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흐르는 대로 - 삶이 흔들릴 때 우리가 바라봐야 할 단 한 가지
지나영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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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율신경계 이상이라는 불치병을 안고 살아가는 정신과 의사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냄새나는 에세이 장르를 좋아한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내 안에 갇혀 좁은 시야로 바라보던 세상을 타인의 눈으로 다시 볼 수 있어 좋다. 에세이 중에서도 좋은 말만 담은 심심한 글 모음집보다는 주제가 있고 그 중 에세이를 쓴 작가의 치열한 경험담과 삶이 녹아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다행히도 요즈음은 에세이가 소설 보다도 더 리얼하고 현장의 생생한 경험담들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 많다. 그 중 에서도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며 쓴 에세이나 작가가 직접 병과 사투를 벌이며 병에 대한 기록들을 생생히 담은 책들을 올해 만해도 여러 권 읽은 기억이 난다. 생로병사 앞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환자이자 작가들의 글을 보면 감동을 넘어 숙연함 마저 든다고 해야할까?

이 책 또한 자신의 병인 '신경매개 저혈압'이라는 자율신경게 장애라는 병을 치료하며 인생을 돌아보고 삶에 대해 깨달은 내용을 덤덤히 글로 적은 책이다. 작가는 존스 홉킨스 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인 지나영 교수다. 작가는 76년생의 젊은 나이지만 미국에서 정신과 교수가 되기까지 누구보다도 열심히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살아온 인물이며 그런 그녀의 삶의 궤적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들어있다. 그녀는 열심히 살아온 삶 가운데 어느날 갑자기 사작된 병을 통해 모든것이 멈춰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와중에 절망이 아닌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을 깨닫는다.

특히 작가가 어렵게 치료법을 찾아 헤매던 중 자신의 병에 맞는 치료법을 발견하고 감사하며 좋은 의사란 무엇인지 깨닫는 부분은 감동적이었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파보고, 사랑해보고 다른 문화권에 살아봐야 한다 - 환자의 절박한 처지에도 놓여보고 사랑한다는 자기의 마음을 먼저 드러내는 취약한 입장에도 서보고, 주류가 아닌 소수로서 이해받지 못하는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중에서

아파보지 않은 체 이론만 가지고 환자들을 대하는 가슴이 마른 의사들이 이 땅에도 얼마나 많은가? 몸이 아파본 의사는 환자의 아픔을 한 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니 의사의 덕목에 병은 필수 요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병을 계기로 좀 더 느슨한 삶을 살게 됐다고 고백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마음이 흐르는 대로' 사는 법을 실천하게 됐다고 해야할까?

마음이 흐르는 대로 자신을 맡기고 진정 원하는 삶을 사는 삶, 작가가 책을 통해 보여주는 삶과 생각들은 경직되고 권태로운 삶을 끌려가듯 살아가는 이들에게 귀감이 되어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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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자살했다 - 상처를 품고 사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
곽경희 지음 / 센시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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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이 맘에 걸려 독서하기를 망설였던 책이었다. 하지만 첫 장을 들추는 순간부터 진솔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고해성사 같은 사연과 작가가 맞딱뜨린 가슴아픈 현실에 공감이 갔다. 또한 이런 제목과도 같은 상황에서도 ' 과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와 '나 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 번도 남편의 부재를 생각해 보지 않은 내게 있어 이 책은 낯설면서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와 작가의 남편은 처음부터 잘못 만난 인연이었다. 하지만 꼭 만났어야 하는 인연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을 하기로 한 날 굳이 그 날 죽음을 선택한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하루아침에 가해자로 만들었다. 잔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를 넷이나 두고 그 험한 길을 가 버린 남편을 원망하는 그녀가 같은 여자여서 일까. 마음에 와 닿았다.

하지만 도대체 부부가 어떻게 살아왔길래 그 남편은 죽음을 택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아픔과 상처도 남편의 입장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와 닿은 말은 '상처가 배우자를 고른다'는 말이었다.

