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하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건 책뿐이 아니다. 부모와 형제,
친구, 식당의 손님들, 건물의 임대인, 다세대 빌라의 관리인, 주거래 은행의 직원들, 헤어진 연인, 또는 앞으로 만날 연인, 주차장을함께 쓰는 이웃들, 심지어 아홉 살 난 딸아이까지. 이조금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을 적절한 거리와 책임으로 대한다.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겼을 때, 그리고 2년 전 아이의 아빠와 헤어졌을 때도 그랬다. 이조금은 사실을 사실대로만 받아들이고 그 이상을 판단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내게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로부터 ‘아이가 나를 행복/불행하게 할 것이다‘는 판단을 도출하지않는다.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에서 ‘우리가 헤어진 것은 옳았다/틀렸다‘는 판단으로 옮겨가지 않는다. 그것은 이조금의 가장큰 재능이고 그 재능은 결과적으로 이조금 본인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손해가 되지 않는다. - 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