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차별 - 그러나 고유한 삶들의 행성
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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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다름을 이유로 서로를 차별해서 안되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서로를 특정한 기준으로 구분짓는 순간 자연스럽게 생기는 '다르다'는 인식은 타인과의 거리감을 만들고, 은연 중에 그 거리감을 드러낸다.


 '인간차별'은 저자가 미국이나 한국에서 겪었거나 들은 차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해와 연대의 순간들을 모은 책이다. 인종, 국적, 연령, 성별, 사회적 배경 등 차별의 이유는 가지가지에 그 양상도 다양하지만, 이를 이겨내는 방법은 상호 간의 연대라는 점이 인상깊다. 차별에 맞서 싸우고, 구분을 넘어서서 크고 작은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구나 싶어진다.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차별은 훨씬 미묘했다.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제스쳐를 취하거나, 단어를 내뱉지 않고 전해져 오는 은근한 무시와 경멸. 다행히 아직 겪어본 적은 없지만, 겪는다 한들 그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소수자라는 이유로 겪기에는 너무나 팍팍하고 피곤한 삶의 모습이었다.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사실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차별 이야기는 이미 숱하게 접한 내용이라 놀랍지도 않다. 하지만 내심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자부하던 내가 은연 중에 품고 있었다는 생각이 바로 차별이었음을 깨닫는 순간들이 있었다. 왜 결혼이주여성은 다들 가난할 것이라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외화벌이를 위해서만 왔다고 생각했는지. 그간 이주민에 대해서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겸허히 반성했다.


 사회가 점차 양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다름은 존중의 영역보다는 비난의 영역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럴 수도 있지'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로 바뀌고 이해보다는 배척과 배타가 더 쉬워졌다. 하지만 쉬운 길이 옳은 길은 아니다. 차별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상대방을 재단하고 구분짓기 보다는, 그저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누군가의 난처함에는 내가 겪을 곤란의 가능성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외면은 나의 어느 날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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