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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 빛과 물질의 탐구가 마침내 도달한 세계
그레고리 J. 그버 지음, 김희봉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평점 :
어릴 때 선물받은 과학키트 중에 작은 프리즘이 있었는데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한참 바라본 기억이 있다. 나중에 그 7가지 색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영역일 뿐이고, 자외선이나 적외선과 같이 볼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빛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빛을 인간이 최초로 활용해서 만든 도구가 거울이라고 한다. 거울 외에도 렌즈도 역사 초기부터 사용했다고 하니 빛을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문제에 있어 그 기원이 꽤 오래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광학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는데, 저자는 광학의 목적지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기술의 개발로 상정하고 투명망토로 대표되는 보이지 않음의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짚어본다.
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숨기는 것은 인류에게 오래된 욕망이었고, SF나 판타지 소설 중에서도 투명인간은 심심찮게 다뤄지는 소재이다. 저자는 각 장마다 이러한 소설의 일부를 발췌해서 실었는데 짧은 분량임에도 흥미를 돋구는 내용들도 있었다. 책 뒤에 별도 부록으로도 저자가 보이지 않음에 관련된 소설들을 정리해 두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찾아서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만 국내에 번역된 작품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다시 광학으로 돌아와서, 광학이 이렇게나 많은 학문과 연관이 있는지 몰랐다. 전자기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통계학, 분광학, 의학까지! 빛이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해 빛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결국 빛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끈질긴 탐구와 승리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 참여한 정말 수많은 과학자들이 있다. 이름을 들어본 유명 과학자부터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된 과학자까지 이들은 길게는 수십년간 연구에 매진하고 서로의 가설을 지지하고 비판하며 광학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과학, 인류문명의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부단히 노력해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새삼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왜 보이지 않음을 기술로 구현하는데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저자가 보이지 않음이 보호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순간 스스로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또한 이 연구가 빛 외에도 전자기파, 지진파 등 다른 유형의 파동에 대한 연구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광학의 발전에도 아직까지 완벽한 의미의 투명망토는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전세계 곳곳에서 투명망토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저자도 섣불리 몇 년 안에 완벽한 투명망토가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투명망토가 완전한 허구, 상상의 산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투명망토가 개발되더라도 상용화되기 까지는 한참 걸리겠지만, 그래도 투명망토가 우리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지 궁금하다. 보이지 않음을 소재로 한 SF나 판타지는 보통 투명인간이 악행을 저지르거나 보이지 않는 존재가 위해를 가하는 식의 공포나 스릴러가 많은데, 좋은 목적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투명망토가 생기면 어떤 일을 할 지 잠시 즐거운 상상에 빠져본다.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