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다정 죽집 2 - 고양이롤의 비밀 일공일삼 117
우신영 지음, 서영 그림 / 비룡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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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마음이 포근해지는 다정죽집이 돌아왔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다정빵집의 SNS에 악플을 남기는 ‘고독한호랑이’가 등장하면서 손님이 점점 줄어들고, 결국 다정이는 장사를 접을까 고민하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본 다정죽집의 다섯 부엌 친구들은 다시 힘을 모아 다정이를 돕기로 한다. 팥냥이와 가마솥, 홍두깨, 인두, 사발, 주걱은 다정빵집으로 향해 새로운 친구들인 오븐과 믹서기를 만나고, 일곱 보물의 힘으로 팥롤케이크를 만들며 다시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 펼쳐진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누군가가 잘되고 빛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질투와 시기가 따라붙는다는 현실이 떠오른다. 못된 마음의 방향은 사실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을 향한 감정일 때가 많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보다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며 상처를 남기곤 한다. 누군가에게 던진 날선 말은 결국 나에게도 상처가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황이 좋지 않을 때, 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삶의 방향을 바꾼다. 다정이와 할머니, 그리고 오래된 조리 도구 친구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내 따뜻함으로 상황을 바꿔낸다. 좌절하거나 멈춰 서 있기보다, 다시 일어나 한 걸음씩 나아가며 스스로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은 읽는 내내 큰 위로와 용기를 준다.

다정죽집의 할머니, 그리고 다정빵집의 다정이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성실함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라고, 그 온기가 책을 읽는 우리에게도 번져오기를 바라게 된다. 작가가 전한 바람처럼, 이 책은 온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다정한 스웨터처럼 감싸주는 이야기다. 읽는 동안 따뜻함이 파도처럼 잔잔하게 번지며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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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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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녹지 않는 눈이 눈앞에 나타났다. 모든 눈 결정이 다 다르듯, 세상에 똑같은 눈은 하나도 없다. 다섯 해 전 사고로 오른쪽 눈을 잃은 유리는 기적처럼 각막이식을 받았지만, 이번엔 왼쪽 눈에 문제가 생긴다. 같은 사고로 동생 영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고, 가족의 시간은 그날 이후 멈춰버렸다. 기장 아빠는 무기한 휴직을 내고 병실을 지키고, 승무원 엄마는 더 멀리 날아가며 결국 이혼에 이른다. 유리는 막연히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입시를 준비하지만, 최하위반으로 떨어진 현실 앞에서 흔들린다.

이 책은 사고 이후 달라진 가족의 삶, 장기기증, 입시,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한데 얽힌 이야기다. 마침 나도 눈에 무언가 떠다녀 안과를 고민하던 순간 이 책을 만나 ‘사라지지 않는 눈’이라는 표현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지금 내 눈 속 떠다니는 것도 사라지지 않으려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장기기증자에게 편지를 남길 수 있는 사이트가 인상 깊었다. 그곳에 5년째 편지를 쓰는 시온의 글을 따라가며 유리는 장기기증자 이영준의 삶과 마음에 조심스레 다가간다. 그 여정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미뤄둔 사고를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용기였다.

사고 이후 가족은 서로를 향해 상처를 쏟아낸다. 할머니는 영만 구하고 자신은 버렸다 생각하며 유리는 상처를 받고, 아빠는 화마 속에서 아이들만 두었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유리에게 차갑다. “너는 멀쩡하잖아. 그러니까 더 노력해.”라는 말은 냉정하고 가혹하다. 열두 살 아이가 라면을 끓이다 불이 나고, 아이 둘이 쓰러졌던 그 사고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모두가 피해자일 뿐인데, 가장 약한 존재가 공격받는 현실은 참 서글프다.

나는 유리의 시간을 알고 있다. 다행히 나는 기적처럼 더 오래 살았지만, 같은 병동에서 이식을 기다리다 떠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장기기증이란 누군가의 죽음이 또 다른 삶이 되는 일이다. 그 앞에서 기쁨도 슬픔도 한쪽으로 기울지 못한다. 그저 기증자가 온마음으로 전한 선물이 새로운 몸에 잘 자리 잡길 바랄 뿐이다.

이야기 속에는 미지수 x, 유리수, 궤도, 고도 같은 수학 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삶의 상태를 설명하는 은유 같아서 좋았다. 지금 나는 궤도로 진입 중일까, 이미 안정권일까, 아니면 조용히 하강하고 있는 걸까. 책을 읽으며 나도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기증자 이영준에게 다가가고, 시온과 마음을 나누며 유리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조금씩 찾아간다. 그리고 그 솔직함은 흩어진 가족에게도 닿는다.

