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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행성의 비밀 - 닭으로 보는 오늘의 지구 ㅣ 발견의 첫걸음 13
남종영 지음 / 창비 / 2026년 1월
평점 :
#도서제공
아주 먼 미래, 외계인의 눈에 비친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이미 디지털 기록은 사라지고, 대신 수없이 발견되는 닭뼈들. 이 기묘한 상상으로 시작하는 《치킨 행성의 비밀》은 첫 장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예전에 보았던 과학 프로그램에서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닭뼈가 급격히 발견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공장식 사육이 전 세계로 퍼지며 ‘닭공장’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때부터 왜 닭뼈가 이렇게 많아졌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흐름을 차근차근 알게 되었다.
닭은 언제부터 인간의 식탁에 오르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닭은 처음부터 가축이 아니었다. 길고양이처럼 인간 곁을 오가며 먹을 것을 얻어 살았고, 키운다 해도 닭싸움 정도에 이용되었을 뿐이다. 알도 1년에 열 개 남짓 낳았고, 고기도 많지 않아 굳이 잡아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과거의 유적에서는 닭보다 꿩의 뼈가 더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상황이 바뀐 것은 공장식 사육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내일의 닭’ 경연대회를 통해 더 빨리 자라고 더 많이 생산되는 닭이 선택되었고, 닭은 육계와 산란계로 나뉘어 대량 소비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닭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책은 ‘인류세’라는 개념도 함께 짚어준다. 1950년을 기점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하며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시대다. 육류 소비는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가축을 기르기 위한 공간과 사료 재배로 숲이 사라지고,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기후 위기를 가속화한다. 결국 육류 소비를 줄이는 선택은 환경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지나친 품종 개량이다. 자연 상태의 닭이 성체가 되기까지 4개월이 걸리는 반면, 개량된 닭은 1~2개월 만에 자란다. 그 결과 뼈에는 구멍이 생기고, 비정상적으로 커진 가슴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좁은 공간에서 급속 성장한 닭은 질병에 취약해 항생제에 의존하게 되고, 그 닭을 먹는 인간의 건강 역시 안전하다고만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창한 해답 대신, 책은 ‘방향 전환’을 이야기한다. 최소한 동물복지 환경에서 자란 동물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는 제안이다. 우리 집에서도 난각번호 2번 이상의 달걀을 고르고, 가능한 한 동물복지 인증 제품을 선택하려 애써왔다. 완벽하진 않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다.
과학자처럼 새로운 종을 만들거나 산업 구조를 단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육류 소비를 조금 줄이고 치킨을 먹고 싶을 때 한 번쯤 멈춰 생각해볼 수는 있다. 《치킨 행성의 비밀》은 닭을 통해 인간의 소비, 환경, 산업화의 민낯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