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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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잃어버린 도시)/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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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지요. 그럴 때 우리는 상상 속에서 찾고 추측하고 조각을 맞춥니다.(6)

 

한때는 소설을 읽느라 밤을 하얗게 밝히기도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를 많이 접한 것 같다. 그러다가 이번에 오랜만에 소설, 그것도 중국 소설과 인연이 되었다. 위화작가와는 다른 하늘아래이지만 살아온 시대는 비슷한데, 그동안 그의 작품은 제목만 들었을 뿐 직접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근면한 린샹푸는, 부유한 집 안에서 태어났으나 5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19살에 어머니마저 병으로 쓰러져 눈가에 맺힌 눈물 두 방울을 유언으로 남기고 떠나버렸다.

 

린샹푸는 예쁘장한 류씨 아가씨가 마음에 들기는 했으나, 농아인 것 같다는 매파의 말에 눈앞에 아른 거리는 아름다운 여자를 마음에서 접은 일이 있긴 했으나. 어쨌든 인연이 없었는지 어머니와 매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혼인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황혼 무렵, ‘원청에서 왔다며 남매(아창과 샤오메이)라고 소개한 젊은 한 쌍이, 마차를 타고 가던 중 바퀴가 갑자기 망가져 갈 수 없게 되었다면서 린샹푸네 집에 와서 하룻밤을 청한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아창은 경성으로 떠나고 샤오메이는 일단 남게 된다.

 

린샹푸 곁에 잠시 남게 된 샤오메이는, 마침내 그와 연을 맺어 부부가 되어 살다가 어느 날 금괴를 훔쳐 달아난다. 린샹푸는 잠시 방황하기도 하지만, 샤오메이가 떠났어도 자신은 어차피 살아가야하므로, 이제는 내력이 불분명한 여자가 아닌, 가문이 확실한 여자를 맞아 대를 이어야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은 기술이 있으니 돈은 또 벌면 된다고 마음을 다잡고, 샤오메이를 향한 그리움을 접고 다시 건실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꽃무늬 치파오를 입고, 감히 금괴도 없이 빈 손이 되어 샤오메이가 다시 돌아온다. 이유인즉, 린샹푸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는 잠시 분노하지만 마음을 돌려 먹고, 만약 다시 떠나면 끝까지 찾으러 나서겠으니 이제 절대 떠나지 말기를 당부하고, 사주단자도 받고 제대로 된 결혼을 한 후 불안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딸을 낳은 지 한 달여가 조금 지나자 샤오메이는 결국 또다시 사라져 버렸다.

 

이에 린샹푸는 샤오메이에게 말한 것처럼, 어린 딸에게 엄마를 찾아주기 위해 고향집을 정리해 집사에게 맡기고, 딸을 가슴에 품고 원청을 찾아 머나 먼 길 여기저기를 헤맨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가 찾는 원청은 없다. 마침내 그는 아창과 샤오메이도 가명일지 모른다며 의심하게 되는데.

 

오랜만에 600쪽에 가까운 분량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원청은 남녀 간의 애정 소설이라기보다는 린샹푸가 어린 딸을 가슴에 품고, 아내를 찾아 헤매며 겪는 혹한의 회오리바람에서부터, 먹고 살기 어려워 토비가 되어 서로 죽고 죽이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민초들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그려 놓았다. 한시대가 저물고 새 시대가 떠오르는 대격변기의 혼란한 역사 속에서, 우리민족 못지않게 그들 또한 어떤 역경을 거치며 살아 왔는지가 선명하게 잘 나와 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아바타: 물의 길마지막 부분에 나온,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다시는 숨지 않고 직접 맞부딪히겠다는 내용의 대사가 생각난다. 자신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이웃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들의 막중한 책임이다. 비슷한 시기인 1900년대 우리 선조들을 생각하며 읽다보면 그 속에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이 함께해서 감동과 아픔이 생생하게 가슴에 새겨진다. 난세에도 인간의 본성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오늘의 일상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오늘 우리는 자신과 가족,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며 2022년을 마무리 해 보자. 그 길목에 이 책원청과 함께하길. 나의 원청은 어디에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며, 위화작가의 전작들이 궁금해진다.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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