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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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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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SF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추상적인 것들을 잘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그동안 김초엽 작가의 이름만 들었을 뿐 작품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안산시가 주최하고, 416가족협의회와 희망마을사업추진단이 주관한, 2022지식향연아카데미 행사 준비팀에 소속되어 일하게 되었는데, 다섯 명의 초청강사 중에 김초엽 작가가 있어서 자연스레 그의 작품을 찾게 되었다.

 

 

맨 처음 도서관에서 지구 끝의 온실을 대여해 읽었는데 그 안에서 수많은 질문이 생겼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공동체지원조직으로 일하는 나와는 도저히 뗄 수 없는, 공동체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남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찾게 된 작품이 그의 첫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다. 이 책은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포함하여, 모두 일곱 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한 편 한편이 모두가 독특하다.

 




 

올리브는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잘 설명할 수가 없었다. 마을에서는 해본 적 없는 경험이었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을 확인한 셈이었다. 지구의 사람들은 올리브를 무언가 다르게 본다는 것. 그리고 올리브의 얼굴에 자리 잡은 커다란 얼룩이 그 이유 중 하나라는 것.(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29)

 

 

이렇게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서는, 얼굴에 이상한 흉터가 있어도 전혀 차별받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온하기만 한 마을 사람들이 성년이 되면, 그들의 역사가 시작되는 시초지로 순례를 떠난다. 그런데 떠난 사람들 중, 일부만 돌아오고 나머지는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마을에 살며 아직 성년이 되지 못한 데이지는, 왜 평온한 자신의 마을을 두고, 순례자들은 어렵고 힘든 그 곳에 남기를 자처하는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성년이 되기 전에 그 곳을 떠난다.

 

 

그는 슬픈 진실을 말해 주었지. 지구에서 그가 사랑했던 사람과 그의 쓸쓸한 죽음에 관해. 그가 남겼던, 행복해지라는 유언에 관해. 나는 말했어. 당신의 마지막 연인을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나는 그에게 지구로 다시 함께 가겠냐고 물었어. 떠나겠다고 대답할 때 그는 내가 보았던 그의 수많은 불행의 얼굴 들 중 가장 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 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54)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을 보면서 왜 나는 장애인 통합교육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발달장애청소년 멘토를 담당하면서, 장애인 학교에 가면 그나마 덜 상처받고 지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학교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어려움을 무릅쓰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 그들을 위하는 일일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그들 장애인들도 정당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는 만큼, 다름을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고 서로 존중하는 것을 우리 모두 실천해 나가는 것이 옳은 일이지, 통합교육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 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인지 돌아오지 않는 순례자들의 마음이 아스라이 짐작되며,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도 곱씹게 된다.

 

나는 내가 가야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어.’먼 곳의 별들은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그 사이에 작고 오래된 셔틀 하나만이 멈춘 공간을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187~188)

 

 

작가가 SF를 처음 공부하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초광속 항법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그가 독일의 가짜 버스 정류장에 대한 기사를 보고 떠 올렸다고 한다. 거기에는 우주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해 진 시대에 슬렌포니아라는 제 3행성에 가기 위해, 100년 넘게 혼자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는 170세 노인 안나의 이야기가 나온다. 뒤늦게 돌아가 봐야 이미 가족은 고인이 되어 있을 것을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잘 알면서도, 가야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며 기어코 도착할 수 없는 그 곳으로 떠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의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간다. 인생이 부질없다고 한탄하는 수많은 사람들조차도. 이렇듯 김초엽 작가의 SF소설에는 많은 것이 녹여져 있다. 우리네 인생에서부터 사회에서 소외 받는 약자들까지. 거기에 기후위기 등 우리가 현실에서 당면한 급박한 일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보낸다. 아마도 그의 작품을 한 권도 접하지 않는 사람은 있겠지만, 한 권만 읽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절로 다른 책이 궁금해지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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