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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하루는 없다 - 아픈 몸과 성장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희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당연한 하루는 없다 / 희우
(아픈 몸과 성장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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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일주일째에는 심심할 만큼 몸이 가벼워졌고, 회진 시간은 어느 새 병과 몸이 아닌 나의 일상과 미래에 대한 담소로 채워졌다. 기이할 정도로 순조로운 병원 생활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 나는 새로운 운이 내게 깃든 걸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몸에 갇혀 있지 않은 나를 보았다.(당연한 하루는 없다-193쪽)
맨 처음 책을 열면 책날개에서 작가 희우의 해맑은 모습을 만나게 된다. 아팠던 사람이 정말 맞나? 싶을 정도로 말갛게 웃고 있는 모습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여행을 떠나는 설렘이 느껴진다.
한창 열심히 공부하던 열여덟 살 무렵에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 루푸스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무진 애썼으나 그건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열심히 살고 싶은데…, 그래서 꿈을 이루고 싶은데…, 어느 날 병이 몸을 집어 삼켜 버려 조금 덜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속삭인다. 그렇다고 갑자기 꿈을 멈출 수는 없어, 전진하다가 결국 지옥과 맞닥뜨리게 된다.
루푸스라는 병을 이 책≪당연한 하루는 없다≫에서 처음 접하게 되어, 네이버에 검색해 보았더니 ‘전신홍반 루푸스’가 검색 되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 질환으로 유전적, 면역학적, 환경적 인자 그리고 호르몬의 이상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나도 달라진 내 몸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갑자기 커져버린 몸을 받아들이는 것만도 스무 살의 내게는 벅찬 일인데, 그의 말은 나를 더욱 옥죄었다. 거울 속의 내가 점점 미워졌다.(당연한 하루는 없다-77쪽)
견디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 지나친 스테로이드 처방의 부작용으로 얼굴이 달덩이가 되어 한창 민감한 나이의 그를 처참하게 만들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종종 오해를 사게 되어 외로움은 극도에 달하게 된다. 가족들의 사랑으로 헤쳐 나가지만, 결국 무너져 내리게 되어, 기어코 동생의 신장으로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루푸스를 시작으로 장애인으로 살게 되기까지의 그 지난한 시간에 대한 기록을, 작가는 담담하게 풀어 놓았으나 그 마음이 짐작되어 가슴이 아리다.
누구에게도 자신의 병을 온전히 밝히지 못해 외롭고 힘들 때 찾은, 루푸스 환우 카페에서 알게 된 어떤 이는, 사법고시를 준비 하던 중 병이 찾아와 바로 시험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 자기 몸에 맞는 일을 하면서 잘 살아가고 있고, 또 다른 이는 몸과 관계없이 자신의 꿈을 이어가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모든 걸 그만두지도, 계속 꿈을 쫒을 수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우리 모두, 행복한 일상을 꿈꾸지만 누구도 자신의 내일을 알 수는 없다. 그러니 어떤 내일이 찾아오더라도 우리는 기꺼이 맞이해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게도 어느 날부터 자꾸 두통이 찾아왔다. 어릴 때에도 자주 그랬던지라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고 미루며 참던 중에 너무 억울한 일이 생겼다. 분통이 터지는데 내색조차 못하고 어찌할 수 없어 벌벌 떠는데, 왼쪽 머리에 찌릿하고 통증이 느껴졌다. 그 후부터 그런 증상이 잦아 병원을 찾았는데,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잘 관리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뇌졸중 전조 증상이었다. 그게 아마 40대 후반쯤이었던 것 같다. 그 날 이후로 병원에 자주 드나들며 고혈압환자로 살아가고 있다. 평소에 워낙 병원을 거의 가지 않는 편인데, 고혈압 덕분에 오히려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으니, 사람 일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르겠다.
희우 작가도 자신의 몫만큼 살면서 행복을 찾게 되기를 소망하며, 루푸스 환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보며 작은 위로와 함께, 더 많은 파랑새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해 본다.
우리들에게 ‘당연하게 주어진 하루’가, 그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절실하다는 것을 늘 상기하면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