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해방 - 치매, 암, 당뇨, 심장병과 노화를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피터 아티아.빌 기퍼드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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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심장병, 암, 치매

말만 들어도 두려운 질병들이다. 가족력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겐 당뇨와 암이 가족력이 있는 질환이라 신경이 쓰인다. 특히나 최근에 양성종양이 발견되어 추적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런데도 부키 출판사에서 4가지 질병 중 하나의 샘플북을 고를 수 있다는 글을 보고서는 치매를 선택했다. 당뇨나 암은 이미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고,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지만 치매는 저자도 말하듯이 발견하면 이미 늦었고, 현재 치료제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치매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도 괴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꼭 피하고 싶은 질병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도 있고 다른 병도 가족들의 간병부담이 크겠지만 치매는 환자가. 점점 기억과 자아를 잃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가족의 입장에서도 환자가 사실상 타인이나 다름없어진다는 점에서 본인의 부담도 가족의 부담도 더 크다고 생각한다.

치매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우리가 아직도 치매에 대해 모르는 게 정말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치매의 치료법이 아직 없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밀로이드의 축적이라고 알고 있었던 발병원인도 가설에 불과하다는 점은 새롭게 안 사실이었다. 발병기전을 정확히 모르니 딱 맞는 치료법이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치매의 예방을 강조하고,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치매의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 수면, 영양 등을 제시하는데, 사실 이 책에서 건강 장수의 비결로 운동, 수면, 영양, 정서안정 4가지를 꼽는다. 너무나도 뻔한 소리지만 사실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어떻게 잘' 실천할 것인가? 당장 유튜브와 인터넷에 수 백 수 천가지 운동법과 함게 수많은 건강 정보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나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내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마찬가지이다.

샘플북에는 건강장수의 4가지 요소 중 운동의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는데, 저자가 제시한 백세인 10종 경기가 흥미롭다. 백세인 10종 경기란 우리가 남은 평생 동안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신체 활동으로, 2.3kg 장바구니 2개 들고 5블록 가기, 비행기에서 9kg 여행가방을 들어올려 머리 위 수화물칸에 넣기 등 정말 일상생활과 밀접한 활동들이다. 지금은 쉽게 수행할 수 있는 활동들이지만 나중에 100세가 되어서도 이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실제 책에는 이러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고 해서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운동 외에도 영양, 수면, 정서안정에 대해서도 상세한 행동법칙들이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제시되어 있을 것 같아 더욱 기대가 된다.

오래 사는 것이 예전에는 복이었다지만, 이제는 오래 사는 것이 리스크인 세상이다. 건강하지 않게 오래 산다면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고통이다. 행복한 삶은 건강에서 오는 법이다. 그리고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건강 장수의 비법을 이 책에서 얻어가고 싶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샘플북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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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물리학 - SF가 상상하고 과학이 증명한 시간여행의 모든 것
존 그리빈 지음, 김상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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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번쯤은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미래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거나. 우리는 현재만을 인지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과거 또는 미래로 떠난다는 시간여행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고,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수많은 SF소설과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SF 장르가 아닌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도 회귀 설정은 이제 너무 흔해서 식상할 정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여행은 실현 불가능한, 상상의 영역에 불과히다고 생각해 왔다. 이 책은 그에 대해 시간여행은 가능하다는 답을 내린다. 다만 그 시간여행이 우리가 흔히 SF에서 보는 방식이 아닐 뿐. 


 저자는 시간여행에 대한 9가지 고찰을 토대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힌다. 실제로 이 책의 원제는 Nine Musings on Time이다. 1단계에서 6단계까지는 물리학 이론을 토대로 시간여행의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7단계부터 9단계까지는 시간여행의 작동방식과 타임 패러독스에 대해 다룬다.


 물리학 때문에 이과를 포기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볼 때마다 이해하기 어려운 특수 상대성 이론의 시간 지연과 길이 수축부터 시작해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양자역학 등... 어디서 들어보긴 했다 싶은 수준의 내용들을 전문적으로 파고들려니 오랜만에 책 읽으면서 지적 노동을 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지금도 '그래서 왜 시간여행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논리정연하게 대답할 자신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이 책 읽기를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 대한 이해와 별개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간 내가 세상을 이해해왔던 관점과 다르게 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 책에서 다룬 많은 이론들 중 특히 인상깊었던 내용이 7~8단계에서 다룬 블록우주와 세계선 개념이었다. 엄밀히는 다른 개념이지만, 평행우주를 떠올리면 된다. 영화에서 볼 때는 그저 판타지적 장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물리학 이론이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심지어 우주가 작은 우주를 낳고 진화한다는 거품우주나,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 등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가설들이 있었다. 또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진 궤적인 세계선, 시간선이라는 개념도 흥미로웠다. 이 이론들대로라면 시간여행도 내가 서 있는 시간선의 과거나 미래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블록, 다른 시간선으로 떠나게 되고, 나의 행위로 인해 시간선이 분기하게 된다. 


