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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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서현숙

(평범한 국어교사 소년원에 가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방문객」 (소년을 읽다46~47쪽)

세 아이 중에 쌍둥이 둘이 유난히 사춘기를 힘들게 앓았다. 순하기만 하던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일탈을 거듭해, 학교에 불려가는 것이 예사가 되어버렸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집에서 학습지로 기초를 쌓아나가다가, 중학교에 들어가더니 학원에 보내달라고 해서 원하는 대로 해주고 학원 비라도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였다.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아이들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달래도 보고 야단도 쳐보고…. 둘이 있을 때에는 그런대로 말을 듣는 것 같다가도, 여럿이 어울리면 용기가 샘솟는지 나와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었다. 상담을 받아도 그때뿐이고….

부모보다도 친구를 더 좋아하던 때라 흩어지게 할 수도 없고…. 눈에 안보이면 엉뚱한 일을 저지를까봐 불안해서 택한 방법이, 가능하면 아이들을 전부 집으로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개중에는 정말 도저히 마음이 안 가는 아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순박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책≪소년을 읽다≫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2019년, 우연히 소년원에서 아이들과 국어공부로 함께 책을 읽으면서 겪은 일들을 SNS에 공유, 나중에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 세상에 내어놓은 학습일지다.

저자도 처음에는 선입견 때문에 아이들을 만나기도 전에 많이 불안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막상 그들을 만나서 함께 책을 읽고, 시를 읽으면서 아이들의 아픈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고, 아이들과 공감하면서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나간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고 아이들이 좋아하던 구절…. 선생님이 사 주는 자장면이 미안해서 계좌번호를 묻기도 하고, 나중에 꼭 선생님한테 밥 사주러 가겠다는 아이도 있고…. 자동차가 고장 나서 고치는 것처럼 자신의 인생도 고치고 싶어 하던 아이 등…. 그들은 대부분 가슴에 얼음덩이 하나씩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아이들과 즐겁게 공부하면서도 새로 온다는 아이가 있으면 ‘이번에는 어떤 귀여운 녀석이 올까?’라는 상상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

일이란 돈과 시간이다.

일이란 노동이다.

일이란 동전의 양면이다

.(소년을 읽다191쪽)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려 이미 어려운 일들도 많이 경험한 까닭에, 책을 읽고 그 책의 작가들을 만나면서 “까대기”의 이종철 작가에게 유난히 가까움을 느끼는 게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졌다.

“싫어요, 샘. 이런데서 살았다는 흔적, 어디에도 남기고 싶지 않아요,”

(소년을 읽다187쪽)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으로 모두 돌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이 책의 강준이나 동수처럼, 어린 시절 영원한 내 편을 잃어버리고, 어렵게 세상을 살아온 나까지도 어느새 많은 것들을 잊고 산다. 색상 하나도 누구에게는 행복한 추억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아픈 상처가 될 수 있음을, 다시 상기시키게 하는 이 책과 함께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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