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인문학 - 인간의식의 진화에서 꿈의 역할은 무엇인가
싯다르타 히베이루 지음, 조은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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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종종 엘리베이터에 갇히거나, 새카만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악몽을 꾸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키 크는 꿈이라고 했지만 글쎄, 딱히 키가 자라지는 않았다. 성인, 특히 직장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뭔가 꿈을 꾸는 것 같기는 한데 눈을 뜨면 의식의 저편으로 스르르 사라지고 꿈을 꿨다는 희미한 인상만 남을 뿐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


 꿈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신비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꿈을 꾼 본인만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경험도 아니다. 내가 알 수 없고, 통제할 수도 없는 뇌의 작용에 의해 기억의 편린들이 꿈에 표출되고, 자각몽이나 예지몽을 꾼다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꿈을 꾸면 길몽이라더라 아님 흉몽이라더라 하는 식의 꿈 해몽도 많이들 찾아본다. 그런데 꿈이 인류의 진화와 문명의 건설을 가능하게 한 원천이라니, 무슨 말일까.


 이 책은 꿈과 관련한 지식이 총망라된 서적이다. 저자의 19년간의 연구결과가 담긴 책이라고 하는데 정말 꿈에 대해서 깊이 있게 탐구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다루고 있는 학문만 해도 역사, 정신분석학, 생화학, 뇌과학, 유전학 등등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 꿈이 주제인만큼 악몽, 예지몽, 자각몽 등 다양한 꿈의 유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고대에는 신이 주는 메시지라고 여겨졌던 꿈이 무의식의 활동이라는 이성의 영역으로 옮겨지고,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고대의 사람들은 꿈을 통해 영혼이나 신과 같은 관념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주술, 종교로 발전하며 문화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농경으로 정착생활을 하게 되고 도시가 형성되면서 인간 세계의 복잡성은 더욱 커지고 상상의 영역도 덩달아 확장되면서 꿈 또한 더욱 다채로워졌다. 꿈과 인간의 의식, 그리고 문명 세계는 서로 상승작용을 통해 더욱 발전했다.


 저자는 꿈을 과거에 일어난 사건과 미래에 대한 예상의 확률론적 시뮬레이션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른 '꿈은 목적지를 보여주지만 도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486p)'.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저자는 자각몽을 통해 인류가 꿈을 의식의 영역으로 확장하여 내면 속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인류는 다시 한번 의식의 도약을 이루고, 현대사회에 산재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인만큼 두께도 만만치 않고, 내용도 쉽지 않다. 한번 읽어서 될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독한 것만으로도 꿈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내 편협한 시야가 확 트이면서 꿈이라는 무의식의 활동이 의식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간 꿈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밤의 나는 어떤 꿈을 꿀지, 기대가 된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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