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평점 :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리처드 파워스
(Bewilderment)

#새들이모조리사라진다면
#리처드파워스
#영미소설
#부커상
#알에이치코리아
#퓰리처상
#가족소설
#기후위기
#베스트셀러

‘그치만 우리가 그들을 영영 못 찾을 수도 있는 거야?’ 우리는 어느 맑은 가을밤, 미합중국 동부에 마지막으로 남은 어둠의 땅 한 곳의 가장자리에서 덱 위에 망원경을 설치했다. 이토록 훌륭한 어둠은 흔치 않았다. 한 곳에 이렇게 많은 어둠이 모이면 도리어 하늘이 환하게 켜졌다. 우리는 빌린 오두막집 위에서 이리저리 뻗은 나무 틈 사이로 망원경을 댔다. 로빈이 접안렌즈에서 눈을 뗐다. 나의 슬프고 특별하며 갓 아홉 살이 된, 이 세상과 잘 맞지 않는 아들이.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11쪽)
울새(로빈)라는 이름을 가진 우주생물학자와 동물권 활동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슬프고 특별하며 너무도 아름다운 소년이,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엄마를 사고로 잃고 반려 견까지 잃었다. 누구라도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지만, 세상 속의 로빈은 그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가지고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 친구와 다투다가 친구의 얼굴을 때려 정학을 당한다. 세상 속에서는 부적응자인 로빈이 왜 친구를 때리게 되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학교에서는 로빈에게 향정신성 약물투여를 권한다. 그러나 동물권 활동가였던 제 엄마 얼리사를 꼭 빼닮은 로빈은, 아빠를 설득해 학교 대신 가정학습을 선택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배너를 들고 무너져 가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 파괴된 숲과 사라진 새들을 외면하지 않고 약자에게 손을 내밀어, 모두가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자그마한 몸과 마음을 모두 바친다.
아름다운 아들의 마음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아빠 ‘시오’와, 이미 떠나고 없지만 결코 아들 마음속에서는 늘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아 함께하는 엄마‘얼리사’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경쟁만 가르치며 얼마나 엉터리 교육을 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고, 진정한 가족사랑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곱씹어보는 계기가 된다.
어쩌면 이 책≪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의 저자 리처드 파워스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21세기 감염병이 창궐하고, 예상할 수 없는 기후 위기가 도래해 갱년기 같이 기복이 심한 날씨들을 그저 바라보면서 아직도 미래에 대한 대책보다는 당장 눈앞의 실리만 챙기고 있는 우리 기성세대들에게, 나중은 없으니 지금 당장 행동해야한다며, 어린 소년의 마음을 빌려 우리에게 따끔한 경고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없는 행성이 하나 있었다. 그 행성은 고독 때문에 죽었다. 그런 일이 우리 은하에서만 수십억 번이나 일어났다.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386쪽)
이 책≪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을 받자마자 바로 다 읽었는데도, 쉽게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감동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이기도 했지만, 내 필력으로 이 아름다운 소설을 훼손하는 거 같아서였다. 비록 기계의 힘을 빌려 실험에서나마, 잠시 로빈이 엄마와 함께해서 행복해할 때는 나도 더 없이 행복했다. 너무 아름답고 슬픈? 한 소년이 지나간 가슴은, 아마 어제의 나와는 많이 달라 있음을 분명히 깨달을 것 같다.

*아름다운 아홉 살 소년이 이제 더는 고독하지 않을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본 도서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