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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 - 제3-4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8
김민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3월
평점 :
벌써 좀비 문학상도 이렇게 오래되었다. 오래된 만큼 다양한 시도도 많아지고,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좀비물이 나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소재 고갈이나 표현의 한계에 가로막혀 흔해 빠진 전개라던가, 어디서 많이 본 전개도 보일 것이다.
이번에 실린 좀비 소설들이 좀 그렇게 보인다. 다소 참신하면서 신선하나, 뭔가 2%부족한 것.
엘리베이터 액션
마트에서 다른 생존자들과 지내고 있던 나. 안전지대로 가기 전, 아는 형과 함께 마트를 점검하던 중 지하에서 스니커즈 초코바 상자를 발견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기발하다면 기발하다 할 수 있으면서, 뭔가 전형적인 생존자들 사이의 에피소드 같은 내용이었다. 일단 식량 때문에 벌어진 일 치고는 상당히 기발한 전개와 좀비의 특성을 보여줬는데,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딱 그 뿐이라고 봐야할 정도로 흔한 생존자의 고군분투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루하지 않게 전개되서 나름 볼 만하지만, 보면 볼수록 초코바 하나 때문에 무슨 생쇼를 하는 거냐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장마
무더운 여름날, 미국의 2차 베트남 전쟁에 쓰이려던 생화학무기가 빗속에 흘러들면서 좀비가 발생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좀비들도 비를 싫어하는 탓에 비가 오는 날이면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무장을 하고 식량을 구한다. 그러던 중, 비가 그쳤을 때 감염자들에게 쫓기던 여자를 구해주게 되는데...
상당히 특이한 상황의 좀비물이었다. 비가 감염경로가 되는 더불어 공공의 적이라니. 이 만큼 최악의 상황은 또 없을 것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장황하긴 해도 대체로 생존자들 간의 심리갈등이라던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의문의 약탈자로 인한 공포감은 좋았다. 하지만 마음에 안들거나, 좀 지루함을 느끼게한 부분 때문에 전체적으로 늘어진 감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 늘어지게 하는 부분은 과거회상이다. 보면 볼수록 중간중간에 짧게 언급하거나, 아예 그냥 넘겨도 되는 부분까지 나와서 쓸데 없이 분량을 채운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마치 장편 쓰려다가 중편으로 절충한 것 같다고 할까. 또한 배경설정에 나온 2차 베트남 전쟁도 현시점에서 보면 너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옛 베트남 전쟁를 생각해서 넣었다 하기에는 지금의 베트남을 생각하면 전쟁을 왜 해야됐는지 이해가 안 되고, 차라리 뭔가 더 그럴싸한 다른나라로 하거나 베트남에서 2차로 전쟁이 일어날 법한 근거를 넣었으면 개연성 없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름 좀비
좀비사태 이후, 좀비를 동력으로 재건해나가는 시대. 찰리와 나는 로스엔젤레스 인근에서 여름 좀비라는 특이한 좀비를 잡아다 파는 좀비 사냥꾼이다. 평소와 같이 여름 좀비를 포획하고 다음 목표물을 찾던 중, 평소에 보지못하던 변종 좀비를 발견하게 되는데...
소재는 상당히 흥미로웠지만, 갈수록 전개가 소재와 동떨어지는 듯한 뉘앙스가 강해서 뭔가 아쉬웠다.
작중 키워드는 세 가지이다. 여름 좀비라는 변종, 친환경 에너지로 쓰이는 좀비, 그리고 좀비를 사냥해서 돈을 버는 사냥꾼들. 전부 흥미로운 요소들인데, 정작 여기서 다루는 건 좀비 사냥꾼들 위주라서 주제가 분해되어 널려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재미면에서는 나름 괜찮았은데, 주제에 기발한 것을 너무 우겨넣어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해피랜드
시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부산 광안리에 위치한 놀이동산 해피랜드의 관람차에 오른 혜지 부부. 사실 돈을 목적으로 이런 자리를 주선 했는데, 갑자기 좀비가 나타나면서 시어머니와 혜지부부는 관람차에 고립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시어머니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혜지는 그 동안 참아온 갈등이 폭발하고 마는데...
좀비가 나타난 우리나라에서 일어날법한 상황이 그려져서 나름 신선했다. 관람차라는 배경과 주인공의 특성을 이용한 장면 전환도 상장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신선한건 좋았지만, 마무리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좀비가 나타난 상황에서의 고부갈등은 좋았는데, 이어지는 전개는 뭔가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인 전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좀비물 치고는 좀 싱겁게 끝났다는 느낌이었다.
좀비, 눈을 뜨다
고속도로에서 감염되어 좀비가 된 한의사. 그런데 갑자기 좀비에서 정상인으로 되돌아온다. 다른 좀비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좀비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며 버티지만, 점점 그를 의심하는 좀비가 생기는데...
좀비였다가 정상인으로 되돌아오는 독특한 전개는 처음봐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거기에 좀비와의 대결구도를 만들어서 흥미진진했다. 좀비였다 돌아온 인물의 감정상태도 국산 좀비영화인 이웃집 좀비에서 나온 좀비 사태 이후의 세상을 그린 파트에서 나온 것과 같은 느낌이라서 다양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역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결말까지는 나름대로 신선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개상 좀 전형적인 구도가 적지 않아 보였다. 분명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술술 넘어가는데, 뒤로 갈수록 좀비들 사이에서의 긴장감보다는 뭔가 점점 보통 생존자들과 같은 전개로 이어지는 듯했다. 뭔가 좀비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초인적인 면모를 조금 보였으면 어땠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