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록 선명해진다 - 내 안의 답을 찾아 종이 위로 꺼내는 탐험하는 글쓰기의 힘
앨리슨 존스 지음, 진정성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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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일기쓰기를 목표로 삼곤 하는데, 정작 지켜본 적은 별로 없었다. 하루하루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특별히 기록할 일이 잘 없기도 하고, 글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기에는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매년 쓰지 않은 다이어리만 쌓여가던 중, 올해도 ’뭐라도 써보자’하는 목표를 세웠지만 역시나 지키지 못하며 마음 한 구석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읽게 된 ‘쓸수록 선명해진다’는 글쓰기에 어떠한 핑계도, 부담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단 6분만 시간을 내면 된다는 저자의 말은 직장인인 나에게도 꽤 솔깃하게 다가왔다. 하루 24시간 중 단 6분을 글쓰기에 쓰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사실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프런트페이지 출판사에서 진행한 탐험쓰기 챌린지를 통해 글쓰기의 힘을 새삼 체감하면서 탐험쓰기의 매력에 깊이 매료되었다.


 탐험쓰기란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탐험하도록 돕는 글쓰기로, 자유롭게 지금의 생각과 감정을 종이에 적어 내려가는 활동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글이 아니기 때문에 솔직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이 책의 저자인 앨리슨 존스는 탐험쓰기에서 중요한 점은 효율이 아니라 ‘새로운 발견’이라고 강조한다. 탐험쓰기를 하는 동안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하여 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진실을 발견하고 자신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그렇다고 탐험쓰기가 온전히 개인적 삶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탐험쓰기를 직장생활에 어떻게 적용하여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한다.


 책에서는 탐험쓰기의 개념과 효과, 뇌과학적 근거부터 구체적인 실천 방법과 가이드라인, 그리고 6분의 글쓰기를 확장해 일상에 적용하는 실질적인 방법까지 알려준다. 특히 부록에 실린 탐험쓰기의 첫 문장들은 초보 탐험가들이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문장들(내가 지닌 최고의 장점은, N살의 나에게… 등)부터 좀 더 일상적인 문장들(지금 당장 기쁘게 여길 수 있는 일은, 이번 주를 되돌아보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등), 업무와 관련된 문장들(내가 이 프로젝트에서 만들어내는 변화는, 내일 당장 타이핑을 하지 못한다면 내 직장에 일어날 일은… 등)이 골고루 있기 때문에 원하는 문장을 골라서 쓰기만 하면 된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점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면서도 내 삶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했다는 점이다. 뇌는 어떤 질문을 받든 대답을 떠올리게 된다는 ‘본능적 정교화’ 개념을 배우고 나서, 질문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귀인 편향’에 대한 부분을 읽고, 무의식적으로 나 역시 타인을 편향된 시선으로 대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를 의식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10일간의 탐험쓰기 챌린지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매일 탐험쓰기를 이어가려고 한다.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내고, 타인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점차 희미해 지고 있었던 내 삶이 단 6분의 탐험쓰기를 통해 좀 더 풍부해 지고, 총천연색으로 빛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올해의 글쓰기 계획은 여느 해와 달리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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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선명해진다 - 내 안의 답을 찾아 종이 위로 꺼내는 탐험하는 글쓰기의 힘
앨리슨 존스 지음, 진정성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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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써야할지 모르겠다는 핑계로 글쓰기를 미뤄왔다면, 이 책은 지금 당장 펜을 들어 뭐라도 쓰라고 말한다. 딱 한 문장만 써보자. 그다음부터는 술술 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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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 - 지구, 인간, 문명을 탄생시킨 경이로운 운석의 세계
그레그 브레네카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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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별똥별은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였지만, 나에게 운석은 "지구 밖에서 날아온 위협적 존재"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남아 있었다. 아마 공룡 멸종설, 2013년 첼랴빈스크 운석우 사건, 혹은 영화 아마겟돈 같은 운석의 대중적 이미지 때문일지도.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의 저자는 운석에 대한 이러한 편견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이 책은 운석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다루지만, 저자의 명료하고 유머러스한 설명 덕분에 독서의 진입장벽은 낮았다. 과학뿐만 아니라 인류학, 역사, 철학적 통찰까지 다루며 독자를 끌어당겼고, 특히 저자의 아재 개그는 책을 읽는 내내 피식피식 웃게 만든다.


