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가 된다는 것 - 노인 조현증 엄마를 응시하고 마주보고 살아가는 용기
유혜진 지음 / 알렙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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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가 된다는 것 / 유혜진

(엄마를 돌보며 나이 듦과 노년의 의미를 묻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이상하다. 마치 혼자 딴 세상을 사는 것처럼, 전혀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저만치 다른 세상에 가 있다. 무엇이 원인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얼마 전부터 이명으로 인해 먹은 약에 신경 안정제도 들어 있었는데 그게 문제인가? 아니면 ??

 

가족들은 이것저것 유추해 보지만 역시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결국 장녀인 저자는 워킹맘인 동생에게 엄마를 맡길 수 없어 자신이 직접 모시고 병원을 다녀 보지만, 정확한 것은 알지 못해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런 일련의 과정에서 엄마를 이해하지 못해 힘들어하면서도, 엄마이기에 외면할 수 없어 나름대로 자신의 도리를 다하고자 애를 쓴다.

 

이 책엄마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엄마의 조현증이 발병하고 2년이 흐른 후의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 많이 나아지긴 했으나,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르고, 재발하면 처음보다 더 심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겪어 온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엄마를 위해, 또 자신을 위해 지나온 길을 더듬어간다.

 

엄마는 방금 전 다 들은 내용을 다시 묻고 있었다. 그때, 나는 엄마가 자신의 궁금증에 대해 누군가의 이해할 만한 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의 일종의 독백과도 같았다. (161)

 

누구나 평범하면서 동시에 특별하다. 평범하려 애를 많이 쓰거나, 특별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그 평범함과 특별함에 맞는 자기 기준에 부합하는 삶을 산다고 해도 둘 중 한쪽으로 치우친 존재가 되지 않는다. (241)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은 조현병 환자는 자신을 이해해 준다고 느끼는 사람을 만나면 환자이기를 멈춘다고 진술했다.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더라도 아무런 조건을 붙이지 않고 환자의 존재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면서 치료가 시작된다는 것이다.(259)

 

고통의 기억을 복기하는 것은 공연히 상처를 들춰서 덧대는 일인지, 아니면 환부의 원인을 진단하고 올바로 처치해서 근본적인 치료를 완성하는 일인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20)

 

점점 나이 들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그에 저항해서 조금이라도 노화를 지연하려는 데 지나치게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30)

 

어쩌다 나이 듦이라는 자연스러운 만고불변의 섭리가 늦추고 가리고 고쳐야 할 대상이 되었을까. 같은 인데도 어째서 주름 하나 없이 활력 넘치는 젊은 날의 나는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세월의 파도를 맞으면서 꿋꿋하게 시절들을 겪어 낸 나는 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추하게 여길까.(30~01)

 

2년 전에 엄마한테서 이상 증세가 나타나 동분저주하며 병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한 행동들과 자신의 심리를 솔직담백하게 기록해 나가면서 노년의 삶과 나이 듦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도 함께 찬찬히 기록해 나간다.

 

저자는 엄마의 상처를 깊숙이 묻어 버리지 않고, 오히려 끄집어 내어 재발하지 않고 제대로 치유되기를 소망한다.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대부분의 정신과 질환의 치료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당장은 괴롭더라도 직면하여 내면의 상처를 꺼내어 치유에 이르게 한다.

 

우리는 어쩌면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 가면을 쓰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나쁜 마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어울렁더울렁 살아가기 위해서 저절로 그렇게 사회화되어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어느 덧, 지금까지 살아 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적은 시점에 이르렀다. 가슴 아픈 소식도 자주 들려온다. 엄마의 조현증을 따라가다보면, 비록 엄마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 조차도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된다.

 

이제 우리는 내면의 소리에도 좀 귀를 기울일 때가 되었다. 나무는 나이테로 말하고, 조개는 껍데기를 보면 살아온 내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사람도 주름으로 말하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싶다. 늙어가는 게 아니라 조금씩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늘어나는 주름 조차도 자연스럽게 사랑이나 연민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이 책엄마의 엄마가 된다는 것은 저자의 엄마가 겪은 노인 조현병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저자 또한 그런 엄마를 따라가면서 그로 인해 나이듦과 우리의 삶, 또 죽음에 관하여 성찰해 나감으로서 독자들에게도 같은 고민을 해보게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자연스레 삶과 죽음· 노화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정한 인간에 대한 성숙의 과정을 살펴보고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조현병 환자는 자신을 이해해 준다고 느끼는 사람을 만나면 환자이기를 멈춘다는 융의 말이 영영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모순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만큼 인간은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공감받으며 살아야하는 존재가 아닐까? 그건 나이와 상관 없으리라 생각된다.



 

*조현병: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와해된 행동, 정서적 둔마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고,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질환으로, 일부 환자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여 환자나 가족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지만, 최근 약물 요법을 포함한 치료법에 뚜렷한 발전이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조현병 [schizophrenia]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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