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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삶
김경일 지음 / 진성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적정한 삶 / 김경일

잠깐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가 한없이 길어지고, 영영 마스크와 이별할 수 없게 될까봐 모두들 두려움에 떨 때는 마스크만 벗고 살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과연 우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이 책의 저자는 심리학을 비롯한 세계의 다양한 학자들의 난이도 높은 연구 내용을 평범한 이들의 삶과 연결시키며, 지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가리켜 ‘사람의 마음이 궁금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미 그의 이름만 들어도 웬만한 이들은 다 알 정도로 대중들과 친밀하다.
그는 코로나를 거치며 힘든 시대에 두루 평온하기는 어려우니, 결코 총량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오직 하나 ‘감정’에 집중하여 상실감인지 불편함인지 또는 다른 마음인지 알아보고,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그냥 내버려 두지 말고 정확하게 내 감정을 파악해 보기를 권한다. 또 감정을 단계별로 파악하며 분노와 불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분석하고 불안을 역이용하는 방법도 제시해 준다.
불안을 다스리려면 불안이란 심리의 메커니즘을 먼저 파악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불안은 언제 확장 되는가? 바로 불확실하고 모호할 때이다. 불확실할수록 불안은 커진다.(63쪽)
무엇보다도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구별하는 것은 행복을 향한 핵심 역량이라며, 의외로 많은 이들이 이 두 가지를 서로 구별하지 못해 서로 혼동하며 살아가느라고 행복을 놓치고 있음을 아쉬워한다. 전문가는 그 일을 잘 하는 것을 기쁘지 않고 당연하게 느껴 오히려 불행하다며, 각자 잘하는 것보다는 소소하더라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것을 한 가지씩 시작해 보라고 적극 추천하기도 한다. 작은 변화라도 성장 감을 느끼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이다.
휴식· 공감· 위로· 정신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간에게는 가족 이외에 다른 사람도 곁에 있어야 하며, 그런 다양한 관계 속에서 느슨한 관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때로 인간은 혼자 있을 때만 뇌가 쉴 수 있으니, 고독을 즐기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돕거나 타인에게 도움 받았을 때(즉 의미 있는 삶을 살았을 때) 잠을 잘 잔다고 하며, 조금 더 고마워하고 조금 더 도와주는 삶을 살기를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좋은 결과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하면,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으니 미리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꿈꾸며 그 상황을 대비하라고 당부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비대면이 우리들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팬데믹 이후의 공동체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불안의 시대에서 ‘극대화된 삶’만을 쫓아가지 말고 ‘적정한 삶’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으로 이타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행복이란 좋은 감정을 자주 느끼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며, 좋은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의미를 추구하며, 일정한 성취를 이루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독의 달콤함까지 곁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왜 우리는 오히려 아프리카 사람들만큼도 행복하지 못한 걸까? 생각해 보게 된다.
최근 들어 나이가 들어가면서 소화 기능이 조금씩 떨어져 먹는 양을 줄여야함을 부쩍 실감한다. 그런데 입맛조차 많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먹던 양이 오랜 습관으로 굳어져서 적정량을 넘게 먹고는,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고 소화가 잘 안 되어 답답해 할 때가 자주 있다. 적정량만 섭취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한데 왜 그게 잘 안 되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처음엔 ‘적정한 삶’이 과연 있기나 한 걸까?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쉽진 않겠지만 노력하면 ‘적정한 삶’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또한 얼마 전에 읽은 책이 생각나기도 했다.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제목으로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인데, 김장하 어른은 한약방을 해서 힘들게 번 돈으로, 자신과 가족들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활하고, 나머지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평생 기부하며 살았다. 그런데 그도 사람인지라, 나중에 사사로운 작은 욕심이라도 생길까봐 욕심이 생기기 전에 미리미리 비워낸다. 어쩌면 드물게 ‘적정한 삶’을 실천해 온 사람 중의 한 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진실 기본 값이 장착되어 있는 평범한 우리들은 까칠한 사람들과 가깝게 지낼 필요가 있다.(225) 지금 우리는 극대화된 삶에서 적정한 삶으로 이동하기 위해 강한 충돌을 겪어내는 중이다.(236) 생존자체가 불확실한 작금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확실한 전략 중 하나는 이타적인 행동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253)
우리 집은 잡동사니로 넘쳐난다. 그래서 가뜩이나 좁은 집이 더 좁게 느껴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집이 좁은 게 아니라, 필요 없는 물건이 너무 많이 쌓여서 적정하게 살 수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좁다고 불평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행복도 어쩌면 그런 것 같다.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느라고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해 더 열심히 살려고 애쓰느라 점점 더 불행의 늪으로 빠지는 것 같다.
그러니 ‘적정한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평균적인 삶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달려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 마음이 또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이 또한 현실이다. 저자의 말처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갖는 사회에서는 너무 정직해서도 안 된다. 정직과 겸손의 중간지점에서, 나를 위한 작은 배움을 실천하여 우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든 후에 스스로에 대해 주도권을 갖고, 자신은 더 잘할 거라는 믿음으로 조금씩 성장하며, 이타심을 갖고 남을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면 ‘적정한 삶’에 가까워지리라 생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책 ≪적정한 삶≫을 곁에 두고 자주 꺼내 읽어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그래서 나도 스스로를 추스르기 위해 도서관에서 대여해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주문해서 샀다. 책을 곁에 두고 여러 번 읽고 행복을 필기하며 조금씩 ‘적정한 삶’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