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때부터 자주 들어왔다. 활발하게 살아야 한다, 좀 나가서 친구들이랑 어울려라, 너는 내성적이라 문제다... 이 얘기는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을 더한 10년 가까이 같이했다.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부서질대로 부서져서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지금은 조금 낮지만, 아직도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추천받았다. 바로 조용한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는 자신은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지만 본인이 내성적이라고 하면서 시작한다. 그녀는 세상은 시끄럽고 활발하게 돌아가지만, 조용하게 사색을 즐기고 싶어하는 부류가 있다고 한다. 세상은 그런 부류를 가리켜 내성적인 사회부적응자라고 펌하한다. 하지만 저자는 외향적인 이들이 필요 이상으로 추앙받고, 내향적인 이들이 심각하게 부당한 평가를 받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과거에서부터 시작된 외향적인 면이 추앙받는 현실이 만들어진 과정부터, 사회적으로 외향적인 면이 어떻게, 왜 추앙받는지 따져가며 저자는 현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맹목적으로 받들어지는 외향성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 시사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한다. 이미 가까운 곳에서부터 세계적인 경제참사 때도 앞장서서 이끌던 외향적인 이들이 대부분 도산했고, 뒤에서 고민하던 내향적인 이들은 살아남았다는 증명된 사실이 있다. 즉, 외향적인 면이 리더로서 뛰어난 면을 가지고 있지만, 리더로만 뛰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책 내용 중, 한 경영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게 다 프래드킨 때문이라고. 그 인간은 사업 센스는 꽝인데 리더쉽 기술은 엄청나서 사람들이 다들 그 인간을 따라서 곤두박질친단 말이야. -110p
 

 내향적인 이들에 대한 내용이지만, 그렇다고 찬양한다는 건 아니다. 단지, 외향성에 집중된 사회에 내향성도 어느정도 역할이 필요하고 한쪽으로 너무 쏠리면 아무리 공들인다해도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외향성과 내향성이 앞으로 어떻게 조화롭게 지낼 방안도 마련할 수 있다고.
 약간 인상깊은 부분이 있다면 동양과 서양의 성격상을 비교해보는 부분이었다. 저자는 대체로 서양이 외향적, 동양이 내향적이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꼽힌 사례는 서양이 미국을 비롯한 유렵, 동양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이었다. 그래서 내향적인 면에 대한 인터뷰에서는 한중일이 거의 빠지지 않았다. 이걸보며 미국이나 유렵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이 있고, 서양에서는 동양을 대체적으로 이렇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동양도 이미 미국과 거의 비슷해지고 있거나, 거의 비슷해진거나 마찬가지겠지만...
 책 전반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말을 보면 이렇다. 
 협력이 창의성을 죽인다.
 집단이 개인의 판단 능력도 마비시킨다.
 혼자 있는 시간이 최고의 능률을 올리는 시간이다.
 조용함이 아니라 섬세함이다.
 내향성은 과하면 문제가 되지만, 처음부터 문제는 아니다.
 이는 얼마 안 되지만, 깊이로는 숱한 시간과 맞먹는 내 과거에서 이미 많이 느낀 것이다.
 앞으로 시끄러운 세상에서 살려면 편견도 없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이 먼저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고 좋게 여겨야 하겠다. 무엇보다 과거와 지금 현재에도 내향적이지만, 멋진 업적을 이룬 이들도 있으니 말이다. 대표적으로 언급된 이들은 다음과 같다. 애플의 스티브 워즈니악, 구글의 레리 페이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 마하트마 간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해리포터를 쓴 J.K. 롤링, 아이작 뉴턴, 스티븐 스필버그,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이들이 내향적이지 않았다면, 지금의 모습과 업적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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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월요일이 없는 소년 - 제1회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대상 수상작 제1회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황희 / 낭추 / 2014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알고는 있다고 하지만 성소수자문제는 다들 한 번 쯤은 잊고 살 것이다. 그나마 대중매체에서 게이라던가 레즈비언에 대해 약간씩 다루어서 크게 낯설지는 않겠지만,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아직 인식이 그리 좋지만은 않는 것 같다. 또한 이건 나도 생각지 못했던 점인데, 성소수자 문제를 성인의 시점에서 보다보니 청소년 성소수자 문제는 아예 고려대상 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도 문제지만, 차별을 넘어선 혐오범죄는 더욱 문제가 된다.

