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제국의 탄생 - 무명의 언더독에서 세계 최대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의 20년 비하인드 히스토리
마크 버겐 지음, 신솔잎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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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단 #유튜브제국의탄생 #마크버겐 #현대지성 #유튜브 #IT #경제경영 #책추천

어떤 기업에 대해 이 정도로 심도있게 파본 적이 있던가. 차고에서의 시작부터 구글의 인수, 바이오컴과의 소송, MCN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대두, 주류 미디어 기업과의 경쟁과 협력, 페이스북, 넷플리스 등 신생 기업들에 대한 견제, 비즈니스 모델의 발전 등 정말 한 기업에 대해 이렇게 많은 사실을 조사한 저자도 대단하고, 이 모든 일이 한 기업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도 놀라웠다. 오피스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밌겠다 싶은 지점들도 있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유튜브의 관계였다. 영상을 보는 시청자로서, 유튜브와 시청자의 관계는 생각해 봤어도 크리에이터의 입장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있어야 유튜브가 존재할 수 있듯 유튜브와 크리에이터와의 관계가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 보는 것은 유튜브의 성장과정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유튜브가 각종 음모론과 선전•선동, 비방의 장으로 활용되면서 직원들이 느꼈을 당황스러움과 좌절감에 공감이 갔다. 물론 유튜브는 그저 플랫폼일 뿐이고,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일은 플레이어의 문제이지 플랫폼의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설령 그렇게 생각해도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서비스가 악용되는 걸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안전 앞에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비단 유튜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심사숙고해야 하는 문제이다.

매순간 유튜브에 올라오는 수많은 영상을 일일히 스크리닝할 수 없어서 알고리즘을 만들었지만 그 알고리즘이 적절하냐는 논쟁이 촉발되고, 급기야는 알고리즘을 규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앞으로 유튜브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책을 읽기 전에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수많은 문제적 영상들에 대해 왜 유튜브가 규제하지 않는지 궁금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속사정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지 않을까. 이대로라면 유튜브에는 극단주의자들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단지 크리에이터와 그들의 시청자를 탓하기에는 유튜브의 역할도 크다. 운동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손을 떼기엔 시간이 지나면 그 운동장은 황폐해지고 사람들이 떠나게 될테니까.

유튜브가 언더독에서 세계 최대의 영상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성장통은 필연적인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통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앞으로 유튜브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을까. 급변하는 디지털 생태계 속에서 언제든지 유튜브를 위협하는 언더독이 등장할 수도 있다. 앞으로 유튜브의 귀추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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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게이하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2
윌라 캐더 지음, 임슬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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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시 게이하트를 읽으면서 그녀의 짧은 삶이 덧없어 보이면서도, 그래도 나름 뜨겁게 살다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뤘지만 삶이 공허한 중년의 음악가와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음악가의 사랑은 진부한 플롯이다. 하지만 윌라 캐더의 섬세한 감정 표현 덕분에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남자는 여자를 통해 잠시나마 삶의 활기를 되찾고, 여자는 남자를 존경하며 삶의 깊이를 더해간다. 둘의 관계는 남녀간의 에로스라기 보단 청춘의 열정이 자아내는 동경과 그러한 청춘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에 가까워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감정의 큰 진폭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그들은 영영 헤어지게 되고, 루시는 절망한다. 시카고를 도망치듯 떠난 그녀는 고향에서 예전의 생기를 잃은 채 어딘가 고장난 사람처럼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자신이 거짓말로 끝장내 버린 해리 고든과의 관계를 회복해 보려고 하지만 해리는 그녀를 철저하게 무시한다.

여기서 잠깐 의문이 든 게 루시는 왜 굳이 해리와 다시 친구가 되고 싶었던 걸까하는 점이다. 루시에게 해리는 속물적이지만 그만큼 안정된 삶을 표상하는 인물이다. 루시가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자신에게 깊은 호감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무참히 끝내버린 행동은 분명 미숙했다. 물론 그 이후 해리의 행동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세바스찬이 떠난 이후 해리와의 친분을 되살리고 싶어서 여러 노력을 한다. 세바스찬을 알기 전, 그래서 평범하지만 대신 상처입을 일도 없었던 과거에 대한 향수였을까? 너무나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그녀는 안정을 표상하는 해리와의 관계를 통해 조금이나마 치유받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음악으로 세바스찬을 만나고 사랑에 빠졌던 그녀는 다시 음악으로 삶에 대한 열정을 되살린다. 세바스찬과의 사랑은 한 남자에 대한 욕망이라기 보다는 삶에 대한 찬미와 애정이었다. 루시는 이제 삶 그 자체를 연인으로 삼아 세바스찬을 추억하며 자신의 인생을 풍성하게 살아갈 참이었다. 그녀는 '젊고 튼튼했으며 세상이 자신을 짓밟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작정이었다'. 하지만 정작 루시가 뜨거운 열정을 되찾은 순간 차가운 얼음 아래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이러니하다.