 아서 클라크의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 절실하게 느꼈다. 물리학 지식이 짧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자가 펼치는 주장들,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거나 평행우주론 등은 과학이라기보단 마법처럼 느껴졌다. 시간여행은 어릴 때나 하던 상상이라 치부하며 현실에 치여 현재를 살아내는데 급급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현재를 벗어나 마법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은 그저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낸 감각이라는 말을 보며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는 없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책 중간중간 인용되어 있는 SF 작품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SF를 안 읽은 지 좀 됐는데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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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공학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유전공학의 발전과 논쟁 굿모닝 굿나잇 (Good morning Good night)
예병일 지음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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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멘델의 법칙에서 시작해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전공학 기술의 발전과정과 논쟁점을 짚어본다. 생물학은 고교 정규과정 이후 담 쌓고 살아온지라 책이 설명이 어렵긴 했지만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현대 유전공학이 어디까지 발전해 앞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유전공학에 대해 아는 내용은 중학생 때 배운 멘델의 법칙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온 기술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대강 유전공학이 어떤 길을 거쳐왔는지는 알 수 있었다.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유전공학도 수많은 학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를 통해 인간은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질병으로부터의 자유에 한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제는 익숙해진 PCR이나 mRNA가 무엇이고 어떤 원리인지 이제서야 알게 되었고, 복제에 듀플리케이션과 클론이라는 2가지 유형이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또 들어는 봤지만 뭔지는 정확히 몰랐던 크리스퍼와 그 잠재력까지,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사실 찾아볼 일도 없다) 유전공학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사실 교양을 쌓는 목적으로는 이 정도 지식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생명을 다루는 학문인만큼 유전공학은 윤리적 질문과 떼어낼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기술적 부분의 이해보다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이 책의 3장은 유전공학이 촉발한 논쟁에 대해 다루는데,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 우리에게 친숙한 콘텐츠를 빗대어 설명하니 더욱 이해하기 쉬웠다. '멋진 신세계'나 '가타카' 등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다뤄진 유전자 계급론부터 인간복제는 안 나오면 섭섭한 내용이고,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경기 실력을 높이는 도핑의 내용은 역시 인간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또한 최근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특정 질병이 발병할 확률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들이 많은데 이러한 유전자 정보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다. 


 저자도 마지막에 강조하지만, 유전자가 우리의 삶을 전부 결정하지는 않는다. 유전공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도 간단한 테스트로 자신의 유전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 정보는 개인을 좀 더 건강한 삶으로 이끄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유전정보는 정보에 불과하고, 유전정보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178p). 이런 일이 일어나는 순간 우리가 수많은 디스토피아 SF에서 보았던 그런 세상이 펼쳐질테니. 앞으로도 유전공학 기술은 발전할테고,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인간의 손에 달려있다. 유전공학의 발전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에 어떤 길로 우리를 이끌 것인지 우리 모두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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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0 (완전판) - 푸아로의 크리스마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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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작에 이어서 한 가족, 리 집안이 등장한다. 부유하고 괴팍한 아버지 시메온 리, 순종적이다 못해 아버지에게 의존적인 큰 아들 앨프리드 리와 그의 아내 리디아, 재산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의무는 다하는 속물적인 둘째 아들 조지 리와 부인 맥덜린, 어머니에 대한 애정으로 아버지를 증오하는 셋째 아들 데이비드 리와 아내 힐다, 그리고 아버지를 가장 닮았지만 반항적이고 범죄성향이 짙은 막내 아들 해리 리, 죽은 딸 제니퍼가 남긴 손녀 필라르 에스트라바도스. 그리고 리 가문사람은 아니지만 시메온의 동업자였던 에버니저 파의 아들 스티븐 파까지.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시간적 배경은 크리스마스로, 각 장도 12월 22일부터 12월 28일까지의 날짜로 되어 있으며, 일주일간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온 가족이 모여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서로의 관계를 다지는 시기이다. 그렇다 보니 일반적인 가족 미스터리와 같이 공간적 배경은 시메온 리의 저택, 고스턴 홀로 한정된다. 이 저택에 사람들이 모이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위에서도 소개했지만 이 네 아들들은 성격이 제각각인데다 서로 친하지도 않다. 특히 첫째 앨프리드와 막내 해리는 해리가 말하듯 한번도 친했던 적이 없다. 앨프리드는 해리를 가문의 수치 정도로 여기고, 해리는 그런 앨프리드가 고루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항상 점잔한 체 하고 있는 조지와 예민하고 불안정한 데이비드까지.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가족들이 모였지만 따스한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긴장감만 흐른다.


