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푸른 사자 와니니 8 - 갈라진 앞발들 ㅣ 창비아동문고 344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해외여행을 가면 숙소 주변에서 그 지역의 동물들을 마주치곤 한다. 원숭이나 도마뱀, 각종 새들이 불쑥 나타나면 사람들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그 순간 문득 궁금해진다. 그 동물들은 원래부터 그곳에 살고 있었을까, 개발로 밀려났다가 다시 돌아온 걸까, 아니면 인간의 생활에 익숙해져 먹이를 얻기 쉬운 공간에 정착한 걸까. 예전에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들이 <푸른 사자 와니니 8>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이번 권에서는 코뿔소가 중심이 되었던 이전 이야기처럼, 개코원숭이가 전면에 등장한다. 다 자란 숫 개코원숭이는 무리를 떠나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이 인상 깊었다. 성장하면 무리를 떠나는 사자의 삶과 닮아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무리를 찾아 낯선 곳으로 향하는 여정이 결코 쉽지 않기에, 읽는 내내 투키오를 응원하게 된다. 투키오는 리조트에 사는 개코원숭이 무리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헤키마라는 암컷 개코원숭이를 만난다.
하지만 리조트 생활에 익숙해진 그 무리에게 초원은 낯선 세계다. 다른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개념조차 사라진 그들은, 모르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그 두려움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고, 무고한 희생을 남긴다. ‘익숙함’이 얼마나 쉽게 시야를 좁히는지, 그리고 그 대가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조용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개코원숭이는 원숭이과가 아니라 유인원이라는 아이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고래상어가 고래가 아닌 상어인 것처럼, 겉모습이 닮았다고 같은 존재는 아니다. 이 이야기가 말하고 싶은 것도 결국 그것이 아닐까. 이름이나 모습, 환경만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그 존재의 본질을 들여다보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낯선 곳으로 떠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새 학기의 교실, 처음 가보는 동네, 독립 이후의 삶은 익숙한 집 안에서도 문득 집에 가고 싶어지는 낯섦을 안겨준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먼저 말을 건네는 용기, 손을 내미는 마음, 그리고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이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기에, 결국 한 걸음 내딛는 선택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푸른 사자 와니니 8>은 익숙한 세계를 떠나 새로운 시기를 맞이한 이들에게 말한다. 두렵고 서툴러도 괜찮다고,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고. 낯선 곳으로 향하는 모든 여정에 조용하지만 단단한 응원으로 남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