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리베카 머카이 지음, 조은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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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에 학교를 다닌 ‘여’학생으로서 어떤 일을 겪었냐고 물으면, 동급생으로부터의 성희롱이나 성인지 감수성 떨어지는 선생님들의 무심한 발언들이 떠오른다. 지금이라면 문제가 됐겠지만 당시에는 다들 혈기왕성한 때라 그렇다면서 그냥 넘어가곤 했었다. 나 역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기에, 잊고 지낸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리베카 머카이의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를 읽으며, 그 잊힌 기억들이 다시 떠올랐다.


 이 소설은 사립고교인 그랜비에서 90년대에 인기 많은 여학생, 탈리아가 살해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화자는 탈리아의 룸메이트였던 보디 케인으로, 그녀는 당시 탈리아와 그리 친밀한 관계는 아니었다. 90년대 10대였던 그녀가 2020년대 중년이 되어 이 사건에 다시 깊이 발을 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는 단순한 사건 해결을 넘어 여성들이 당해 온 성폭력과 사회적 권력 관계를 파헤친다. 보디는 탈리아 살인사건에 오래 전부터 천착해 왔는데, 이는 그 시대에 묻혀버린 폭력의 흔적들을 밝혀내기 위해서다. 그녀가 학생 시절에 동급생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수치심을 어엿한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안고 산다는 점을 보면 성폭력이 개인의 삶에 얼마나 깊은 상흔을 남기는지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그 당시 소위 ‘잘나가던’ 여학생들 역시 유사한 경험을 했다는 점은 교내 성폭력이 얼마나 만연했는지, 이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뒤쳐져 있었는지 보여준다.


 보디는 줄곧 여성에 대한 폭력에 문제의식을 가져온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조차도 남편이 미투 운동 속에서 그루밍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자 깊은 내적 갈등에 빠진다. 평소라면 분노했을 문제 앞에서, 정작 자신의 가까운 사람이 연루되자 냉철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 단순한 사고방식이 실제 현실에서는 얼마나 복잡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보디는 그랜비의 제자들과 함께 탈리아가 죽은 사건에 대해 파헤치게 되고, 진실에 가까워진다. 이 과정에서 팟캐스트나 유튜브와 같은 SNS를 적절히 사용하는 모습은 현대 미디어 환경의 명과 암을 두루 보여준다. 사실 그녀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 줄곧 한 인물을 의심하는데, 사건의 진실과 그의 관계가 어떻게 밝혀지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소설의 감상 포인트이며, 그루밍 성폭력에 대해 깊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결말도 지극히 현실이고 담백해서 이 소설답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는 우리가 잊고 있거나 외면했던 여성 폭력의 현실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90년대에는 문제라고 생각도 못했던 그루밍 성폭력과 같은 권력형 성범죄가 시대가 흐르며 범죄로 조명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 많다. 미투 운동 이후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수많은 피해자들은 여전히 침묵을 강요당하고, 때로는 피해 사실조차 가십거리로 소비된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각자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해서 우리는 언제쯤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당신도 팔이나 다리 같은 그 기계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 당신은 사슴에게 총을 쏴 총상을 입혔고, 그래서 사슴은 두 번째 사냥꾼이 왔을 때 더는 달리지 못했다. - P483

"그 여자 얘기 들어봤을 거예요."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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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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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로 이민 간 조선인들과 사진 신부는 근현대사 시간에 한 토막의 이야기로 접한 것이 전부였다. 본문 한두 줄에 교과서 한 귀퉁이에 짧은 코너로 소개된 그들의 모습은 고된 노동에 지쳐 있었다. 그당시엔 식민지 시절, 나라 잃은 설움이 어딜 가든 덜어졌을까, 어디에서나 힘들게 살았겠지 하고 무심하게 지나쳤었는데, ‘알로하, 나의 엄마들’에서 만난 이들의 삶은 강인한 생명력과 희노애락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각자의 사정은 다르지만, 조선에서보다는 잘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머나먼 하와이로 떠난 사진 신부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나이나 경제적 여건을 속인 신랑들이다. 설레야 할 신랑 신부의 첫 만남은 신부들의 통곡으로 가득 찬다. 조선으로 돌아가겠다 하지만 여비를 구할 수 있을리도 없고, 결국 퉁퉁 부은 눈으로 결혼식을 치른 사진 신부들은 신랑들의 거주지에 따라 여기저기 흩어진다.