이 작품의 묘미는 루시가 떠난 이후의 이야기인 3부이다. 작가 스스로도 3부가 가장 훌륭하다 평했다고 한다. 아스라히 기억 저 편으로 사라진 루시를 담담히 추억하는 사람들. 특히 루시를 사랑했지만 서로 이해하진 못했던 해리 고든이 루시에 대한 기억을 곱씹는 부분을 보면 마음이 아련해진다. 루시가 세바스찬을 잃고 고통받았듯이 해리도 루시를 잃고 깊은 상실감에 빠져 스스로를 종신형을 받았다 자조한다. 게이하트 가족의 집 앞에 그녀가 남긴 달아나려는 듯한 발자국을 바라보며 그는 살아있는 동안 루시를 회상하고 또 회상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상실과 기억이라고 볼 수 있다. 1부는 친한 동료를 하나하나 잃으며 그들에 대한 기억 속에 침잠하는 세바스찬, 2부는 세바스찬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하고 그에 대한 기억으로 삶의 의지를 되찾는 루시, 3부는 루시가 떠난 뒤 그녀에 대한 기억을 곱씹는 해리. 살면서 누구나 가까운 사람의 상실을 겪지만 그에 대한 기억으로 삶은 이어진다.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의 이번 컨셉은 날씨와 생활이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시카고는 겨울에 춥기로 유명한 도시다. 하지만 루시는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외려 추위를 즐기고, 이겨내며 뜨겁게 타오른다. 날씨와 대비되어 루시의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더욱 돋보인다. 이번에 출판된 다른 작품들은 날씨와 어떤 관계가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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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 빛과 물질의 탐구가 마침내 도달한 세계
그레고리 J. 그버 지음, 김희봉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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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선물받은 과학키트 중에 작은 프리즘이 있었는데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 색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한참 바라본 기억이 있다. 나중에 그 7가지 색은 사람이 볼 수 있는 영역일 뿐이고, 자외선이나 적외선과 같이 볼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빛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빛을 인간이 최초로 활용해서 만든 도구가 거울이라고 한다. 거울 외에도 렌즈도 역사 초기부터 사용했다고 하니 빛을 기술적으로 활용하는 문제에 있어 그 기원이 꽤 오래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광학 발전의 역사를 살펴보는데, 저자는 광학의 목적지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기술의 개발로 상정하고 투명망토로 대표되는 보이지 않음의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 짚어본다. 


 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숨기는 것은 인류에게 오래된 욕망이었고, SF나 판타지 소설 중에서도 투명인간은 심심찮게 다뤄지는 소재이다. 저자는 각 장마다 이러한 소설의 일부를 발췌해서 실었는데 짧은 분량임에도 흥미를 돋구는 내용들도 있었다. 책 뒤에 별도 부록으로도 저자가 보이지 않음에 관련된 소설들을 정리해 두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찾아서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만 국내에 번역된 작품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다시 광학으로 돌아와서, 광학이 이렇게나 많은 학문과 연관이 있는지 몰랐다. 전자기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 통계학, 분광학, 의학까지! 빛이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해 빛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고, 결국 빛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끈질긴 탐구와 승리의 역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 참여한 정말 수많은 과학자들이 있다. 이름을 들어본 유명 과학자부터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된 과학자까지 이들은 길게는 수십년간 연구에 매진하고 서로의 가설을 지지하고 비판하며 광학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과학, 인류문명의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부단히 노력해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새삼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왜 보이지 않음을 기술로 구현하는데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저자가 보이지 않음이 보호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순간 스스로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았다. 또한 이 연구가 빛 외에도 전자기파, 지진파 등 다른 유형의 파동에 대한 연구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광학의 발전에도 아직까지 완벽한 의미의 투명망토는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전세계 곳곳에서 투명망토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저자도 섣불리 몇 년 안에 완벽한 투명망토가 개발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투명망토가 완전한 허구, 상상의 산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투명망토가 개발되더라도 상용화되기 까지는 한참 걸리겠지만, 그래도 투명망토가 우리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지 궁금하다. 보이지 않음을 소재로 한 SF나 판타지는 보통 투명인간이 악행을 저지르거나 보이지 않는 존재가 위해를 가하는 식의 공포나 스릴러가 많은데, 좋은 목적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투명망토가 생기면 어떤 일을 할 지 잠시 즐거운 상상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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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해방 - 치매, 암, 당뇨, 심장병과 노화를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피터 아티아.빌 기퍼드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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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심장병, 암, 치매

말만 들어도 두려운 질병들이다. 가족력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겐 당뇨와 암이 가족력이 있는 질환이라 신경이 쓰인다. 특히나 최근에 양성종양이 발견되어 추적검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더더욱.

그런데도 부키 출판사에서 4가지 질병 중 하나의 샘플북을 고를 수 있다는 글을 보고서는 치매를 선택했다. 당뇨나 암은 이미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고,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할 수 있지만 치매는 저자도 말하듯이 발견하면 이미 늦었고, 현재 치료제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치매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도 괴롭게 만든다는 점에서 꼭 피하고 싶은 질병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도 있고 다른 병도 가족들의 간병부담이 크겠지만 치매는 환자가. 점점 기억과 자아를 잃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가족의 입장에서도 환자가 사실상 타인이나 다름없어진다는 점에서 본인의 부담도 가족의 부담도 더 크다고 생각한다.

