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 제3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대상 수상작 텍스트T 16
유진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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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책을 읽는 것이 괴로웠다.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몰입감 때문일까, 나의 십대가 떠올라서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누군가를 괴롭히는걸 방관한 적도 있고, 괴롭힘을 당해 본 적도 있다. 무리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썼고, 전학 가서는 ‘전학생을 따돌려볼까’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불편한 공기를 마셔야 했다. 하루하루가 버겁고도 힘들었던 시절이었지만, 끝내 버텨내야 했던 그 시간들이 책 속에서 되살아났다.

이 책의 주인공 양유주는 흔히 말하는 왕따, 그림자 같은 아이였다. 모두가 어울리길 꺼리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존재.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트윈’이라는 초록색 알약을 먹고 꿈속에서 전혀 다른 자신을 마주한다. 꿈에서의 그녀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인기 있는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잠에서 깨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꿈속의 이상적인 내가 있는 곳은 누군가에게는 절망적인 현실이고, 정막하고 고단한 나의 현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꿈속의 멋진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 아이러니는 불완전한 십대의 정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누군가에게는 꿈같은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사실 누구나 지금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를 꿈꿔본다. 부족한 나를 채우고, 더 멋진 내가 실제였으면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건 현실의 나다. 누군가 먼저 다가와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혹은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히 누리며 버텨내는 용기를 내야 한다. 그렇게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지금보다 단단한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꿈속의 내가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이해된다. 하지만 그 마음이 오히려 나를 옭아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덮으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내는 모든 이들이 현실 속의 자신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아끼고 받아들이길 간절히 바랐다. 나 역시 쉽지 않은 십대를 지나왔기에, 이 책이 누군가에게 그 시절을 견딜 힘이 되어주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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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어요
토드 파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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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해요’로 시작하는 이 동화는 여러 동물들이 각자 생각하는 강함을 이야기하며 전개된다. 여기서 말하는 강함은 단순히 힘이 세다는 의미가 아니다. 잘못했을 때 사과할 줄 알고, 필요할 땐 도움을 청하며, 친구를 축복해주고 화난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마음의 힘이다. 나를 믿고 끝까지 도전하거나, 친구를 위로하며 기다릴 줄 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여기에 ‘작은 자존심’이 끼어들면 마음은 쉽게 좁아진다. 다른 사람의 응원이나 도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고, 결국 타인을 돌아볼 여유도 사라진다. 그래서 먼저 자기 자신을 잘 돌봐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이 넉넉해지고, 그 여유로 다른 사람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다.

이 부분은 요즘 내가 가장 노력하는 부분과도 맞닿아 있다. 내가 여유롭지 못하면 아이에게 짜증을 내거나 예민해지지만, 스스로를 돌볼 때에야 아이를 더 잘 보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자주 말한다. “네 자신을 먼저 아껴야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어.”

책을 함께 읽은 아이는 자신의 강함이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종이접기를 하며 수없이 실패했지만 결국 세 장의 색종이로 멋진 드래곤을 완성했던 경험이 떠올랐다고 한다.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끝내 해냈던 기억은 아이에게 자신을 믿는 힘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강렬한 색감과 간결한 문장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나는 나를 믿어요’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로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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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음원 - #소원을 들어주는 음악 THE 미스터리
차삼동 지음, 김지인 그림 / 비룡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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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해결된 듯하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불안과 걱정, 그리고 현실적인 아픔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어린이 유튜버 유나는 2년 차 활동 중이지만 구독자는 601명에 불과하다. 반면 민재는 80만 구독자를 가진 인기 유튜버이자 연예인 가족 채널의 주인공이다. 유나는 민재가 부럽고, 우연히 틱톡에서 ‘행운음원’을 본 뒤 구독자가 늘어나길 소원한다. 다음 날부터 소원이 이루어지면서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쉽게 유튜브 채널을 만들지만, 실제로는 가족이나 친구의 구독이 대부분이라 반응은 미미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유나는 촬영과 편집을 혼자 해내며 꾸준히 노력한다. 그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하지만 부모가 연예인이고 전문팀이 지원하는 민재와는 애초에 시작선이 달라, 현실의 벽이 더 크게 느껴졌다. 다행히 민재는 유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좋은 친구였다. 누군가의 어려움에 선뜻 손을 내미는 용기는 언제 봐도 멋진 일이다.

