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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대생 이야기
이묵돌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작가 이 묵돌 ( 본명이 물론 아니다, 묵돌이란 이름을 작가는 오랑캐 족장에서 따 왔다고 한다. 참신하다 ) 의 책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를 읽었다. 책 표지에 '90년대생이 말하는 90년 대생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작가는 서론에서 90년대생들에 대해 쓴 책이 잘 팔리걸 보며 기성세대에게 90년대생을 알려고 그닥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책 또한 기성세대가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 하던 데 내가 답해 줄수 있다. 좋았다고.. 덕분에 90년대생들에 대해 손톱 만큼 더 알게 됐다고. 사실. 나도 한 동안 그 책을 구해 읽으려고 했지만 도서관에 항상 대여중이라 못 읽었었다.
이 묵돌의 글을 보니 '90년대생이 온다'를 안 읽길 잘 한것도 같다. 같은 세대가 쓰는 90년대의 변과 다른 세대가 보는 90년대의 변을 비교할 기회를 놓쳐 아쉽지만. 이젠 작가의 말대로 굳이 안읽어도 될 듯 싶다.
난 마카롱을 좋아하지 않는 늙은 70년대 생이다. 마카롱을 보면 어릴 적 먹던 조잡하고 화려한 불량식품이 연상된다. 처음에는 작고 조그맣고 비싸고 색깔도 화려해 건강에도 안 좋을 거 같고 너무 달다 싶었다. 그래서 잘 안 먹었다. 하지만 마카롱을 미친 듯 좋아하는 딸 아이와 마카롱 전문점에 가서 먹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느끼는 마카롱의 단상은 '요물스럽다' 랄까? 이쁘고 화려한 것이 달고 맛도 있다. 성분을 보면 천연재료가 들어있어 건강에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 거 같다는.. 막상 먹어보면 다른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마카롱..그런 마카롱 처럼 작은 크기에 이쁜 표지를 하고 있어 가벼운 이야기만 들어있는 거 아냐 생각했지만 읽다 보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책은 마카롱을 닮았다.
90년대생들도 그렇다. 외모가 좋고 표정들이 밝아서 힘든 거 없이 자랐구나 싶지만 막상 이야기를 해 보면 생각들이 분명하고 고민들도 많다.
그래서 이 책 94년에 태어난 작가가 쓴 책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30년 남짓도 살지않은 작가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짱짱하다. 더군다나 사회학 계열을 공부한 학도도 아니건만 스스로 세상에 나와 체험하고 사유하고 부딪히며 쌓아올린 내공으로 글을 썼다. 근간에 읽은 에세이 중 이 책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그럼에도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던 이유는, 그야말로 '슬퍼서'였다. 당최 나는 뭐가 그리 슬프단 말인가? 남들은 다 힘들어도 참고 산다. 또 꿋꿋하게 버티며 웃고 산다. 하지만 슬픈 건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게 슬펐다. 당장에 돈 한 푼 없이 친구의 돈까지 빌려 술을 먹는 내 처지. 그런 날 걱정해서 제안을 해오는 친구의 조언, 또 마찬가지로 못난 내 글이나 그 앞의 보이지 않는 미래며, 소설 속 주인공에게 이입해서라도 이루고 싶은 우리 시대의 꿈과, 그리도 단순한 욕구 때문에 생겨버린 거대한 시장까지, 어느 것 하나 슬프지 않은 게 없었다.
마카롱 사 먹는 데 이유 같은 게 어딨어요? 이묵돌/ 메가스터디 북스 p185
슬프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살 만큼 산 나도 세상을 바라보면 항상 슬프니까..
기성세대인 우리도 힘들게 살았으니까 자식에게 고통을 대물림 하지 않으려고 짐짓 젊잖은 체 하며 꼰대질 한다. 젊은 세대들은 부모가 걸어간 삶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버둥거리고 뭐 그런 거다. 거기에 세대론을 입혀가며 이론을 만들어 구분해 봐도 큰 의미는 없다. 그냥 다 살기 힘들어서 가진게 없어서, 그렇고 그래서 다들 끌어주고 밀어주기 버거워서 그러는 거다.
책을 다 읽고 누가 누굴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일찍 철든 젊은 작가의 글이 많이 팔렸음 좋겠다는 바램 을 책을 읽으며 오랫 만에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