치매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우리가 아직도 치매에 대해 모르는 게 정말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치매의 치료법이 아직 없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아밀로이드의 축적이라고 알고 있었던 발병원인도 가설에 불과하다는 점은 새롭게 안 사실이었다. 발병기전을 정확히 모르니 딱 맞는 치료법이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치매의 예방을 강조하고,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치매의 예방을 위해서는 운동, 수면, 영양 등을 제시하는데, 사실 이 책에서 건강 장수의 비결로 운동, 수면, 영양, 정서안정 4가지를 꼽는다. 너무나도 뻔한 소리지만 사실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어떻게 잘' 실천할 것인가? 당장 유튜브와 인터넷에 수 백 수 천가지 운동법과 함게 수많은 건강 정보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나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아내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마찬가지이다.

샘플북에는 건강장수의 4가지 요소 중 운동의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는데, 저자가 제시한 백세인 10종 경기가 흥미롭다. 백세인 10종 경기란 우리가 남은 평생 동안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신체 활동으로, 2.3kg 장바구니 2개 들고 5블록 가기, 비행기에서 9kg 여행가방을 들어올려 머리 위 수화물칸에 넣기 등 정말 일상생활과 밀접한 활동들이다. 지금은 쉽게 수행할 수 있는 활동들이지만 나중에 100세가 되어서도 이렇게 움직일 수 있을까?

실제 책에는 이러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고 해서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운동 외에도 영양, 수면, 정서안정에 대해서도 상세한 행동법칙들이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제시되어 있을 것 같아 더욱 기대가 된다.

오래 사는 것이 예전에는 복이었다지만, 이제는 오래 사는 것이 리스크인 세상이다. 건강하지 않게 오래 산다면 본인에게도 가족에게도 고통이다. 행복한 삶은 건강에서 오는 법이다. 그리고 자기 몸은 자기가 챙겨야 한다. 건강 장수의 비법을 이 책에서 얻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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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물리학 - SF가 상상하고 과학이 증명한 시간여행의 모든 것
존 그리빈 지음, 김상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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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번쯤은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미래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싶거나. 우리는 현재만을 인지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과거 또는 미래로 떠난다는 시간여행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고,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수많은 SF소설과 영화가 쏟아져 나왔다. SF 장르가 아닌 웹툰이나 웹소설에서도 회귀 설정은 이제 너무 흔해서 식상할 정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여행은 실현 불가능한, 상상의 영역에 불과히다고 생각해 왔다. 이 책은 그에 대해 시간여행은 가능하다는 답을 내린다. 다만 그 시간여행이 우리가 흔히 SF에서 보는 방식이 아닐 뿐. 


 저자는 시간여행에 대한 9가지 고찰을 토대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밝힌다. 실제로 이 책의 원제는 Nine Musings on Time이다. 1단계에서 6단계까지는 물리학 이론을 토대로 시간여행의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7단계부터 9단계까지는 시간여행의 작동방식과 타임 패러독스에 대해 다룬다.


 물리학 때문에 이과를 포기한 사람으로서 솔직히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볼 때마다 이해하기 어려운 특수 상대성 이론의 시간 지연과 길이 수축부터 시작해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양자역학 등... 어디서 들어보긴 했다 싶은 수준의 내용들을 전문적으로 파고들려니 오랜만에 책 읽으면서 지적 노동을 하는 기분이었다.


 사실 지금도 '그래서 왜 시간여행이 가능하냐?'고 물으면 논리정연하게 대답할 자신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이 책 읽기를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 대한 이해와 별개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간 내가 세상을 이해해왔던 관점과 다르게 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 책에서 다룬 많은 이론들 중 특히 인상깊었던 내용이 7~8단계에서 다룬 블록우주와 세계선 개념이었다. 엄밀히는 다른 개념이지만, 평행우주를 떠올리면 된다. 영화에서 볼 때는 그저 판타지적 장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물리학 이론이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심지어 우주가 작은 우주를 낳고 진화한다는 거품우주나, 양자역학의 다세계 해석 등 이와 관련해서 다양한 가설들이 있었다. 또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이어진 궤적인 세계선, 시간선이라는 개념도 흥미로웠다. 이 이론들대로라면 시간여행도 내가 서 있는 시간선의 과거나 미래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블록, 다른 시간선으로 떠나게 되고, 나의 행위로 인해 시간선이 분기하게 된다. 


 아서 클라크의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을 이 책을 통해 절실하게 느꼈다. 물리학 지식이 짧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저자가 펼치는 주장들, 시간여행이 가능하다거나 평행우주론 등은 과학이라기보단 마법처럼 느껴졌다. 시간여행은 어릴 때나 하던 상상이라 치부하며 현실에 치여 현재를 살아내는데 급급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현재를 벗어나 마법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시간의 흐름은 그저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낸 감각이라는 말을 보며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는 없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책 중간중간 인용되어 있는 SF 작품들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SF를 안 읽은 지 좀 됐는데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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