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클 (반양장) - 제1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34
최현진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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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녹지 않는 눈이 눈앞에 나타났다. 모든 눈 결정이 다 다르듯, 세상에 똑같은 눈은 하나도 없다. 다섯 해 전 사고로 오른쪽 눈을 잃은 유리는 기적처럼 각막이식을 받았지만, 이번엔 왼쪽 눈에 문제가 생긴다. 같은 사고로 동생 영은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고, 가족의 시간은 그날 이후 멈춰버렸다. 기장 아빠는 무기한 휴직을 내고 병실을 지키고, 승무원 엄마는 더 멀리 날아가며 결국 이혼에 이른다. 유리는 막연히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입시를 준비하지만, 최하위반으로 떨어진 현실 앞에서 흔들린다.

이 책은 사고 이후 달라진 가족의 삶, 장기기증, 입시,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한데 얽힌 이야기다. 마침 나도 눈에 무언가 떠다녀 안과를 고민하던 순간 이 책을 만나 ‘사라지지 않는 눈’이라는 표현이 묘하게 마음에 걸렸다. 지금 내 눈 속 떠다니는 것도 사라지지 않으려는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품 속 장기기증자에게 편지를 남길 수 있는 사이트가 인상 깊었다. 그곳에 5년째 편지를 쓰는 시온의 글을 따라가며 유리는 장기기증자 이영준의 삶과 마음에 조심스레 다가간다. 그 여정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미뤄둔 사고를 정면으로 마주하려는 용기였다.

사고 이후 가족은 서로를 향해 상처를 쏟아낸다. 할머니는 영만 구하고 자신은 버렸다 생각하며 유리는 상처를 받고, 아빠는 화마 속에서 아이들만 두었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해 유리에게 차갑다. “너는 멀쩡하잖아. 그러니까 더 노력해.”라는 말은 냉정하고 가혹하다. 열두 살 아이가 라면을 끓이다 불이 나고, 아이 둘이 쓰러졌던 그 사고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모두가 피해자일 뿐인데, 가장 약한 존재가 공격받는 현실은 참 서글프다.

나는 유리의 시간을 알고 있다. 다행히 나는 기적처럼 더 오래 살았지만, 같은 병동에서 이식을 기다리다 떠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장기기증이란 누군가의 죽음이 또 다른 삶이 되는 일이다. 그 앞에서 기쁨도 슬픔도 한쪽으로 기울지 못한다. 그저 기증자가 온마음으로 전한 선물이 새로운 몸에 잘 자리 잡길 바랄 뿐이다.

이야기 속에는 미지수 x, 유리수, 궤도, 고도 같은 수학 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삶의 상태를 설명하는 은유 같아서 좋았다. 지금 나는 궤도로 진입 중일까, 이미 안정권일까, 아니면 조용히 하강하고 있는 걸까. 책을 읽으며 나도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기증자 이영준에게 다가가고, 시온과 마음을 나누며 유리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조금씩 찾아간다. 그리고 그 솔직함은 흩어진 가족에게도 닿는다.

뜬구름같은 이야기지만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 유리, 시온, 영, 엄마, 아빠, 할머니, 윤간호사, 학원 수학선생님 모두 자신만의 궤도에 안정권으로 진입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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