뜬구름같은 이야기지만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유리, 시온, 영, 엄마, 아빠, 할머니, 윤간호사, 학원 수학선생님 모두 자신만의 궤도에 안정권으로 진입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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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건 뭘까?
사이하테 타히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정수윤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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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동화책을 보았을 때에는 숨이 헉 하고 막혀왔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에 숨이 멎고, 따스한 글에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바라본 동화책은 아름답게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내 눈 속에 마음에 남았다.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주관적인 물음에 쉬이 답하기 어렵다. 하루하루 살아보면서 이런 질문은 더 답하기 어려워진다. 개인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기에 그것을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동화책을 접하는 그 누구라도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그림도 글도 아름답다.

이 동화책은 특이하게 커버가 씌워져 있어서 커버를 벗겨서 본 실제 표지 속 소녀와 고양이는 수줍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뒷 표지는 황홀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커버는 정말 화려한 색체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소녀의 얼굴을 나도 모르게 한참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 책을 접한다면 커버와 표지를 꼭 비교해서 보았으면 좋겠다.

특히 아름다운 눈동자와 별을 묘사한 부분에서 왠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떠올랐기 때문인지 매일 나를 보며 웃으며 안기는 아이들이 겹쳐 보였기 때문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그 눈동자 안에 남고 그 아름다움은 내면 깊숙히 자리잡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작가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모든 것이라는 걸 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했다.

표지에서 마지막 장까지, 어느 한 장도 아름답지 않은 페이지가 없다. 어디를 펼쳐도 작품처럼 머무는 그림책인 이 동화책을 만나는 순간, 독자는 어느새 ‘아름다움’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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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 - 아흔을 앞둔 노학자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근후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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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괜찮은 부모’라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모 역할에 대해 늘 의문이 많고, 잘하고 있는지 불안함이 더 큰 나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가 되어준다. 수많은 육아서가 ‘방법’을 알려주었다면, 이 책은 한 발 물러서서 상황과 마음가짐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미 잘하고 있으며, 아이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준다.

육아의 목적은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해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의 과한 기대가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이 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인 사춘기, 화 다스리기, 그리고 독립에 관한 이야기가 유난히 크게 마음에 남았다.

사춘기는 생물학적 변화가 폭풍처럼 지나가는 시기이기에 아이의 반항 앞에서 버티기 어려운 순간이 온다. 그럴 때 책은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잠시 거리를 두고 나를 추스른 뒤 다시 아이를 마주하라고 말한다. 화가 난 상태 그대로 아이에게 다가가기보다, 내가 먼저 성숙한 태도로 감정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다.

특히 ‘화’에 관한 부분이 깊이 와닿았다. 화는 다루는 방식에 따라 관계를 무너뜨리기도, 더 단단히 만들기도 한다. 호흡하기, 주의 돌리기, 이완하기 같은 방법을 통해 감정을 다스리고, 왜 화가 났는지 스스로 탐색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특히 감정 조절이 어려운 편인데, 아이도 그대로 따라 하는 모습을 보며 일부러 “지금 화가 나서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어”라고 말해주기 시작했다. 감정을 숨기고 참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이도 언젠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하게 남은 부분은 ‘독립’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에게서 멀어진다. 사춘기, 성인기, 결혼 등 그 모든 단계는 부모와의 거리두기이자 성장이다. 그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축하하고 응원할 수 있는 정서적 준비가 부모에게도 필요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아마 이 책이 더 편안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저자가 주 양육자의 입장에서 지시하거나 훈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생의 경험을 가진 노학자의 시선으로 조용히 위로하고 응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에 오래 남는 문장들이 있다. 앞으로도 힘들 때마다 꺼내보며 나를 다시 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해줄 것이다.
“괜찮아. 이미 좋은 부모이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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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째 열다섯 3 - 두 개의 구슬 텍스트T 10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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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째 열다섯을 처음 만났을 때가 문득 떠오른다. 읽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서 완전히 빠져들어서 읽었는데 보통 1,2권이 재밌으면 3권에서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이건 3권조차 너무나 재밌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손을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사건까지!
가을이 가진 최초의 구슬이 사실은 두개였고 이 두개를 각각 가진 진과 가을의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워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도호가 말한 인간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맞을지도 모른다. 인간만 아니면 지구가 이렇게 크게 파괴될 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살고 있고, 우리가 함께 사는 동물들을 더 존중하고 그들의 삶을 지지한다면 지금처럼 생태계를 해쳐서는 안된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열심히 일을 하던 진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그 말의 진실이나 주위의 사실 같은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이 때 주위에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꼭 현재 상황을 알려서 함께 의논하고 결정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가까이 살아도 다 알 수가 없다.
이번 편을 통해 가을은 최초의 구슬을 다루는 훈련을 열심히 했고, 실제로 구슬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앞으로 이 최초의 구슬로 어떻게 이야기가 더 펼쳐질 것인지 무척 기대도 되고 진이 더 나올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나 새로운 일이 펼쳐질 것인지 모든 것이 기대된다. 이렇게 꾸준히 재밌는 책이 잘 없는데 너무 재밌어서 대출예약한 4권이 얼른 내게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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