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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기도의 언어 - 시편을 읽는 40가지 단어
장 피에르 프레보스트 지음, 이기락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8월
평점 :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캐스리더스 11·12월의 도서는 시편을 읽는 40가지 단어, 『시편, 기도의 언어』입니다.
시편은 인간의 기쁨과 감사뿐 아니라 깊은 슬픔과 두려움 속에서도 하느님께 마음을 열게 하는 기도입니다. 전례 안에서 시편을 접할 때 그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시편의 문화적·역사적 배경이 오늘 우리의 삶과 거리가 있고, 히브리어 특유의 간결함과 다층적 의미가 번역 과정에서 온전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시편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응답의 성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경 전체가 하느님께서 하신 큰일을 전하고, 예언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한다면, 시편은 그 일과 말씀에 대한 하느님 백성의 응답을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 행위를 체험한 이들은 찬양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당신 백성을 지켜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살아가는 이들은 삶의 모든 상황 속에서 함께하시며 구원해 주시는 하느님을 “나의 바위, 나의 구원자”(시편 19,14)라 고백해 왔던 것입니다.
가톨릭출판사의 『시편, 기도의 언어』는 이러한 응답의 전통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시편에서 반복되는 핵심 단어 40가지를 중심으로 시편을 새롭게 읽도록 이끄는 책입니다. 이 단어들은 구약 전체에서 중요한 개념들이지만, 시편 안에서는 특히 기도의 언어가 되어 인간 내면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이 비추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시편은 고대의 노래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하느님과 친교하며 드리는 살아 있는 기도로 다가옵니다.
책은 각 단어의 히브리어 의미와 성경적 맥락을 명료하게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샤마’(שָׁמַע, 듣다)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기울이고 응답하는 태도를 뜻하며, ‘샬롬’(שָׁלוֹם)은 평화를 넘어 온전함과 조화, 정의가 이루어진 충만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언어의 뉘앙스를 이해할 때 시편의 기도는 더욱 깊고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예수님 역시 시편으로 기도하셨고, 죽음과 부활의 순간에도 시편의 언어로 아버지께 나아가셨습니다. 주님의 기도에는 시편의 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심,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 일용할 양식, 자비와 보호를 청하는 마음은 모두 시편 전체에 흐르는 주제입니다. 동시에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서로 용서하며 살아가라는 새로운 친밀함과 복음적 요구를 밝혀 줍니다.
결국 『시편, 기도의 언어』는 시편을 단순히 역사적 텍스트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시편의 언어를 오늘의 기도로 다시 살아나게 하는 책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깊이 성장하도록 부드럽게 이끌어 줍니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에는 시편의 단어들을 통해 시편을 해석하는 책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구약 전체, 히브리어 성경 안에서 반복되는 40가지 단어를 다루는 내용에 더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목보다 더 넓고 깊은 세계로 이끌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