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우 시선 : 꿈속의 꿈 (레귤러판)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1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공진호 옮김, 황인찬 서문 / 아티초크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소설은 꽤 읽어보았지만, 시는 거의 읽은 적이 없다. 어릴 적에 느낀 시에 대한 감상은 교과서 속에서 운율 따지고, 느끼는 것보다는 숨겨진 뜻(그것도 객관적으로 정해놓은)을 찾아야 하는 지루하고 따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살아온지 얼마만에 시를 읽는지 모른다. 보지 않던 시에 접근하려면 일단 익숙한 이름으로 접근해야 됐는데, 그게 바로 에드거 앨런 포였다. 포는 나에게 공포소설의 대가이자, 추리소설의 시초였는데 시 분야에서도 엄청나게 유명했다. 포의 시 중에서 그나마 알고 있는 건 까마귀(국내에서는 여러번 갈까마귀로 번역됐었다.)였는데, 그나마도 제목만 알았지 읽어보지는 않았다. 이렇게 시와 어색한 상황에서 포의 시를 접했다. 그리고 다시 시와 가까워질 발판을 얻었다는 느낌이다.

 소설 속에서의 음침한 분위기와 달리 시 속에서의 포는 상당히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자신의 겉모습인 우울함과 어두운 면을 소설에, 그리고 나머지 내면의 낭만은 시에 쏟아부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낭만적인 사랑을 나타냈더라도 포의 시는 분위기가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대체로 포의 시는 사랑과 죽음이 엮어져 있다고 해야 될 정도로 사랑하는 이로 묘사되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묘지나 죽음과 관련된 분위기나 묘사가 이어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낭만이 어떻게 나오냐고 하겠지만, 평생 낭만을 느껴보지 못한 포에게는 밝은 분위기가 오히려 방해됐을지도 모른다. 시에 나타난 느낌상 포의 낭만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황야에 나타난 한 줄기의 빛과 같은 것일 테니까.

 포의 대표적인 시인 까마귀는 소설에서 나타난 우울함과 시에서 나타난 낭만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어느 시보다 죽음에 대한 분위기가 강하고 절망적인 듯한 감정이 흐르고 거기에 맞춰 까마귀가 울부짖는다. 그런 한편, 그 절망적인 듯한 감정 속에서 나타난 사랑에 대한 부르짖음과 거기에 맞춰 우는 까마귀를 보면 상당히 낭만적인 분위기로 변모한다. 이렇듯 죽음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진 까마귀는 정말 포의 대표적인 명시가 아닐까 싶다.

 사랑에 대한 낭만을 노래한 시 속에서 약간 주목이 가던 시가 있었는데, 바로 '바닷 속의 도시'였다. 분위기가 어떻든 사랑에 대해 노래하던 다른 시들과 달리 이 시 만은 다른 느낌이었다. 바닷 속의 고대도시를 묘사하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심연의 어둠을 나타내는데, 이걸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 많이 들었다. 바로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가 잠들어 있다던 해저도시 르 뤼예, 바로 이것이었다. 러브크래프트가 포의 시를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르 뤼예와 유사한 느낌이라서 상당히 흥미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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