 자신을 속인 신랑 외에도 그들을 기다리는 고된 노동과 백인들의 멸시, 차별은 그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할퀴지만, 먼저 온 한인 이주자들의 도움과 단단한 의지로 그들은 머나먼 타지에서 악착같이 삶을 일구어 낸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버들도 남편의 첫사랑으로 마음고생을 하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들의 고단한 삶은 당시의 굴곡진 역사와도 궤를 같이한다. 어려운 살림에도 조선 독립을 위해서 너나 없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에는 마음이 뜨겁다가도, 독립운동 파벌이 나뉘어 서로 대립하고, 친하게 지내던 이들이 갈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답답해진다. 여기에 버들의 남편 태완이 독립운동에 매진하느라 가정에 소홀할 때는 그를 응원하면서도, 가장 노릇까지 해야 하는 버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워진다. 독립운동가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 또한 얼마나 인고의 시간을 버텨왔을지, 새삼 존경심이 치솟는 순간이다.


 버들이 숱한 고난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연대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와이에 처음 온 버들이 이내 적응했던 것도 캠프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고, 태완이 떠난 시간을 견뎌낸 것도 홍주와 송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버들과 홍주가 다툰 뒤 다시 화해하는 장면에서는 정치적 입장이나 의견을 떠나 순수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 힘을 합치는 모습이 뭉클했다.


 막바지에 이른 소설은 버들의 딸, 펄의 시점으로 전환된다. 에이미 탄의 ‘조이 럭 클럽’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애초에 조선이라는 국적을 가져본 적이 없는 버들과 태완도 안타깝지만, 제대로 된 미국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참전을 결정했다는 데이비드의 외침에도 이민 2세대의 애환이 녹아 있다. 펄과 버들 사이에도 장벽이 있긴 하지만, 서로에 대한 진한 애정이 있기에 이 둘은 결국 그 벽을 허물어 뜨린다. 펄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버들의 모습에서 공부에 대한 열망으로 하와이 행을 선택했던 옛날의 버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련해진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단순히 한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서, 한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선사한다. 그들의 강인한 의지와 연대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파도타기와 같은 삶을 견뎌낸 이들을 보며 우리도 각자의 파도를 잘 넘을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란다.


"저 아들이 꼭 우리 같다. 우리 인생도 파도타기 아이가."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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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차별 - 그러나 고유한 삶들의 행성
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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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다름을 이유로 서로를 차별해서 안되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서로를 특정한 기준으로 구분짓는 순간 자연스럽게 생기는 '다르다'는 인식은 타인과의 거리감을 만들고, 은연 중에 그 거리감을 드러낸다.


 '인간차별'은 저자가 미국이나 한국에서 겪었거나 들은 차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해와 연대의 순간들을 모은 책이다. 인종, 국적, 연령, 성별, 사회적 배경 등 차별의 이유는 가지가지에 그 양상도 다양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방법은 상호 간의 연대라는 점이 인상깊다. 차별에 맞서 싸우고, 구분을 넘어서서 크고 작은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구나 싶어진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차별은 훨씬 미묘했다.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제스쳐를 취하거나, 단어를 내뱉지 않고 전해져 오는 은근한 무시와 경멸. 다행히 아직 겪어본 적은 없지만, 겪는다 한들 그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소수자라는 이유로 겪기에는 너무나 팍팍하고 피곤한 삶의 모습이었다.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사실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차별 이야기는 이미 숱하게 접한 내용이라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내심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자부하던 내가 은연 중에 품고 있었다는 생각이 바로 차별이었음을 깨닫는 순간들이 있었다. 왜 결혼이주여성은 다들 가난할 것이라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외화벌이를 위해서만 왔다고 생각했는지. 그간 이주민에 대해서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겸허히 반성했다.


 사회가 점차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다름은 존중의 영역보다는 비난의 영역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럴 수도 있지'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로 바뀌고 이해보다는 배척과 배타가 더 쉬워졌다. 하지만 쉬운 길이 옳은 길은 아니다. 차별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상대방을 재단하고 구분짓기 보다는, 그저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누군가의 난처함에는 내가 겪을 곤란의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외면은 나의 어느 날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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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02 -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에디터스 초이스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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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이 필요없는 추리소설의 걸작. 클로즈드 서클의 원형이나 다름없는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하나하나 살해당할 때마다 긴장감과 공포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장르적으로 보면 추리소설보다는 스릴러 소설에 가깝지 않나 싶을 정도. 내가 알던 그 동요가 이렇게나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소설의 긴장감은 바로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사실 섬에 모인 이들은 누군가에 의해 엄선된 것으로, 법의 이름으로 처벌되지 못할 죄를 지은 사람들이다. 서로의 죄를 아는 상태다 보니 이들은 처음부터 상호간의 불편함을 느끼는데, 연이은 살인사건으로 자신의 목숨이 위협에 빠지게 되자 의심은 극도의 불신으로 증폭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등장인물들은 죽음으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데 작중인물 뿐만 아니라 독자 입장에서도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의심의 화살을 수없이 돌린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고립된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범인으로 의심하며 끊임없이 경계하는 모습은 사람보다는 야생에서 생존본능만 남은 짐승에 가까워 몸서리쳐진다.


