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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라이프
가이 대븐포트 지음, 박상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7월
평점 :
우연히 인스타 광고로 을유문화사의 스틸라이프를 보게 되었다. 그림과 문학작품에 나타난 정물에 대한 내용이라서 흥미가 생겼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어떤 기대라기 보다는 작고 예쁜 이 책이 중심을 잘 잡아 내용이 산만하게 흩어지지 않고 마지막 장까지 집중력있게 이야기가 잘 쓰여졌으면 하는 바램이 더 컸다. 무심하게 옮긴이의 글을 읽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정물화의 종류와 기원의 의미가 시작되는데 기대이상으로 내용이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정물화의 기원은 이집트와 이스라엘 두 갈래의 시발점을 갖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자손이 죽은 부모의 영혼이 먹을 수 있게 음식을 바쳤다. 오랜 시간이 지나 제사를 지내줄 자손 마저 죽고 나면 무덤 벽에 음식 그림으로 영혼이 영원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마련한 것이 이집트적 정물화의 기원이다. 정물화의 또 다른 시발점으로는 아모스서 8장 1절~2절을 그 기원으로 본다. 정물은 하느님의 자애로움과 자연의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동시에 우리 삶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상징하게 되었다. 그래서 정물화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은유로 still life, dead nature, nature non morte 등으로 불리운다.
이후로 서양 예술에서의 정물화는 오랜시간 사과와 배의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에덴의 금지된 사과가 악malus과 사과 malum사의의 언어유희로 시작되어 사과는 상, 유혹, 보상이며 또한 상반된 의미로 사랑과 증오, 조화와 불협화음을 동시에 의미한다. 반면 배는 신성과 인간의 조화를 의미하며 그 자체로 좋은 의미를 나타낸다. 고흐에게로 가서 배는 양파, 촛불, 라스파이의 책 또는 테오의 편지로 변주되면서 구원의 개념과 통하게 된다. 피카소의 그림에서도 사과와 배는 여러 다른 형태로 변형되어 자주 등장한다. 스틸 라이프 이 책에서는 그림이나 문학 작품에 나타나는 여러 정물의 묘사를 예를 들어 설명하며, 우리는 보여주는 것 너머의 정물의 진정한 의미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려면 미술사적, 도상학, 기호학, 문학적 은유등을 이용해야 될 것이다. 작고 예쁜 책이 기대이상으로 재미있었다. 두께가 얇아서 깊은 내용으로 파고들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골고루 언급하고 있어서 본인의 열정에 따라 얼마든지 깊이있게 읽어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