 책의 제목,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째, 물리적 차원에서 칼 세이건이 말한 "우리는 별에서 온 존재"라는 진리를 상기시킨다. 둘째, 초기 지구와 운석의 충돌이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과 물질을 제공했다는 과학적 발견을 반영한다. 이 역할은 현대까지 이어져, 운석은 여전히 우주의 필수 영양소와 원재료를 지구에 전달하는 우주적 운송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철이다. 지구 표면에는 금속성 철이 거의 없고, 철광석을 제련할 기술이 없던 멀고 먼 과거에 운석 철은 가공이 쉬워 인류 문명이 최초로 활용한 철이었다. 여러 고대 청동기 문명에서 발견된 철 장신구나 무기가 이를 증명한다. 이는 인류가 철기 문명에 접어들기 전부터 운석 철을 활용해 무기와 귀중품을 제작했음을 보여준다.


 책은 운석과 인류의 관계를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광범위하게 조망한다. 고대 문명에 남겨진 운석에 대한 기록은 당시 사람들이 운석을 미지의 두려움으로 여겼음을 잘 보여준다. 중세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도그마가 지배적이어서 운석조차 지구 내부에서 생성된 것으로 여겨지던 시기도 있었다.


 현대 과학의 발전 덕분에 이제 우리는 운석이 우주에서 온 존재라는 것을 알지만, 보통 사람들이 운석에 대해 아는 지식은 그리 깊지 않다. 저자는 운석이 주로 어디에서 채집되고 관리되는지, 운석을 왜 연구해야 하며, 이를 통해 어떤 과학적 사실을 알 수 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월석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지만, 화성에서 온 운석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운석 하나쯤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책은 사람들이 흔히 가지는 걱정, 즉 "거대 운석이 날아와 지구를 파괴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다룬다. 통계적으로 언젠가 거대 운석이 지구를 위협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파괴하거나 궤도를 수정하려는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일상의 소소한 걱정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동안, 어딘가에서는 먼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세상을 보는 관점을 확장시키며 과학 발전의 의의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운석학에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재치 있는 말로 마무리한다. 초기 태양계의 비밀을 간직한 운석을 연구하는 것은 곧 인류의 기원을 탐구하는 일과 같다. 운석학이 학문으로 인정받은 지 오래되지 않았고 여전히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운석이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우주의 보석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는 길가의 돌을 볼 때도, 혹시 운석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운석은 우리가 인간성을 발전시키기까지 걸어온 여행에서,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여행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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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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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에세이에서 다정한 필치로 만났던 가랑비메이커 작가의 문장들을 이전부터 천천히 곱씹으며 자주 들춰보곤 했다. 그 문장들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궁금했는데, 이번에 작가의 작업일지를 읽게 되었다.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라는 제목부터가 따뜻하다. 읽는 내내 마치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작가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 듯해 에세이로 접했을 때보다 더 가깝게 느껴졌다.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창작가이자 1인 사업가의 삶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웠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삶을 살고 있음에도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내가 대하는 문장과는 결이 다르지만, ‘지난밤에 남긴 마지막 문장을 낯선 마음으로 마주하는 일’(어제의 목소리들에게, 105p)이라는 문장은 내게도 익숙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매번 지난한 어제의 연장선, 마무리 짓지 못한 과거의 것으로만 받아들였던 그 문장을 낯선 마음으로 마주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 한참 그 페이지에서 서성였다.


