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발칙하게
원진주 지음 / 미래와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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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발칙하게/원진주



새해 다이어리처럼 주홍빛 같기도 하고 연분홍빛 같기도 한, 예쁘고 조그마한 책을 받아든 순간 단번에 다 읽어버렸다. 제목은 또 어쩌면 이렇게 딱 맞을까? 싶어 절로 웃음이 나오며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남들이 하는 일은 다 쉬워 보이는데 내가 하는 일은 왜 이렇게 매번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을까 싶은데, 막상 해보면 이 지구상에 쉬운 일은 결단코 없다는 게 내 철칙이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어쩔 수 없이 하기도 해야 하는 게 현실이고 보면, 힘들지 않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전부는 아니겠지만 방송작가 정도 되면, 우아하게는 아니더라도 큰 소리 탕탕 치면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멋대로 마감 시간도 어겨가며 갑질을 일삼으며 글을 쓰는 줄 알았다. 주인공도 멋대로 바꾸고~~ . 아마, 드라마 영향이었던 것 같다. ㅠㅡㅠ

그런데 방송작가의 세계도 우리네 보통 직장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더 열악한지도 모르겠다. 물론 오랜 기간 고생한 끝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치열하게 돌아가는 방송현장에서는 현장이 매끄럽게 굴러갈 수 있도록 보조하는 신입 작가들의 잡무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잡무가 뒷받침됐기에 선배들이 그걸 토대로 글을 쓰고 구성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신입 작가, 혹은 예비 방송작가들이 보고 있다면 결국 지금 내 손을 거치는 일들이 결코 의미 있는 일들이 아님을, 누군가는 잡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지금 내가 일하는 위치에선 꼭 필요한 중요한 항목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솔직하게 발칙하게 22~23쪽)


방송작가뿐만 아니라 신입 직원들이, 혹시 잡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 봐야할 대목이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도 무방할 것 같다.

이 책≪솔직하고 발칙하게≫의 저자도, 작가라기보다는 잡가라고 하는 게 오히려 적당할 정도로 신입 작가 시절에는 온갖 잡일을 도맡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잡일들이 결코 소홀해서 되는 일은 한 가지도 없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무슨 일이든 기초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너무 사소할 것 같은 일들도 어긋나면 일이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도 자신이 신입 작가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숙직실을 집 삼아 퇴근도 못하고 있는데, 집이 싫어서 아니면 숙직실이 공짜이고 택시비가 들지 않아서 일부러 들어가지 않는 거 아닌가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분개하기도 하고,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신도 선인장처럼 죽어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20대의 화려함을 놓치기 싫은 자존심 때문에 하이힐을 고집하다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워킹맘들이 아이 키우기에 적당하지 않은 현실에 무조건 결혼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향해 질타하기도 한다.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가서는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었다. 속이 다 후련해지는 느낌……?

저자는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방송을 보고 ‘고맙다고 위로가 됐다고, 다시 살아내 보겠다고’말하는 이들에게서 에너지를 받아 그들과 맺은 인연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12년을 잘 버티고 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본인이 원하는 때에 본인이 원하는 걸 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고 지지해주는 게 우리 어른들이 할 일이 아닐까하는.(솔직하게 발칙하게 97쪽)


그러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동생을 빌어 슬며시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며칠 전 작년에 기간제로 일했던 곳에서 함께 했던 동료와 통화를 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어디든 채용만 해 주면 가야겠지만, 작년에 불편했던 부분이 있어서 올해는 좀 망설여진다고 했더니, 코로나로 인해 하던 사업이 중단되면서 많이 답답했다는 것을 잘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을공동체 사업은, 사람들과의 소통이 우선이라서 마을활동가들이 밑 작업을 해 주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가 없는데, 기초 작업을 잘해주어서 일이 성사되었던 것을 이야기하며, 올해는 코로나에 대한 대비도 작년과는 좀 다를 거라며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쨌든 먹고 살긴 해야 하는데, 사실상 코로나로 인해 개인사업자인 남편의 수입이 반 토막이 난 현실을 생각하면 고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나에게 이 책≪솔직하고 발칙하게≫가 통쾌함을 주며 커다란 용기를 준다.

“치사하고 더럽고 먹고살기 고달픈 삶의 현장에서 부디 당신이 오늘 하루를 버티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 “ 는 작가의 소망대로,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었던 모든 분들에게 통쾌함을 바친다.





 
 

* 본 도서는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에세이#미래와사람#솔직하고발칙하게#원진주


나의 행복은 타인이 아닌 나에게서 찾아야만 값진 것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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