유나와 은서, 민재의 이야기는 “열심히 해도 잘 안 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언젠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과정처럼 보였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라’라는 차가운 말 대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빛을 발할 순간이 온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유나와 민재를 보면서 간절히 응원하게 되었다. 소원의 대가는 두려웠지만, 오싹한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우연히 듣게 된 음원에서 시작된 사건은 추리소설처럼 긴장감을 주었고, 동시에 호러물 같은 서늘함도 더해졌다. 그래서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의 성장과 진심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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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공통점
안성훈 지음, 모예진 그림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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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멀게 느껴지는 부모님과 가족, 이웃집 사람들, 가게 사장님, 선생님들, 치과의사 선생님, 그리고 먼 나라의 펜팔 친구까지. 도무지 공통점이 없을 것 같던 사람들과도 조금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의외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나와 다르다고 선을 긋지만, 차근차근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다 보면 비슷한 점이 보인다. 똑같이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작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기도 하며, 지는 것을 싫어하거나 에너지를 아끼는 습관도 닮아 있다.

작은 화단을 바라보면 이웃 할머니의 정성이 느껴지고, 무섭게만 보이던 치과의사 선생님도 나와 같은 취미를 가졌을 수 있다. 이렇게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낯선 이들에게 말을 걸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가 된다. ‘누구든 공통점은 있으니 먼저 가볍게 말을 건네 보라’는 것이 이 책이 건네는 메시지다.

짧은 인사가 이어져 대화가 되고, 그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즐거움이 쌓여가는 모습은 마치 공통점이 엮어내는 작은 기적 같다. 특히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기다림이 힘들지만, 이 책은 ‘천천히 살펴보고 알아가는 즐거움’을 새롭게 알려주는 놀잇감이 되어 줄 것이다. 나이도, 얼굴도, 관심사도 전혀 다른 누군가일지라도 마음 한켠에서 이어지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은 따뜻한 위로가 된다.

이 책은 언제나 낯을 가리고 어색해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다정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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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쌤과 함께하는 한국사 도장 깨기 3 - 경주 역사 쌤과 함께하는 한국사 도장 깨기 3
조정은 지음, 신동민 그림 / 라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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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와 답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책! 어린이 버전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책은 국립 경주 박물관을 시작으로 남산 국립공원, 대릉원, 황룡사지, 동궁과 월지, 첨성대,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불국사와 석굴암, 양동마을과 옥산서원까지 경주에서 꼭 가봐야 할 주요 유적지를 빠짐없이 소개한다. 단순히 장소 설명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 예약 방법, 해설 시간, 유용한 앱 정보까지 담겨 있어 실제 답사에 꼭 필요한 안내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각 단원 말미에는 학교 교과와의 연결, 가벼운 복습 문제, 활동지(예: 나만의 금관 만들기), 도장깨기처럼 문화재 관람법까지 포함되어 있어 학습과 체험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특히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점은 책 속에 실린 다양한 삽화와 사진, 그리고 딱딱하지 않은 구어체 설명이다. 설화와 이야기를 곁들여 주니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고, 실제로 현장을 방문했을 때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이해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나 역시 아이와 박물관과 유적지를 연달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박물관에서 얻은 지식 덕분에 아이가 먼저 유물을 알아보고 설명해 줄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천년 신라의 중심이었던 경주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풍부한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주는 이 책은 아이와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의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한국사에 관심 있는 학생은 물론, 경주 여행을 계획하는 누구에게나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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