 ‘나의 마음은 늘 ‘하다만’ 것들 뿐이었다’(계산할 줄 모르는 마음, 85p)라는 문장 역시 주위 사람들에게 무심했던 나를 찌르는 듯했다. 왜 나는 항상 조금 더 힘을 주지 않았을까, 왜 조금 더 움직이지 않았을까. 그만큼 바빴던 것일까, 아니면 내 마음이 거기까지였던 것을 바쁘다는 핑계로 숨기고 있었던 것일까. 이 질문에 한참 매여 있었다.


 글을 읽는 내내 작가의 말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나의 미래 친구, 180p)’을 깨달았다. 어쩌면 삶의 본질은 결국 통할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이렇게 글로써 연결되어 누군가의 진심을 읽고 공감의 지점을 발견하는 순간은 팍팍한 일상 속에서 한줄기 낭만적인 가랑비 같은 경험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내가 과연 누군가에게 진심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던가, 요즘 나는 무엇을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부딪혔다. 어느 순간부터 진심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에게 부담스러워졌다. 진심을 표현한다는 건 마음을 드러내고, 무언가 노력한다는 의미이고, 그로 인한 모든 감정의 파도와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그래서인지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랑비메이커 작가의 담담한 문장들은 오히려 소박하고 가벼운 진심이 더 멀리 퍼지고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진심을 담은 작은 순간들은 결국 서로를 이어주는 실이 된다는 것도. 이 책은 단순한 작업일지를 넘어, 그런 순간들을 발견하고 깊이 음미할 수 있게 해줬고, 나도 특별할 것 없는 하루의 작은 순간들에도 진심을 담아보자는 의지를 다지게 해주었다. 그 진심이 커다란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조곤조곤한 속삭임일지라도 괜찮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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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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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는 좋아해도 나방은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사실 나비도 무섭지만) 나방을 무서워 하는데, 특히 여름밤 핸드폰 불빛이나 거리 조명에 달려드는 나방들을 볼 때면 깜짝깜짝 놀란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 나방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에서 저자는 나방을 매개체로 지구의 생태 전반을 다룬다. 나방 하나로 시공간을 넘나드면서,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사실 생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여서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들이 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탐구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이 책은 저자가 나방 덫(듣기만 해도 공포스럽다)을 설치해 채집된 나방을 분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저 밤에 활동하는 칙칙한 생명체인줄 알았던 나방이 알록달록한 색을 지녔거나, 낮에 활동하는 나방들도 있다는 사실부터가 신선하다. 심지어 진홍나방은 나방보다는 나비에 가깝게 생겼다. 


 수많은 나방들은 각자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한다. 종간 경쟁뿐만 아니라 종내에서도 경쟁이 펼쳐진다. 포식자가 다른 종에겐 피식자가 되는 물고 물리는 관계가 얽히고 설킨다. 이 과정에서 어떤 종은 작아지고, 어떤 종은 커진다. 여기에 이주나 분화, 멸종과 같은 변수까지 더해지면, 자연의 복잡한 질서 속에서 유지되는 생태계가 얼마나 연약한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생태계의 일원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행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저자는 인간이라는 종이 자연에 가하는 파괴적 압력과 그 결과에 대해 보여준다. 이미 종간 경쟁에서 승리한 인간은 다른 종의 이주나 최악의 경우 멸종을 야기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셧다운으로 사람들이 극도로 활동을 자제했던 시기, 맑아졌던 하늘과 물, 다시 나타난 동물들은 인간이 생태계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생태계를 돌아보는 여정은 나방에서 시작해 나방으로 마무리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젠 나방이 무섭지 않다면 거짓이지만, 앞으로는 나방이나 다른 생명체를 볼 때마다 저자의 마지막 문장이 생각날 것 같다. ‘그들의 존재는 자연의 규칙과 냉혹한 우연의 산물이며, 이러한 압력으로 빚어진 보석과도 같다. 에메랄드, 진주, 루비… 그렇게 아름다운 보석처럼 그들은 탄생했다.’ 우리는 그렇게 보석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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