부모로 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몸만 자란 미숙한 성인들이 가정을 이루고 사는 가운데 다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는 악순환이라니. 불화는 그런 부부에게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부모를 바라보며 다시금 미숙한 성인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사실 주변을 돌아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흔한 이야기다. 다만 함부로 속내를 꺼낼 수 없기에 꽁꽁 감추어둘뿐,

이 책은 작가가 그런 아픔과 상처를 막연히 안고 살며 신세 풀이하는 책이 아니라 그러한 상처를 심리학적인 방법을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치유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적어 내고 있다. 작가 본인이 심리학을 공부하고 독서를 하고 치열하게 글을 쓰고 심리치료를 받는 과정을 통해 이해하고 치유한 결과물들을 기록하여 작가와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준다.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적고 있듯이 말이다


이 책에 쓰인 많은 사연과 힘겨움, 그리고 토닥임과 격려는 나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하지만 지금 나와 같은 힘겨움을 겪고 있을 당신을 위한 작은 위로이기도 하다

남편이 자살했다 중에서


자칫하면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되었을 수도 있는 내용을 치열하게 살며 진솔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진정한 글쓰기의 힘을 보여준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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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트리 바일라 10
장미 지음 / 서유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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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인 [ 조슈아 트리 ]는 성경에 나오는 여호수아의 지팡이로 마른 지팡이에서 싹이 났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나무다.


나무뿌리가 오히려 하늘로 뻗은 듯한 괴상한 모양의 나무, 수아 표현으로 정상적이지 않고 일반적이지도 않고 모범적인 것과는 완전 반대인 트리, 세상에는 여러 모양의 트리들이 있고 각기 다른 매력이나 장단점이 있는 거라고

조슈아 트리 중에서


조슈아 트리처럼 씩씩한 주인공 조 수아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자 아이다. 수아는 문구점을 하는 열혈 엄마와 약간 어리버리하지만 좀 생긴 오빠와 함께 산다. 수아의 아버지는 수아 자신과 오빠, 엄마를 두고 필리핀 여자와 함께 살기 위해 엄마와 이혼을 하고 필리핀으로 떠났다. 그런 아빠를 수아는 약간 그리워하기도 하고 궁금해 하기도 한다.

이 책은 17살 소녀 조수아와 그녀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 이웃들이 만들어 가는 따뜻한 이야기이며 주인공 수아의 성장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결손 가정이지만 서로를 아끼는 가족들과 이웃들의 에피소드는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또한 나이에 비해 조숙한 수아의 내밀한 심리묘사는 그 시절을 살아낸 부모 독자나 또래 독자 모두에게 공감을 자아낼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마음 한켠에 아빠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자리잡아 반영되는 선생님을 대상으로 맘 졸이는 수아의 짝 사랑은 지극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수아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고마운 친구 서은과 상희의 우정도 자뭇 감동스러웠다. 이 책은 수아의 성장담 뿐만 아니라 연우라는 성 소수자를 등장시켜 우리 사회의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각도에서 성소수자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의 작가 장미는 '동화같다'는 말이 언제나 좋은 건 아니지만 동화같은 이야기를 꿈꾼다고 작가의 말에 적고 있다.

결손 가정에서 자란 수아나 성소수자인 연우 모두 이 책의 제목처럼 조슈아 트리들이다. 소설은 그런 그들을 외부에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이상하기 짝이 없겠지만 그들은 그저 모양이 각기 다른 나무일 뿐이라는 일깨움을 준다. 각양각생의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봉수동의 따뜻한 이야기 '조슈아 트리' 모처럼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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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 자연을 줍는 사람들의 유쾌한 이야기
모리구치 미츠루 지음, 박소연 옮김 / 숲의전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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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제목만 들어서는 섬뜩하다는 생각을 들만도 한 이 책 [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는 사체를 통해 자연에 한 발짝 씩 다가가는 이야기다. 부제로는 ' 자연을 줍는 사람들의 유쾌한 이야기'다.

이 책을 쓴 작가 모리구치 미쓰루는 일본의 자유의 숲 고등학교의 생물 선생님으로 근무하던 시절 학생들과 더불어 숲속의 생물들을 사체를 관찰하고 연구했던 에피소드를 담아 책으로 펴냈다.