 사실 이 소설은 반전으로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인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일련의 과정이 더 인상 깊었다. 최후의 생존자만 남으면서 해소된 줄 알았던 긴장감이, 홀린 듯이 죽음으로 나아가는 인물의 모습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조된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섬’이 된 병정 섬의 모습에는 공포 어린 공허감만 남는다.


 이 작품의 제목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단순히 소설의 결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작중에서 서로를 의심하고 배신하면서 인간성이 사라지는 모습을 뜻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 섬에 인간은 아무도 없지 않았는가. 서로에 대한 의심과 배신 사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어두운 인간의 본성은 죄의식이란 무엇인지, 정의란 무엇인지 철학적 질문을 던지게 하고, 결국 이 질문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대질문으로 귀결된다.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도 훌륭하지만, 보다 깊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으로 꼽힐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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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전나무의 땅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7
세라 온 주잇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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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뾰족한 전나무의 숲'을 읽는 내내 평화로운 감정이 내 주변을 감도는 느낌이었다. 어수선한 현실이 마음이 어지럽더라도, 이 책을 펼치면 저 멀리 메인 주 뉴잉글랜드의 평온한 해안가 마을, 더닛 랜딩으로 떠날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낯선 구조에 소설의 서사를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익숙해지고 나자,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가 아직 읽지 않은 페이지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는 것이 아쉬웠다. 왼손에 잡히는 책의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마음은 충만해지는데, 점점 얇아지는 오른쪽 두께에 마음이 헛헛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니.


 이 책은 특이하게도 화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화자의 이름이 뭔지, 몇 살인지, 어떤 사회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여름을 맞아 더닛 랜딩에 왔으며, 나이가 지긋하고, 글을 쓴다는 점 정도만 알 수 있다. 하지만 화자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가 화자에게 더 쉽게 동화되어 작품 속에 몰입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새 내가 화자가 되어 더닛 랜딩에서 머물고 있는 기분이 든다.


 화자의 담담한 서술 또한 이 소설의 백미이다. 감정 표현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시종일관 더닛 랜딩과 사람들에 대해 따뜻하고 애정어린 시선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화자가 바라본 더닛 랜딩은 뾰족한 전나무가 늘어선 해안선과 절벽에 농장들이 서 있고, 아름다운 섬들이 수놓은 푸른 바다에 파도가 넘실거리는 곳이다. 풍경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마다 내 눈앞에 아름다운 그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여기에 넉넉한 인심의 토드 부인을 비롯해 나이에 걸맞는 현명함과 어진 마음을 지닌 블래킷 부인, 무뚝뚝하지만 심성은 착한 윌리엄, 과거의 무용담에 빠져 있는 리틀페이지 선장, 떠난 아내를 그리워 하며 그녀와의 추억 속에 빠져 사는 일라이저, 그리고 작중에선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실연의 아픔에 젖어 고독한 삶을 선택한 조애나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포용하며 살아간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뾰족해지는 내 마음을 돌아보며 좀 더 둥글게 다듬어 봐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 소설은 화자가 더닛 랜딩을 떠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데, 책을 읽는 나도 마치 긴 휴가가 끝난 것 같은 마음이었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의 전형인 더닛 랜딩이 내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잡은 듯하다. 윌라 캐더의 ‘루시 게이하트’에 이어서 두 번째로 읽는 미국 지방주의 소설인데, 어째서 윌라 캐더가 그토록 극찬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극적인 드라마는 없지만, 머리맡에서 듣는 가만가만 속삭이는 이야기와 같은 이 소설은 언제라도 손 닿는 데에 평화로운 마을을 가까이 둘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책이다.

이런 여름의 행복에도 한계는 있겠으나 단순한 생활이 주는 편안함은 충분히 매력적이라 소박한 삶에 결핍된 바를 채워주었고, 평화가 선사하는 선물은 분투하는 살아가는 자들이 누리기 어려운 법이었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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