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뚫는 세계사 - 시대를 이끈 자, 시대를 거스른 자
김효성.배상훈 지음 / 날리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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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든 것은 인물이지만, 그 인물의 이면은 종종 잊힌다. '꿰뚫는 세계사'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류사에 큰 영향을 남긴 역사적 인물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 책은 기존의 역사 서술이 승자의 시선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영웅 또는 악인이라 불렸던 이들의 이면을 면밀하게 파헤친다. 아테네 민주정의 상징인 페리클레스가 다른 편에서는 참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 사자왕 리처드 1세가 내정의 관점에서 볼 때는 그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등이 그 예이다.

인물 중심의 역사 서술은 복잡해 보이는 역사적 사건을 인물의 선택과 결정이라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만든다. 페리클레스나 아돌프 히틀러의 사례는 민주주의가 언제나 순수한 형태로 유지되지 않으며, 오히려 대중의 지지를 권력 장악에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또한, 복잡다단한 인물의 내면과 그를 둘러싼 환경을 조명함으로써, 시대적 맥락 속에서 그들의 행동을 재해석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를 통해 인물을 영웅 또는 악당으로 단순하게 규정짓지 않고, 그들의 삶을 다각도로 분석해 역사적 서사의 빈틈을 채워나간다.

이 책은 정치인과 군인, 최악의 군주들과 여성, 신대륙의 위인 16명을 다루고 있다. 이 인물들은 각기 다른 시대와 상황에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며 역사에 흔적을 남겼다. 특히 이 책은 인물들을 해석하는데 프로파일링 기법을 활용해서 인물의 심리와 동기, 그들의 선택을 면밀히 분석한다. 아울러 과거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진다.

'꿰뚫는 세계사'는 단지 과거의 인물을 열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역사의 갈림길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가 어떻게 현재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역사를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현재와 연결된 거대한 서사로 인식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가 단편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인물의 이면을 통해 역사를 재해석할 때, 진정한 역사의 의미가 드러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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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초대륙 - 지구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판구조론 히스토리
로스 미첼 지음, 이현숙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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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자 로스 미첼은 '다가올 초대륙'에서 인류가 결코 직접 목격한 적 없던 초대륙의 존재를 추적하고, 초대륙의 형성되고, 분열하는 장구한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판게아’는 학생 때 배워 익숙했지만, 그 이전에 ‘로디니아’와 ‘컬럼비아’라는 이름의 초대륙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흥미로웠다.

이 책은 단순히 변성암의 광물 패턴, 고지자기, 지질구조 해석 등 다양한 지질학 이론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초대륙 연구를 통해 과학이 발전해가는 실제 과정을 조망한다. 초대륙에 대한 이론 자체도 흥미롭지만, 이론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같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각 국의 지질학자들이 전 세계 오지에서 암석 등을 채집하며 연구하고 있다. 때로는 서로 협력하고, 의견이 대립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이야말로 집단 지성의 결정체임을 실감하게 된다. 여기에 현장조사에 나선 저자가 엄지손가락을 잃을 뻔한 에피소드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을 지질학자들의 노고와 열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간의 수명에 비해 기나긴 지구의 시간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름기 대멸종이 판게아의 형성, 분열과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그 실마리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우선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인류는 먼 미래에 새로 형성될 초대륙에 존재할 수 있을까? 최근의 기후 위기와 이에 대한 대응을 보면 비관적인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지점에서 과학의 역할을 강조한다.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지구를 좀 더 이해하고, 다음 세대에게 그 지식을 전하는 것. 지질학 연구 결과가 지구의 과거와 미래를 알려줌과 동시에 기후변화를 해결할 실마리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다가올 초대륙'을 읽으면서 E.H.카의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이 떠올랐다. 과거를 알 아야 비로소 미래를 상상할 수 있듯, 이 책은 지구의 역사를 살펴보고 인간의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수억 년이라는 지질학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이 한없이 짧은 기간 살다 자멸하는 생명체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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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대가야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3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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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가야는 제대로 다룬 적이 없었다. 백제, 고구려, 신라 삼국시대의 형성기에 금관가야가 전기 가야동맹의 맹주였다는 점은 그나마 좀 다뤄졌지만, 한창 백제, 고구려, 신라가 한강 유역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던 시기, 후기 가야동맹의 주도국이었던 대가야는 '이런 나라가 있었다'는 식으로만 언급되곤 했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대가야 여행’은 바로 이 잊혀진 대가야의 흔적을 따라가는 특별한 여정을 담은 책이다.


