목소리가 널리 퍼져, 육아도 경력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 생명보다 소중한 게 없는데, 현 세대는 저출산으로 인해 소중한 다음 세대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외출하면 어디서든 자연스레 들려오던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그립기만 하다. 그 웃음소리를 마음껏 들을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끝없이 질문해야하지 않을까???



육아를 위해 일을 멈춘 시간이 쓸모없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시간으로 여겨지는 게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경험을 한 것이 얼마나 인간에 대한 이해와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는지를 인정하고, 의미 있는 경험은 새로운 일이나 여행뿐만이 아니라 육아도 포함되며, 이것이 얼마나 다른 노동만큼이나 가치 있고 쓸모 있는 일인지를 모두가 공감하게 되었으면 좋겠다.(033)

 

누군가는 아이가 있는 삶에 책과 고요와 쓰기란 사치라고 말한다. 한 아이를 키우며 나를 지키는 삶은 욕심이라 말한다. 제대로 읽고 쓸 수 없어 괴로운 나에게 유별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나를 버리려고 아이를 낳은 게 아니다. 아이와 함께 잘 살기 위해 읽고 쓰려는 것이다. (59)

 

충분한 육아휴직이 보장되지 않는 한 아이를 낳고 몸무게와 체력보다 먼저 돌아오는 건 이다. ‘엄마라는 새로운 존재가 되어 생활도 삶도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됐는데 회사는 예전처럼 돌아와 일을 하라고 한다. 아이는 너무 어리고 일을 안할 수도 없고, 반가우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 나의 성장과 아이의 성장 중에 뭘 우선시해야할지. 내 몸은 하나인데 두 개여도 모자랄 워킹맘의 삶이 두렵고 어렵다.(61)

 

아프고 우울한 엄마에게 진짜 필요한 건 아이를 대신 받아주고, 집안일 하지 말라고 말려주고, 병원에 갈 시간과 치료받을 돈을 주는 거예요. 아이보다 엄마가 더 중요하다고 계속 알려주는 거죠. ‘울지 마가 아닌 울고 푹 자라며 안심시켜 주는 거예요. 약을 먹고 상담을 받고 아이와 잠시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거예요.(242)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