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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20대 때 인도에 명상여행을 가서 몇 개월을 장기 거주한 적이 있었다. 초반에는 아쉬람에서 명상하는 재미에 빠져 지루한 줄 몰랐다. 하지만 삼 개월 정도 지나니 슬슬 지겹다는 생각이 들 즈음, 한국에서 한센인을 치료하는 꽃마을 간호사 출신의 여성분과 친하게 되었는데 그분이 자신은 한국으로 돌아갈 때 실크로드를 거쳐 갈 거라며 내게도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의해 왔다. 하지만 당시 인도를 떠나기엔 미진함이 남아 거절한 기억이 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었는 데 요즈음도 간혹 그 때 생각이 나곤 한다. 한동안 세계사 책을 찾아 읽으며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 시간내서 공부를 하리라 생각했었는 데 우연한 기회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려던 공부와 맥락이 맞 지만 워낙 이 쪽 지역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던 터라 갠적으로 책에서 나오는 용어와 지리가 생소해서 독서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자의 필력과 해설 능력이 탁월해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빠져 들게 된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시리즈의 재미를 알게 된 기회라고 할까? 아쉽게도 이 시리즈는 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은 중국 답사 세 번째 시리즈로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들을 답사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1,2편을 읽고 이 책을 읽었다면 좋았을 텐데, 조만간 시간내서 다 찾아 읽어야 겠다
저자 유 홍준 교수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실크로드 편이며 1.2편이 실크로드의 동부 구간이라면 이 책은 실크로드의 중부 구간에 해당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크로드라고 해서 나도 카라반들과 물품을 실은 낙타들의 끊임없는 행렬을 떠올렸는데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에선 카라반에 대한 이야기보다 실크로드 주변에 자리잡고 생성과 번영과 소멸의 수순을 거쳐간 크고 작은 오아시스 왕국들에 대해 다룬다.
저자가 본문에서 '실크로드란 길로 나 있는 선이 아니라 오아시스 도시에서 오아시스 도시로 이어가는 점의 연결'이라는 말과 연결점이 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고창국 - 투르판 / 언기국 - 타라샤르 / 구자국 - 쿠차 / 소륵국 - 카슈가르 / 우전국 - 호탄 / 선선국 - 누란 / 등을 서역 6강으로 칭하고 있으며 책에서 다루는 답사 여정은 선선국인 누란을 시작으로 투르판을 거쳐 쿠차를 답사하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들러 호탄과 카스가르로 가면서 여정이 끝난다.
곳곳마다 어느 지역이든 덜한 데 없이 신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처음 챕터에서 다루는 선선국 누란에서 4천년된 자연미라와 ' 속눈썹이 긴 미녀'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쿰타크 사막의 모습은 실제로도 궁금하여 유트브를 찾아보니 정말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 처럼 사람들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가 보고 싶은 지역이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불교도는 아니지만 쿠차를 방문 했을 때 키질 석굴 앞에 있는 쿠마라지바 동상과 쿠마라지마의 일생에 대한 부분이었다.
핍박받는 환경 속에서도 산스크리트어를 한문으로 번역하여 불교가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한 공덕을 쌓았다고 하니 그 도량의 높이가 범상치 않음에 전율이 느껴졌다. 날카롭고 용맹한 승려의 모습을 한 동상을 사진으로나마 한참을 들여다 보며 실제로 이곳에 가서 실물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실크로드편은 챕터마다 흥미롭고 여운이 남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손오공 일행의 서역기행도 떠오르 기도 하고 흥미로운 독서가 아닐 수 없었다.
평소 역사를 좋아해 史로 끝나는 책을 즐겨 읽는 편이지만 글로만 읽고 인지해 온 역사가 이 책을 읽다보니 저자의 말대로 역사는 유물, 유적과 함께 기억할 때 이미지가 선명하게 남는다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내게도 기회가 닿는 다면 꼭 해 보고 싶은 실크로드 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