작가는 작가 자신이 발견한 자연물이나 동물의 사체등을 자세히 묘사한 그림을 책 곳곳에 실고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반에 실습을 나갔던 야쿠 섬에서 연구했던 생물들에 대한 그림과 자료집을 모아 [ 야쿠섬 박물지 ] 라는 백과 사전과도 같은 결과물도 만들었다고 하니 작가의 일본인 특유의 덕후적 기질을 감지할 수 있었다.

작가의 경험담을 담은 자유 숲 고등학교 ( 우리식으로 말하면 대안학교 쯤 될 듯하다 ) 에서 생물선생님으로 근무하며 학생들이 가져오는 동물 사체를 연구하고 더불어 학생들과 함께 동물을 해부하고 사체를 삶고 뼈를 추려내어 골격표본을 만들고 하는 식의 생물교육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일본식 과학 수업 방식이 부러우면서도 과연 한국에도 이런식으로 교육하는 대안학교 내지 과학고등학교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덕후적 기질을 가진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도 행운이거니와 학사일정에 따르지 않는 자유로운 학교의 수업분위기도 독특했다.

일본이 과학분야에서 지속적으로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내고 있는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너구리 장을 흝는 남자! 굉장한 분위기가 있다. 장 속에도 역시 은행이 가득 있다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중에서


죽은 사체의 해부를 통해 장 속에 들어있는 물질을 보고 무엇을 먹고 어떤 행동반경으로 유추해 보는 방식과 그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독자도 작가가 그린 그림과 글 속에서 다양한 정보와 과학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책 속에서 숲 속 나무 내음 마저도 맡을 수 있는 독특한 과학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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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토리 씨 가족의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
핫토리 고유키.핫토리 분쇼 지음, 황세정 옮김 / 더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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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토리씨 가족의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는 만화처럼 재미있는 책이다. 챕터 사이사이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는 책 속의 글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한 층 더 가미시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이 책의 작가인 핫토리 고유키와 핫토리 분쇼는 부부작가로 핫토리 고유키는 일본 요코하마의 교외에 사는 40대의 주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고 핫토리 분쇼는 회사원이자 서바이벌 등산가 겸 사냥꾼이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한하면 괴짜 부부의 자급자족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남편 분쇼는 사냥으로 먹이를 조달하고 산을 여행하는 일을 천직으로 삼는 등산가다.

핫토리씨 가족의 도시 수렵 생활 분투기 중에서

병원에 다녀온 후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전하자 남편 분쇼는 등을 돌린 채 "그래", 라고 대답했다. 텔레비젼에서 하는 축구 중계에 빠져 있었다. 내 몸의 변화를 이미 눈치챘던 남편은 딱히 놀란 것 같지 않았지만. 함께 살면서도 마음은 딴 데 가 있는 듯해 늘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핫토리씨 가족의 도시 수렵생활 분투기 중에서

세 아이의 출산마저 혼자 감당한 아내 작가 핫토리 고유키는 자칫하면 우울한 고백서로 흐를 수 있는 체험담을 기지가 넘치는 에세이로 바꿔 놓았다. 이 책은 일본 작가 특유의 만화적 유머와 참신하고 톡톡뛰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부부가 정원이 있는 낡은 집을 구매해서 필요한 부분을 고치고 손질하며 세 아이를 키우고 닭과 고양이 강아지등과 어우러져 사는 삶은 이상적이다. 작가 아내의 가정에 소홀한 남편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넘어 공손함을 담은 글의 색깔은 일본 여성만이 낼 수 있는 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슴을 사냥해서 집으로 가져오면 그것을 절단하고 해체하여 요리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웃과 함께 나눠먹는 에피소드는 한국 사람 정서로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북유럽의 수렵민족인 이누이트 족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랄까?

동물을 해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자 남편은 사슴을 통째로 들고 오기 시작했다.

핫토리씨 가족의 도시 수렵 생활 분투기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습과 돈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살아가는 두 부부의 분투기는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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