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괜찮은 부모입니다 - 아흔을 앞둔 노학자가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이근후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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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는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괜찮은 부모’라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모 역할에 대해 늘 의문이 많고, 잘하고 있는지 불안함이 더 큰 나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가 되어준다. 수많은 육아서가 ‘방법’을 알려주었다면, 이 책은 한 발 물러서서 상황과 마음가짐을 바라보게 만든다. 이미 잘하고 있으며, 아이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준다.

육아의 목적은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해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의 과한 기대가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이 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인 사춘기, 화 다스리기, 그리고 독립에 관한 이야기가 유난히 크게 마음에 남았다.

사춘기는 생물학적 변화가 폭풍처럼 지나가는 시기이기에 아이의 반항 앞에서 버티기 어려운 순간이 온다. 그럴 때 책은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잠시 거리를 두고 나를 추스른 뒤 다시 아이를 마주하라고 말한다. 화가 난 상태 그대로 아이에게 다가가기보다, 내가 먼저 성숙한 태도로 감정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다.

특히 ‘화’에 관한 부분이 깊이 와닿았다. 화는 다루는 방식에 따라 관계를 무너뜨리기도, 더 단단히 만들기도 한다. 호흡하기, 주의 돌리기, 이완하기 같은 방법을 통해 감정을 다스리고, 왜 화가 났는지 스스로 탐색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특히 감정 조절이 어려운 편인데, 아이도 그대로 따라 하는 모습을 보며 일부러 “지금 화가 나서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어”라고 말해주기 시작했다. 감정을 숨기고 참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방법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아이도 언젠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하게 남은 부분은 ‘독립’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에게서 멀어진다. 사춘기, 성인기, 결혼 등 그 모든 단계는 부모와의 거리두기이자 성장이다. 그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축하하고 응원할 수 있는 정서적 준비가 부모에게도 필요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아마 이 책이 더 편안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저자가 주 양육자의 입장에서 지시하거나 훈계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생의 경험을 가진 노학자의 시선으로 조용히 위로하고 응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에 오래 남는 문장들이 있다. 앞으로도 힘들 때마다 꺼내보며 나를 다시 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해줄 것이다.
“괜찮아. 이미 좋은 부모이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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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째 열다섯 3 - 두 개의 구슬 텍스트T 10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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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째 열다섯을 처음 만났을 때가 문득 떠오른다. 읽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서 완전히 빠져들어서 읽었는데 보통 1,2권이 재밌으면 3권에서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이건 3권조차 너무나 재밌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에 손을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사건까지!
가을이 가진 최초의 구슬이 사실은 두개였고 이 두개를 각각 가진 진과 가을의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로워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도호가 말한 인간은 생태계를 파괴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맞을지도 모른다. 인간만 아니면 지구가 이렇게 크게 파괴될 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살고 있고, 우리가 함께 사는 동물들을 더 존중하고 그들의 삶을 지지한다면 지금처럼 생태계를 해쳐서는 안된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열심히 일을 하던 진의 마음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그 말의 진실이나 주위의 사실 같은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이 때 주위에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 꼭 현재 상황을 알려서 함께 의논하고 결정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가까이 살아도 다 알 수가 없다.
이번 편을 통해 가을은 최초의 구슬을 다루는 훈련을 열심히 했고, 실제로 구슬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앞으로 이 최초의 구슬로 어떻게 이야기가 더 펼쳐질 것인지 무척 기대도 되고 진이 더 나올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나 새로운 일이 펼쳐질 것인지 모든 것이 기대된다. 이렇게 꾸준히 재밌는 책이 잘 없는데 너무 재밌어서 대출예약한 4권이 얼른 내게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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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째 열다섯 2 - 구슬의 무게 텍스트T 5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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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년째 열다섯의 두번째 이야기, 구슬의 무게. 야호족과 호랑족의 통합인 야호랑이 탄생하고 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우두머리인 원호가 가을이 되었다. 본야호, 본호랑이 아닌 종야호인 가을이 우두머리인 것을 모두가 못마땅해 했지만 호랑족의 우두머리격인 가을의 할머니인 범녀가 지지하면서 큰 무리 없이 원호의 자리에 오른다.
원호의 자리는 무겁고 그 자리에서 야호랑을 모두 지키려는 가을은 모든 것이 쉽지 않다. 호랑족의 존재를 알게된 실버제약에 잠입해서 기업 정보를 알아내고 그와중에 야호랑의 일도 관여해야하고 남자친구 신우와의 관계도 어렵다. 자신은 평생을 이 모습으로 살아야하는데 신우는 점점 멋지게 자라고 있으니 인간과 야호로써 우리의 관계는 어떨 것인지 걱정이고 뭐든 쉽지 않다.
1권보다 2권이 더 깊이 있고 내용이 흥미로워서 깊이 빠져들어서 읽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가을은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가을만의 방법으로 지금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인간인 선우와 야호족인 가을의 사랑에 대한 고민이 많이 담겨있었는데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둘이 더 예쁜 사랑을 나누며 지금을 잘 보냈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느라 현재를 놓치기 쉽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하거나 과거에 얽매여 지금을 허무하게 보내버린다.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고 그 지금이 켜켜이 쌓여서 내가 되는 것이다. 지금을 현명하게 잘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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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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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진 해록과 그의 여자친구 해주의 이야기에서 처음 나는 해주가 데이트폭력, 그중에서도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해주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진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채로 교묘하게 뒤섞여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누군가는 타인의 마음을 이용해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하고, 협박으로 점점 옥죄어 가기도 한다. 그 관계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통제력을 잃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똑똑하고 모범생인 해주의 말은 누구나 믿어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평범한 해록의 말은 아무도 귀 기울여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해록을 더 깊은 올가미로 끌어들였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과연 그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랑은 아끼고, 보살피고, 존중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해주는 자신의 상처 때문일 수도 있지만, 결국 무엇이든 자신의 뜻대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멈추지 못했다. “당연히도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문장이 이토록 섬뜩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그것도 청소년소설에서.