 은새는 원래 남자이나, 체형은 여자라서 여자가 되기로 한 성소수자이다. 그런 그녀는 편의점에서 생수를 사 마시던 중,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마 처단 천사의 여섯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는 속보를 듣고 당황하며 급히 자리를 떠난다. 지하철에 도착한 그녀는 들어오는 전동차에 뛰어드는 남자를 구하게 된다. 어색하게 남자와 같이 있던 그녀에게 돌아가신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온다. 의심하면서도 전화를 받은 그녀. 그런데 전화를 받고서 눈을 뜨자 그녀는 지하철이 아니라 버스를 타고 있었는데...

 황희 작가님 특유의 어두운 현실과 청소년 성소수자의 처한 현실, 그리고 타임슬립이 합쳐지면서 긴박에 긴박함이 더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힐 수록 더해지는 위협, 성소수자라는 입장에서 느끼는 박탈감, 그리고 타임슬립물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간여행자라는 불안감. 이 모두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하나의 느낌으로 와 닿았다.

 청소년 성소수자가 겪는 현실은 보통 청소년들보다도 더 힘겹게 보였다. 내적인 불안과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거기에 시선을 넘어선 직접적인 차별과 경멸. 이런 각박한 현실도 벅찬데 가까운 이들에게서도 경멸받고,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공권력도 그리 탐탁지 않게 본다. 그 만큼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던 것은 읽으면 읽을 수록 소설에서도 이렇게 성소수자를 다룬 게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생각해보면 소설에서도 성소수자를 이렇게 차별받고 불안하게 살아는 걸 많이 본 적이 없었다. 기껏 나와봐야 클럽에서 퇴폐적으로 묘사되거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밖에. 이렇듯 소설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해 알게 모르게 차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성소수자 문제와 더불어 종교에 관한 논점은 시끌시끌하게 싸우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나타냈고, 종교의 의미와 존재를 다시한 번 돌아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종교란 이름으로 가해지는 온갖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짓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게 잘못됐다고는 말하지만 정작 왜 잘못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현실적인 도리나 법률을 꺼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종교적 논리 밖에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였는지 여기서는 현실적인 문제로 반박하기 보다는 종교의 본질을 돌아보며 반박해 광신도적인 면이나 종교가 행하는 비인도적인 행동을 비판한다. 현실적인 면만 생각하다가 종교적 본질을 돌아보니 법률이나 도덕적인 면을 논하기에 먼저, 현재 종교가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를 먼저 따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신의 존재, 아니면 작은 희망이라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나, 종교란 이름으로 온갖 눈꼴 사나운 짓을 일삼는 이들에게는 딱 이런 문구를 보여주어야 한다.

 

 신은 있다고. 신은 이런 분들을 통해 사랑을 보여주셔. 자기들이랑 다른 사람들을 혐오하고 경멸하면서 성경을 들고 예수를 부르 짖는 사람들에겐 신이 없어. 신앙심의 가장 기본인 사랑이 없으니까.

                                                                                                                                 -240p

 

 시간여행 끝에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해피엔딩일까, 아니면 베드엔딩일까. 그건 독자가 보는 은새의 모습을 보며 알아서 판단하는게 좋을 것 같다. 확실한 것은 작가의 말에서도 언급됐듯이 제목에서는 소년이라고 되어 있지만, 은새를 그가 아닌 그녀로서 자연스럽게 본다면 성소수자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게 됐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은새를 그녀로 자연스럽게 보게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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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봄 한정 고전부 1학년 박스 세트 - 전4권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열심히 사주니까 돌아오는게 이겁니까? 이것들이 돈독만 올라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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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우 시선 : 꿈속의 꿈 (레귤러판)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1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공진호 옮김, 황인찬 서문 / 아티초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은 꽤 읽어보았지만, 시는 거의 읽은 적이 없다. 어릴 적에 느낀 시에 대한 감상은 교과서 속에서 운율 따지고, 느끼는 것보다는 숨겨진 뜻(그것도 객관적으로 정해놓은)을 찾아야 하는 지루하고 따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온지 얼마만에 시를 읽는지 모른다. 보지 않던 시에 접근하려면 일단 익숙한 이름으로 접근해야 됐는데, 그게 바로 에드거 앨런 포였다. 포는 나에게 공포소설의 대가이자, 추리소설의 시초였는데 시 분야에서도 엄청나게 유명했다. 포의 시 중에서 그나마 알고 있는 건 까마귀(국내에서는 여러번 갈까마귀로 번역됐었다.)였는데, 그나마도 제목만 알았지 읽어보지는 않았다. 이렇게 시와 어색한 상황에서 포의 시를 접했다. 그리고 다시 시와 가까워질 발판을 얻었다는 느낌이다.

