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 - 대낮의 인간은 잘 모르는 한밤의 생태학
팀 블랙번 지음, 한시아 옮김 / 김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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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는 좋아해도 나방은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사실 나비도 무섭지만) 나방을 무서워 하는데, 특히 여름밤 핸드폰 불빛이나 거리 조명에 달려드는 나방들을 볼 때면 깜짝깜짝 놀란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면 나방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을까 해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나방은 빛을 쫓지 않는다'에서 저자는 나방을 매개체로 지구의 생태 전반을 다룬다. 나방 하나로 시공간을 넘나드면서, 복잡하게 얽힌 생태계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다. 사실 생태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여서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들이 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탐구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이 책은 저자가 나방 덫(듣기만 해도 공포스럽다)을 설치해 채집된 나방을 분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저 밤에 활동하는 칙칙한 생명체인줄 알았던 나방이 알록달록한 색을 지녔거나, 낮에 활동하는 나방들도 있다는 사실부터가 신선하다. 심지어 진홍나방은 나방보다는 나비에 가깝게 생겼다. 


 수많은 나방들은 각자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한다. 종간 경쟁뿐만 아니라 종내에서도 경쟁이 펼쳐진다. 포식자가 다른 종에겐 피식자가 되는 물고 물리는 관계가 얽히고 설킨다. 이 과정에서 어떤 종은 작아지고, 어떤 종은 커진다. 여기에 이주나 분화, 멸종과 같은 변수까지 더해지면, 자연의 복잡한 질서 속에서 유지되는 생태계가 얼마나 연약한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생태계의 일원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행운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저자는 인간이라는 종이 자연에 가하는 파괴적 압력과 그 결과에 대해 보여준다. 이미 종간 경쟁에서 승리한 인간은 다른 종의 이주나 최악의 경우 멸종을 야기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셧다운으로 사람들이 극도로 활동을 자제했던 시기, 맑아졌던 하늘과 물, 다시 나타난 동물들은 인간이 생태계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고 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생태계를 돌아보는 여정은 나방에서 시작해 나방으로 마무리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젠 나방이 무섭지 않다면 거짓이지만, 앞으로는 나방이나 다른 생명체를 볼 때마다 저자의 마지막 문장이 생각날 것 같다. ‘그들의 존재는 자연의 규칙과 냉혹한 우연의 산물이며, 이러한 압력으로 빚어진 보석과도 같다. 에메랄드, 진주, 루비… 그렇게 아름다운 보석처럼 그들은 탄생했다.’ 우리는 그렇게 보석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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