 여행의 시작은 의외로 해인사다. 저자를 따라 통일신라의 유산으로만 알았던 해인사에 남아 있는 대가야의 흔적을 발견하는 과정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다. 난생설화로만 알고 있었던 가야의 시조 수로왕과 얽힌 또 다른 설화가 있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다음에 해인사를 가게 된다면 정견모주가 그려진 불화를 찬찬히 들여다 보고 싶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자면 동네 토박이 어른이 해당 지역이 오랜 세월 품어온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가이드 투어를 하는 듯하다. 시간 순서가 아닌 장소를 따라 역사를 탐험하는 방식도 색다른 매력을 더한다. 게다가 풍부한 사진 자료는 글로만 상상하기 어려운 유적지의 생생함을 잘 전해준다.


 아무래도 고대사는 남아있는 유적이 고분군이 많다 보니 이 책에서도 가야의 고분군을 주로 탐방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고분이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당대 사회 구조와 세력 구도를 반영하는 '살아 있는 증거'임을 깨닫게 된다. 합천 옥전고분군에서 백제 금동관 → 신라 로만글라스 → 대가야 고리자루큰칼 → 신라 금동관 → 백제 금세공품이 순차적으로 출토된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한편 개인적으로 신라 로만글라스의 존재가 이색적이었는데, 삼국시대를 한반도 안에서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탈피해서 이 시기가 생각보다 훨씬 글로벌하고 복합적인 시대였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는 아라가야의 국제회의인 안라회의에서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가야사를 이야기하면서 임나일본부설을 빼놓을 수 없다. 임나일본부의 존재와 별개로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이 왜 성립하지 않는지에 대해 저자는 사서의 기록과 출토된 유물을 기반으로 반박한다. 학교에서 임나일본부의 존재 자체를 배운 적이 없었던지라 꽤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대가야 여행’은 단순한 여행기나 지역 소개서가 아니다. 백제, 신라, 고구려 삼국의 그늘에 가려졌던 가야를 하나의 '국가'로 조명하면서 한국의 고대사가 삼국시대가 아닌 사국시대였음을 보여준다. 해인사에서 시작해 고령, 합천, 진주, 함안, 창녕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여정을 따라 가다보면 그간 알지 못했던 가야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깨어난다. 날이 좋은 요즘, 이 책을 들고 대가야 여행을 훌쩍 떠나 유적지 앞에서 저자의 글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고 싶다.

유네스코에서는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주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을 주목"하여 가야 고분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켰다고 한다. 무엇보다 다양성이라는 표현이 가야 역사의 키포인트 같군.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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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디저트 여행 - 나만 알고 싶은 오사카, 교토, 고베의 로컬 맛집, 감성 스폿 추천
김소정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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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디저트 여행’은 제목대로 오사카, 교토, 고베의 디저트 맛집 60곳을 소개한다. 당고나 타이야키같은 일본 디저트부터, 하루를 든든히 시작할 수 있는 샌드위치, 케이크와 구움과자 전문점, 조용한 분위기의 감성 카페와 빈티지한 킷사텐까지. 지역별로, 테마별로 맛집이 정리되어 있어, 각자의 취향과 여행지에 따라 어디를 갈지 골라볼 수 있다. 여행 전반을 다루는 일반 가이드북과는 달리, 디저트 러버들의 “달콤한 여행”을 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맛집들을 섬세하게 큐레이팅한 여행 서적이다.