 소설 속에서의 음침한 분위기와 달리 시 속에서의 포는 상당히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자신의 겉모습인 우울함과 어두운 면을 소설에, 그리고 나머지 내면의 낭만은 시에 쏟아부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낭만적인 사랑을 나타냈더라도 포의 시는 분위기가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대체로 포의 시는 사랑과 죽음이 엮어져 있다고 해야 될 정도로 사랑하는 이로 묘사되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묘지나 죽음과 관련된 분위기나 묘사가 이어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낭만이 어떻게 나오냐고 하겠지만, 평생 낭만을 느껴보지 못한 포에게는 밝은 분위기가 오히려 방해됐을지도 모른다. 시에 나타난 느낌상 포의 낭만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황야에 나타난 한 줄기의 빛과 같은 것일 테니까.

 포의 대표적인 시인 까마귀는 소설에서 나타난 우울함과 시에서 나타난 낭만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어느 시보다 죽음에 대한 분위기가 강하고 절망적인 듯한 감정이 흐르고 거기에 맞춰 까마귀가 울부짖는다. 그런 한편, 그 절망적인 듯한 감정 속에서 나타난 사랑에 대한 부르짖음과 거기에 맞춰 우는 까마귀를 보면 상당히 낭만적인 분위기로 변모한다. 이렇듯 죽음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진 까마귀는 정말 포의 대표적인 명시가 아닐까 싶다.

 사랑에 대한 낭만을 노래한 시 속에서 약간 주목이 가던 시가 있었는데, 바로 '바닷 속의 도시'였다. 분위기가 어떻든 사랑에 대해 노래하던 다른 시들과 달리 이 시 만은 다른 느낌이었다. 바닷 속의 고대도시를 묘사하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심연의 어둠을 나타내는데, 이걸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많이 들었다. 바로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가 잠들어 있다던 해저도시 르 뤼예, 바로 이것이었다. 러브크래프트가 포의 시를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르 뤼예와 유사한 느낌이라서 상당히 흥미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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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르 - 제3-4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8
김민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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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좀비 문학상도 이렇게 오래되었다. 오래된 만큼 다양한 시도도 많아지고,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좀비물이 나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만큼 소재 고갈이나 표현의 한계에 가로막혀 흔해 빠진 전개라던가, 어디서 많이 본 전개도 보일 것이다.

 이번에 실린 좀비 소설들이 좀 그렇게 보인다. 다소 참신하면서 신선하나, 뭔가 2%부족한 것.



엘리베이터 액션

 마트에서 다른 생존자들과 지내고 있던 나. 안전지대로 가기 전, 아는 형과 함께 마트를 점검하던 중 지하에서 스니커즈 초코바 상자를 발견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기발하다면 기발하다 할 수 있으면서, 뭔가 전형적인 생존자들 사이의 에피소드 같은 내용이었다. 일단 식량 때문에 벌어진 일 치고는 상당히 기발한 전개와 좀비의 특성을 보여줬는데,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딱 그 뿐이라고 봐야할 정도로 흔한 생존자의 고군분투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루하지 않게 전개되서 나름 볼 만하지만, 보면 볼수록 초코바 하나 때문에 무슨 생쇼를 하는 거냐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장마

