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씹어 먹는 아이 (그림책)
송미경 지음, 세르주 블로크 그림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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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씹어 먹는 아이/ 송미경

 



가끔 그림책에서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 아무래도 그림책과 조금 멀어지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독서의 달기념으로 자녀 독서지도법에 대한 특강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이 다 자라긴 했지만 또 다음 세대가 있으니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부모역할과 다양한 독서지도 방법을 제시해 주면서, 끝날무렵에 소개한 책이 바로 이 책돌 씹어 먹는 아이.

 

우선 아이디어가 워낙 신선하고 재미 있었다. 그림책을 많이 보지는 않지만, 몇 년 전에 아동부문 안산의 책으로 선정된 송미경 작가의 가정 통신문 소동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났는데, 이 책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신선하고 재미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걸 좋아할 수 있는 세상

 

나는 돌을 씹어 먹는 아이예요.

돌은 어쩌면 이렇게 맛있을까요? 입 안에서 살살 녹아요. 돌을 입에 넣고 굴리면 웃음이 나요. 와작 씹고 나면 속이 시원해요. 화분 속 돌에선 숲속 냄새가 나요. 천천히 나무 사이를 걷는 기분이에요. 어항 속 돌은 꿈을 꾸게 해요. 잊었던 좋은 일들이 떠오르지요. 나에겐 좋은 기억이 많아요. 냇가의 돌은 슬픔을 돌려보내죠. 나는 밥보다 돌이 더 좋아요. 이러다 내가 돌이 되진 않을까요.(돌을 씹어 먹는 아이)

 

처음에는 돌을 씹어먹는다는 게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주인공 는 더 이상 먹을 돌이 없어지자 전봇대를 갉아 먹다가, 높은 곳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 같아 울어버린다. 그러다가 결국 가족에게는 말도 못하고 돌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다행히 여행지에서 돌을 먹는 친구들을 만나 함께 실컷 돌을 먹고 놀다가, 먹을 돌을 잔뜩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은 당연히 를 반갑게 맞이하고, 마침내 용기를 얻은 는 돌을 먹는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만 이상한게 아니라, 아빠· 엄마· 누나도 모두 나와 다른 것을 좋아한다. 다만 그들도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그동안 말을 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게 그들은 각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고백하며, 가족들 모두 오랜만에 활짝 웃으며 오랜 시간 담아 둔 눈물을 다 쏟아내고 모처럼 한자리에 누워 깊이 잠든다.

 

우린 왜 몰랐을까요?(돌을 씹어 먹는 아이)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서로의 아픔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우리는 알려고 하지 않고 방심하며 살지는 않았나?하는 반성을 하게된다.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나 이웃들에게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바라보았다면, 알 수 있었을 많은 것들을 놓치며 후회한 경험이 너무 많다.

 

날이 밝자 우린 계곡으로 소풍을 갔어요. 돌과 흙과 못과 지우개로 도시락을 쌌지요. 서로의 음식을 먹어보라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지만 우린 정말 멋진 식사를 했어요. 가을이 오면 또 어디든 놀러 갈 거예요.(돌을 씹어 먹는 아이)

 

 

아이들은 그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보고 또 읽으면서, 저절로 가족이나 친구들을 조금만 생각해 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어른들은 가족이나 공동체가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이해조차 하려고 하지않고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잠시 지난날을 더듬어 보았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태어난 송미경작가의 글과 프랑스에서 태어난 세르주 블로크의 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멋진 그림이 탄생한 것처럼, 우리들의 삶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나아가면, 지금보다는 훨씬 누구나 좋아하는 걸 좋아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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