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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 김수환 - 김수환 추기경 회고록
김수환 구술, 재단법인 가톨릭평화방송 엮음, 조한건 감수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11월
평점 :
찬미예수님~
안녕하세요~
가톨릭출판사 2025년 북클럽 3기의 마지막 서평책은 『추기경, 김수환』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시복 추진이 본격화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때마침 가톨릭 출판사에서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님의 회고록을 출간했습니다. 하느님의 종 김수환 추기경님의 시복을 위해 가톨릭 출판사에서 회고록을 출간했습니다. 이번 김수환 추기경님의 회고록을 통해 한국에서 가장 깊은 존경을 받는 사제로 기억되는 이유를 이번 더욱 또렷하게 이해하게 되었고,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다가, 뭉클해졌다가, 재미있었습니다. 강추!
추기경님은 한국 현대사를 겪은 세대셨는데요, 일제강점기의 어린 시절, 한국전쟁과 군사정권, 유신 체제, 서울의 봄을 지나 지금의 민주사회에 이르기까지, 나라가 흔들릴 때마다 추기경님은 늘 가장 아픈 곳을 향해 마음을 내어놓으셨습니다. 상처 난 이들을 살피고 위로하려 했던 한 사제의 마음을 회고록 곳곳에서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추기경님의 할아버지 김요안공은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하셨고, 당시 임신 중이던 할머니는 감옥에서 풀려난 뒤 아들을 낳으셨습니다. 그 아들이 바로 추기경님의 아버님 김영섭 요셉이십니다. 가난한 옹기장수였던 아버님은 일찍 세상을 떠나셨고, 어머님은 홀로 여덟 남매를 키우며 “너희 둘은 사제가 되어라”라고 말씀하시며 큰아들 김동환 가를로 신부와 함께 어린 김수환을 소신학교로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소신학교 생활은 어린 김수환에게 그리 즐겁지 않았습니다. 신학교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처럼 옹기장수로 살다가 스물다섯 즈음에는 장가를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저는 사제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인간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자신은 사제가 될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던 분이 결국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제가 되셨기 때문입니다.
회고록에서 ‘짝사랑’이라는 표현은 추기경님의 마음을 가장 깊이 비춰주는 고백처럼 느껴집니다. 첫 마산교구장으로 지내다 서울대교구장으로 떠나던 날, 추기경님은 서운함에 눈물이 났는데 여러 해 함께했던 마산교구 사제들은 한 사람도 울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추기경님은 자신의 사랑을 담담히 ‘짝사랑’이라고 표현합니다. 사랑이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으며, 마음이 향하는 곳이라면 기꺼이 책임 있게 사랑하는 것이 사제의 길이라는 깨달음이 그 고백 안에 담겨 있다고 느껴집니다.
이 ‘짝사랑’은 더 넓은 자리에서도 이어집니다. 언젠가 남북이 함께 미사를 드릴 날을 바라보며, 통일 후 평양교구를 위해 기금을 모았던 마음을 추기경님은 다시 ‘짝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 고백을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수님의 사랑이 떠오릅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고 싶은 저를 예수님은 다그치지 않으십니다. 멀찍이 서 있는 저를 탓하기보다, 제가 다시 걸음을 내딛을 때까지 조용히 곁을 지켜주십니다. 추기경님이 말한 짝사랑은 바로 이런 예수님의 사랑 같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응답이 없어도 마음을 거두지 않고, 그저 함께 있으려는 사랑입니다. 사랑 그 자체이신 예수님께 제가 드리는 사랑은 늘 부족하고 서툽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마치 짝사랑을 하듯 저를 기다리십니다. 제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아도, 응답이 더디더라도 마음을 거두지 않으시는… 그런 사랑이시죠? ^^
추기경님의 고백을 읽다 보면, 그분의 품위는 완벽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낮추고 부족함을 인정했던 태도에서 나왔음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께 더 가까이 가고 싶었으나 “나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는 일에 나는 아직도 부족합니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모습이야말로 추기경님을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합니다.
그래서 이 회고록은 단순한 종교 지도자의 기록이 아닙니다. 하느님 앞에서 꾸밈없이 살아가려 했던 한 인간의 진실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회고록을 통해 인간의 따뜻함과 하느님의 사랑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본명이 스테파노이신걸 저만 이제 알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