 무더운 여름날, 미국의 2차 베트남 전쟁에 쓰이려던 생화학무기가 빗속에 흘러들면서 좀비가 발생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좀비들도 비를 싫어하는 탓에 비가 오는 날이면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무장을 하고 식량을 구한다. 그러던 중, 비가 그쳤을 때 감염자들에게 쫓기던 여자를 구해주게 되는데...
상당히 특이한 상황의 좀비물이었다. 비가 감염경로가 되는 더불어 공공의 적이라니. 이 만큼 최악의 상황은 또 없을 것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장황하긴 해도 대체로 생존자들 간의 심리갈등이라던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의문의 약탈자로 인한 공포감은 좋았다. 하지만 마음에 안들거나, 좀 지루함을 느끼게한 부분 때문에 전체적으로 늘어진 감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 늘어지게 하는 부분은 과거회상이다. 보면 볼수록 중간중간에 짧게 언급하거나, 아예 그냥 넘겨도 되는 부분까지 나와서 쓸데 없이 분량을 채운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마치 장편 쓰려다가 중편으로 절충한 것 같다고 할까. 또한 배경설정에 나온 2차 베트남 전쟁도 현시점에서 보면 너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도 한몫했다. 옛 베트남 전쟁를 생각해서 넣었다 하기에는 지금의 베트남을 생각하면 전쟁을 왜 해야됐는지 이해가 안 되고, 차라리 뭔가 더 그럴싸한 다른나라로 하거나 베트남에서 2차로 전쟁이 일어날 법한 근거를 넣었으면 개연성 없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름 좀비

 좀비사태 이후, 좀비를 동력으로 재건해나가는 시대. 찰리와 나는 로스엔젤레스 인근에서 여름 좀비라는 특이한 좀비를 잡아다 파는 좀비 사냥꾼이다. 평소와 같이 여름 좀비를 포획하고 다음 목표물을 찾던 중, 평소에 보지못하던 변종 좀비를 발견하게 되는데...
 소재는 상당히 흥미로웠지만, 갈수록 전개가 소재와 동떨어지는 듯한 뉘앙스가 강해서 뭔가 아쉬웠다.
 작중 키워드는 세 가지이다. 여름 좀비라는 변종, 친환경 에너지로 쓰이는 좀비, 그리고 좀비를 사냥해서 돈을 버는 사냥꾼들. 전부 흥미로운 요소들인데, 정작 여기서 다루는 건 좀비 사냥꾼들 위주라서 주제가 분해되어 널려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재미면에서는 나름 괜찮았은데, 주제에 기발한 것을 너무 우겨넣어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해피랜드

 시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부산 광안리에 위치한 놀이동산 해피랜드의 관람차에 오른 혜지 부부. 사실 돈을 목적으로 이런 자리를 주선 했는데, 갑자기 좀비가 나타나면서 시어머니와 혜지부부는 관람차에 고립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시어머니의 막무가내식 행동에 혜지는 그 동안 참아온 갈등이 폭발하고 마는데...
 좀비가 나타난 우리나라에서 일어날법한 상황이 그려져서 나름 신선했다. 관람차라는 배경과 주인공의 특성을 이용한 장면 전환도 상장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신선한건 좋았지만, 마무리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좀비가 나타난 상황에서의 고부갈등은 좋았는데, 이어지는 전개는 뭔가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인 전개처럼 보이기도 하고, 좀비물 치고는 좀 싱겁게 끝났다는 느낌이었다.

좀비, 눈을 뜨다

 고속도로에서 감염되어 좀비가 된 한의사. 그런데 갑자기 좀비에서 정상인으로 되돌아온다. 다른 좀비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좀비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며 버티지만, 점점 그를 의심하는 좀비가 생기는데...
 좀비였다가 정상인으로 되돌아오는 독특한 전개는 처음봐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거기에 좀비와의 대결구도를 만들어서 흥미진진했다. 좀비였다 돌아온 인물의 감정상태도 국산 좀비영화인 이웃집 좀비에서 나온 좀비 사태 이후의 세상을 그린 파트에서 나온 것과 같은 느낌이라서 다양한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역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결말까지는 나름대로 신선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개상 좀 전형적인 구도가 적지 않아 보였다. 분명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술술 넘어가는데, 뒤로 갈수록 좀비들 사이에서의 긴장감보다는 뭔가 점점 보통 생존자들과 같은 전개로 이어지는 듯했다. 뭔가 좀비에서 돌아온 사람답게 초인적인 면모를 조금 보였으면 어땠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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