 시메온 리는 저런 아들들을 보며 자신의 뒤를 이을 아들 하나 없다고 한탄하고, 외려 처음 본 손녀 필라르에게 본인이 속내를 털어놓는다. 시메온 리 또한 평범한 사람은 아닌데, 남을 속이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 사악한 짓을 저질렀고, 여성편력도 화려하다. 그나마 본인 스스로 사악하게 살았다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나름의 자기 객관화는 하고 있는 인물이긴 하다. 자기 중심적이고 다혈질인 인물이지만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해서 자신이 두 며느리, 리디아(앨프리드의 아내)와 힐다(데이비드의 아내)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한다.


 기껏 가족들을, 심지어는 한동안 떠나있던 해리까지 부른 시메온 리는 정작 크리스마스 이브날 온 가족을 모아놓고는 가족들에게 분노를 터트리고, 이내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때마침 등장한 서즌 경정이 상황을 파악하고 이내 수사가 시작되고, 3막의 비극으로 경찰서장 존슨 대령과 인연을 맺었던 푸아로도 등장한다.


 다이아몬드 원석이 도난된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서즌 경정과 푸아로는 가족들과 손님인 스티븐 파와 이야기를 나누며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과거가 탄로나기도 하고, 성격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면서 독자적인 캐릭터성을 구축해 나간다. 워낙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강해서 이 많은 인물상이 이 한 작품에서 다 소진되는 점이 아쉬울 정도이다. 


 푸아로 또한 시메온 리가 지닌 성격, 그 캐릭터성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결국 드러난 진실은 황당하기 까지 하다. 시메온 리 스스로가 자신의 여성편력에 대해 말하긴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알고 보니 얘도, 쟤도 시메온 리의 아들이었다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시메온 리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후회는 안 한다고 했지만 그 결과가 자신이 처참한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다르게 생각했을까.


 사건 해결 후 해리는 앨프리드와 화해를 한 뒤 떠나고, 조지는 여전히 한껏 점잔을 빼며 호들갑을 떤다. 데이비드는 시메온 리의 죽음 이후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극복하고 평안을 되찾는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고 고스턴 홀에 남은 앨프리드와 리디아. 앨프리드 또한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리디아와 새로운 삶을 살겠다 다짐한다. 필라르와 스티븐은 결혼해서 남아프리카로 살겠다고 하고, 모두가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되살려 각자의 행복을 찾아 일상으로 돌아간다. 사실 가장 불쌍한 사람은 졸지에 부하를 잃은 존슨 대령이 아닐까...

"스페인에 이런 속담이 있어요. ‘신이 말씀하시기를 원하는 것을 취하면 그 값을 치러야 하는 법이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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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인문학 -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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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종종 엘리베이터에 갇히거나, 새카만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악몽을 꾸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키 크는 꿈이라고 했지만 글쎄, 딱히 키가 자라지는 않았다. 성인, 특히 직장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뭔가 꿈을 꾸는 것 같기는 한데 눈을 뜨면 의식의 저편으로 스르르 사라지고 꿈을 꿨다는 희미한 인상만 남을 뿐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


 꿈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신비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꿈을 꾼 본인만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도 아니다. 내가 알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뇌의 작용에 의해 기억의 편린들이 꿈에 표출되고, 자각몽이나 예지몽을 꾼다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꿈을 꾸면 길몽이라더라 아님 흉몽이라더라 하는 식의 꿈 해몽도 많이들 찾아본다. 그런데 꿈이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건설을 가능하게 한 원천이라니, 무슨 말일까.


 이 책은 꿈과 관련한 지식이 총망라된 서적이다. 저자의 19년간의 연구결과가 담긴 책이라고 하는데 정말 꿈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다루고 있는 학문만 해도 역사, 정신분석학, 생화학, 뇌과학, 유전학 등등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꿈이 주제인만큼 악몽, 예지몽, 자각몽 등 다양한 꿈의 유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고대에는 신이 주는 메시지라고 여겨졌던 꿈이 무의식의 활동이라는 이성의 영역으로 옮겨지고,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고대의 사람들은 꿈을 통해 영혼이나 신과 같은 관념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주술, 종교로 발전하며 문화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농경으로 정착생활을 하게 되고 도시가 형성되면서 인간 세계의 복잡성은 더욱 커지고 상상의 영역도 덩달아 확장되면서 꿈 또한 더욱 다채로워졌다. 꿈과 인간의 의식, 그리고 문명 세계는 서로 상승작용을 통해 더욱 발전했다.


 저자는 꿈을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미래에 대한 예상의 확률론적 시뮬레이션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른 '꿈은 목적지를 보여주지만 도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486p)'.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저자는 자각몽을 통해 인류가 꿈을 의식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내면 속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인류는 다시 한번 의식의 도약을 이루고, 현대사회에 산재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인만큼 두께도 만만치 않고, 내용도 쉽지 않다. 한번 읽어서 될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독한 것만으로도 꿈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내 편협한 시야가 확 트이면서 꿈이라는 무의식의 활동이 의식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간 꿈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밤의 나는 어떤 꿈을 꿀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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