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자는 그물을 만드는 사람이고 과학자는 그 그물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한가지의 그물로는 매번 똑같은 종류의 고기밖에 잡지 못한다. 그물코의 크기가 다른 그물을 사용하면 다른 사이즈의 고기들을 잡을 수 있다. 저자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물고기가 있으니 우리에게 다양한 그물을 사용해볼 것을 제시하며 철학에로의 초대장을 보낸다. 신은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철학할 수 없다. 인간은 신의 지혜를 얻고 싶기 때문에 철학을 한다. 짐승은 신이 지혜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기 때문에 철학할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철학을 하는데 인간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신이 될 수 없어서 끝없이 지혜에 가까워 질 수는 있어도 완전한 지혜를 얻지 못한다. 플라톤은 우리 인간이란 이상적인 존재인 이데아의 모상일 뿐이므로 아무리 내가 너보다 잘나고 똑똑하다고 해본들 사물의 그림자만을 보고 살아가는 똑같은 모상들일 뿐이라고 한다. 스스로가 모상일 뿐임을 아는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상인줄 모르고 사는 사람들보다 낫기 때문에 그들에게 너 자신을 알아라고 철학적인 가르침을 주려고 했으나 자신이 부족한 인간임을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독약을 마시게 된다. 인간의 이성은 어떻게?를 묻는 과학은 발전시켜 나가지만 그 어떻게의 근본을 파고드는 왜?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를 묻는 과학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묻는 철학의 기반위에서 발전을 해나가기 때문에 과학이 발전할수록 철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발전에 따라 과학의 근간이 되는 철학은 점점 더 그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책의 여정은 우리집 뒷 산을 오르는 과정과 비슷했다. 처음에는 아파트 산책로를 따라 어렵지 않은 길을 걷다가 커다랗고 화려한 나비, 산새들이 노는 숲으로 가게된다. 멀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신기한 자연의 풍경 속에서 마냥 즐겁다. 그렇게 길은 평탄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며 가볍게 땀을 흘리며 즐겁게 쭈욱 이어진다. 마지막 정상까지 1.4키로 정도 남은 구간부터는 서서히 힘들어지다가 1.1키로 지점에서는 갑자기 길이 급경사를 이루며 진짜 등산다운 등산을 하게 된다. 다리도 아프고 숨을 몰아쉬며 힘들게 걸었는데도 겨우 300미터 나아갔을뿐이다. 돌아가기엔 넘 멀리왔고 정상으로 가기에는 숨이 차고 다리도 아프고 길도 험하다. 내가 여기를 왜 왔나, 그냥 집에서 쉬고 있을걸 후회막심이다. 책은 초대, 초월, 신까지는 내내 즐겁고 재미있다가 3장으로 들어가며 슬슬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한다. 자아쯤 들어가면 읽다가 멈추다가 속도가 느려지다가 인식으로 들어가면 읽는다기보다 글자만 보이며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이를 어쩌나... 여기서 책을 덮기엔 남은 부분이 100페이지 채 되지 않아서 포기하기 찝찝하다. 글자라도 구경하며 가는 일이 꽤나 힘들다. 어찌어찌 가다보니 끝에는 또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왜 이렇게 관념론이 어려운가 스토리에 내 푸념을 보신 인친님께서 원래 동양인의 사고에는 인식이나 관념이 아예 없었다고 하시며, 19세기 후반에 일본에서 프랑스어 사전을 만들며 인식과 관념이란 단어 자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이야기로 위로를 해주셨다. 해결책으로 서양인의 방식으로 생각하는거라는데 그부분은 다음을 위한 숙제로 남기기로 했다. 저자께서 이 책을 쓰신 목적은 기존의 사고방식을 벗어나 철학적인 사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하려는 것이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었나? 당장은 알 수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오늘 어떤분이 왜 내가 젊을때는 하느님이 내 곁에서 도와주고 계셨다는 것을 모르고 나이가 들어 되돌아보니 그게 하느님의 뜻이었구나를 알게 되었을까, 나이가 들어 철이 들었나보다 라고 말씀하시는걸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같으면 나도 아마 그 말씀에 동의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전과는 답이 약간 다르게 나왔다. 인간의 이성은 과학적인 사실은 알 수 있어도, 초월적인 신의 지혜를 알지 못하지 때문에 당시에는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갔다가 세월이 흘러 되돌아봤을 때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깨닫게 되는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에로의 세계로 초대해주신 김창래님과 세창출판사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초대해주셔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