< 테마별로 방문하기 좋은 디저트 가게를 정리해둬서 컨셉에 맞게 동선을 짜기도 좋다 >


< 간단하게 한 끼 때우기 좋은 샌드위치 가게도 소개하고 있다 >


 나에게 오사카, 교토, 고베는 단순한 여행지를 넘어 ‘기억의 장소’다. 첫 해외여행으로 간사이를 갔고,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으로 간사이를 갔었다. 마찬가지로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았던 엄마가 동생과 셋이서 갈 해외 여행지로 선택한 곳도 교토였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소중했던 순간들이 사진처럼 떠올랐다. 특히 교토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곳인데, 책에서 소개된 오가와커피를 보자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오가와커피에서 모닝 토스트세트만 먹어본 터라 책에서 소개된 디저트가 새로웠고, 디저트 강국 일본답게 비주얼도 무척 맛있게 보여서 또다시 교토로 떠나고 싶어졌다.


< 오가와 커피에서 이런 화려한 디저트라니! >


< 일본 갈 때마다 이런 당고집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


 평소 빵과 디저트를 좋아하는 나는 일본여행 중 빵과 디저트로 식사를 대신하곤 한다. 그만큼 다양한 디저트를 맛보는 것이 일본 여행의 큰 재미이다. 그렇다 보니 커피로 유명한 교토나 유럽식 베이커리 문화가 일찍 정착한 고베는 여러 카페나 빵집이 떠올랐는데, 오사카에서는 딱히 인상 깊은 디저트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오사카에도 숨겨진 디저트 명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크레이프 엔도우’의 완두 크레페는 일본의 풋콩을 디저트로 만들었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해서, 번잡하다는 이유로 꺼리던 오사카로 훌쩍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사카 디저트 여행’은 책 본연의 목적에 맞는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특유의 감성도 놓치지 않는 책이다. 위치, 영업시간, 휴무일, 대표메뉴는 물론, 주문 팁과 맛있게 디저트를 즐기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다. 무엇보다 가게마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사진들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마치 그 공간에 앉아 있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일본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여행 가기 전에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고, 여행의 행복한 순간이 ‘맛’으로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도 여행을 다녀와서도 이 책을 꼭 펼쳐보면 좋겠다.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커피와 빵, 케이크, 당고로 어우러진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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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초 과학 - 과학 커뮤니케이터 리아 엘슨의 엉뚱하고 기괴한 과학 실험 103
리아 엘슨 지음, 조은영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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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은 종종 우리를 겁먹게 한다. 생소한 용어, 복잡한 공식,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이론들로 인해 쉽게 다가가기 어렵다. 하지만 '60초 과학'은 이런 과학의 장벽을 유머와 비유로 가볍게 넘는다. 저자는 게놈을 도서관에, 단백질 합성을 가구 조립에 빗대는 식으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개념을 통해 복잡한 과학 지식을 쉽고 재치 있게 풀어낸다. 단순히 쉬운 설명을 넘어, 질문 자체의 구성도 무척 흥미롭다.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나는 걸까?”, “산성비는 왜 생기는 걸까?”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부터, “모두가 보는 초록색은 정말 같은 색일까?”, “상심하면 정말 죽을 수 있을까?” 같은 엉뚱하면서도 철학적인 질문까지 다루며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 책은 생물, 화학, 물리학, 인체, 우주 다섯 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으며, 총 103개의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우주’ 파트였다. 빅뱅의 시작지점, 블랙홀의 특성, 암흑물질의 존재처럼 평소에도 궁금했지만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찾기 어려웠던 주제들이 등장한다. 설명이 지나치게 단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문서처럼 무겁지도 않아 일반인이 딱 읽기 좋은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과학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만든다는 점보다, 오히려 세상을 다시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부터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잃어버린 내게 이 책은 다시 질문을 던지는 법을 일깨워줬다. 처음에는 답변에 집중해 과학 지식을 얻는 재미가 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할 생각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커졌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결국 과학에 대한 관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60초 과학'은 짧지만 깊고, 가볍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엉뚱한 질문들에 대한 저자의 유쾌하고 발랄한 답변은 그간 무뎌졌던 호기심에 다시 불을 지핀다. 익숙했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일개 방사능에 대한 문제가 심오한 우주의 선까지 다룰지는 몰랐죠? 그게 과학이에요.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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