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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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 워크 / 이얼 프레스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전가되는가)




힘없는 사람은 더러운 일을 직접 한다. 힘 있는 사람은 남에게 시킨다. -제임스 볼드윈(7)



 

하얀 피부에 파란색 눈을 지닌 수줍음 많은 서른 살 해리엇이, 정신건강 상담원으로 데이브 교도소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그저 재소자들에게 문제가 많아 교도관들은 당연히 존경 받아야 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다가 그들의 불합리를 목격하고 윗선에 얘기하자 해리엇 자신에게 돌아온 것은 불만을 제기한 것에 대한 낙인이었다.

 

교도소 안에서는 폭력·구타 심지어 살인까지설령 무언가를 알게 되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는 절대 목격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방임하고 외면해도 양심은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이건 정신건강 상담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도관들도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다보면 불이익은 불보듯 뻔하다. 그러니 양심과 싸우며 몸과 마음이 병들어 가더라도, 당장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는 묵인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죄를 지은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살인죄로 기소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어떤 살인자는 평생 교도국에 위탁되는 반면에, 어떤 살인자는 같은 기관에서 급료를 받고 매일 집에 갑니다. 같은 행동을 다시한번 할 자유도 얻습니다. 저는 이 주와 이 나라의 사람들이 언젠가 이때를 돌아보며() 이런 일이 어떻게 계속될 수 있느냐고 물을 날이 올까 궁금합니다. 사법부가 알고, 주정부의 입법부가 아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147)

 

대런 레이니가 교도소 목욕탕 뜨거운 물에 살해 당한 몇 달 후에 마이너 조이너라는 재소자가 쓴 내용 중 일부인데, 자신이 살아야하기에 대부분은 외면한다. 이 글조차도 소수의 운동가 중 한 사람인 주디 톰슨에게 전달 되었기에 입법 청문회에서 낭독이 되었다.

 

대중이 알아야하는 사실은, 드론이 제공하는 영상이 통상적으로 무기를 든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만큼 명확하지 않으며, 구름이 적고 햇빛이 쨍한 아주 맑은 날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정확한 사람을 죽였는지, 틀린 사람을 해친 건 아닌지,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배앗은 것은 아닌지 늘 의심한다. 영상이 열악하거나 각도가 나쁘기 때문이다. 대중이 알아야하는 또 한가지 사실은, 무인 항공기를 조종하고 거기서 들어오는 첩보를 분석하는 일을 사람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아프카니스탄 땅에 발을 디디진 않았어도, 나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화면을 통해 매우 상세하게, 며칠씩 연속으로 지켜보았다. 누군가 죽어가는 모습을 볼 때의 기분을 나는 안다. 무섭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하다.(257~158)

 

알게모르게 많은 것들이 전쟁과 관련하여 발명되어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니 드론부대를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겠다. 그런 드론부대에 속한 이들은 게임처럼 테러분자들을 살해하다가, 어느 날 한 사람을 죽였는데 시신 세 구가 장례 치러지는 것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러니 딜레마에 빠져 점점 자신을 의심하며 병들어 간다.

 

원유 유출 사고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세계에 대해 심난한 감정을 느끼기는 세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장밋빛 렌즈를 통해 세계를 보아 왔음을 깨달았다. 그는 어린 시절 내내 시추선이 사실은 환경에 유익하다고, 왜냐하면 물속에 내려앉은 시추선은 물고기가 살아갈 암초가 되어주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멕시코만 여행에서 찍은 영상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비피가 환경보호에 힘쓰고 있다고 주장하는 텔레비전 광고를 보고 세라는 격분했다. 하지만 스티븐과 달리 세라는 사람들이 무책임한 기업과 책임지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기업을 뭉뚱그려 비난하는 것이 거슬렸다. 또 딥워터 사고 후 환경단체들이 죽은 노동자보다도 기름 유출에 피해를 입은 펠리컨에게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게 거슬렸다. 뉴스에는 죽은 바닷새와 해양 포유류의 영상이 거의 매일 보도되었다. 시추선 노동자의 얼굴은 단 한 번도 화면에 나오지 않았다. 세라는 노동자가 그토록 눈에 띄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380~381)

 

문득 예전에 어떤 강연을 들은 기억이 났다. 똑같은 장면을 가지고 어떤이는 여성주의 교육에서 인용하고, 어떤이는 환경교육에서 인용했다. 오래되어서 정확한 내용은 잊었으나, 양쪽다 공감이 갔다. 그때 뼈저리게 느겼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자기관점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만 보는구나하는. 환경단체들 눈에는 죽어가는 노동자보다 죽어가는 새가 정말 더 잘 보였을까, 궁금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도 무심히 자동차를 몰고 나간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덥다고 에어컨을 켜거나 추우면 온풍기를 틀기도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에 대해 일일이 생각하며 사용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있기나 할까. 의문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한참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우리 삶 속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고가 들어 있는지 다 알지는 못해도, 최소한 알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저 수수방관하며 나만 어렵다고 불평을 일삼으며 살고 있었음을 알았다.

 

우리는 더티 워커에게 무엇을 빚지고 있을까? 일단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은 일을 하는 그들을 우리의 대리인으로 인정하지 않은 빚, 그들의 섬뜩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 빚을 졌다. 그 이야기가 불편하기는 당사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해리엇 크르지코프스키는 나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데이드 교도소 경험에 대해 쓴 트라우마 내러티브를 들려 주었다. 그 내용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말소리가 몇 번이나 끊겼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후 며칠 동안 나를 만난 자리에서 해리엇은 거듭거듭 울었다. 하지만 나에게 귀기울여주어 고맙다고도 했다. 감정이 격해지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치유된 느낌이라고 했다.(461)

 

 

어제 아이가 주문하여 먹고 남긴 치킨을 그래도 아깝다고 먹었다. 도살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눈 앞에 아른 거리는데도. 내가 사람이 맞나? 슬픈 현실이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잠시 책으로나마 현실을 바로보는 시각을 가지게 되고, 주변에 있는 더티 워커들에게 따뜻하게 곁을 내어 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건 어쩌면 먼나라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성공한 능력주의자가 오만한 이유는 그처럼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마저 자신을 부러워하고 우러러본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440)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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