해주의 서술은 그를 철저한 피해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독자인 나 역시 그 말에 흔들리며 어느 순간 믿어버린다. 언어와 이야기의 힘이란 얼마나 무서운가.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누구든 이런 사람을 만나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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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자기소개
박성우 지음, 홍그림 그림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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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이름은—”으로 시작되는 자기소개. 새 학기가 되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든 자기소개는 늘 따라온다. 그런데 정작 ‘나를 소개한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걸까? 사는 곳, 가족 구성, 장단점만으로 내가 온전히 드러날까? 막상 자기소개를 하라 하면 어른도 머릿속이 하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바로 그 막연함을 덜어주며 자기소개가 어떤 방향을 가질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책은 내가 즐기는 운동, 좋아하는 노래, 아끼는 물건, 단골 가게, 좋아하는 영상, 더 잘해보고 싶은 것처럼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들로 자기소개를 풀어낸다. 어쩌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말은 특별한 스펙보다도,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바꾸고 싶은 부분·최근 고민·마음에 남는 말 같은 것들에서 훨씬 선명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공감되고, 더 오래 기억되는 소개가 된다.

특히 책의 말미에 전하는 “내가 듣기 싫은 말을 누군가에게 먼저 던지지 않는 것”, “같이 있고 싶고, 함께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문장은 자기소개를 넘어 관계에 대한 다정한 안내처럼 느껴진다. 매 주제의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작가의 편지는 상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조용히 들려주는 듯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국 자기소개란 ‘나는 이런 사람이야, 잘 지내보자’ 하고 건네는 첫 인사이자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이다. ‘열두 살 자기소개’는 열두 살의 세계를 넘어 앞으로 마주하게 될 더 넓은 관계의 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기소개를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차분히 알아가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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