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홍길동전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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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어딜가나 볼 수 있는 이름 '홍길동'.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홍길동전을 들어는 봤어도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무심결에 구입했다. 읽으면서는 이렇게 급진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조선 중기에 살았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 해 서러운 길동은 자신의 출중한 능력을 시기한 아버지의 첩이 보낸 자객에 의해 죽을 뻔 한 고비를 넘기고 스스로 집을 떠난다. 이후 활빈당을 만들어 부패한 관리에게 재물을 빼앗아 불쌍한 백성을 구제한다. 신비한 도술을 부리는 길동은 축지법을 쓰기도 하고 분신술을 써서 여덟명이 되기도 한다. 이후 조선을 떠나 걱정거리 없는 태평천하의 나라를 만든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운 홍길동전은 '당시의 시대적 한계를 타파하고자 하는 바람이 담긴 소설이고 어쩌고' 하는 게 다라 홍길동전이라는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라든가 초현실적인 설정 같은 부분은 잘 몰랐는데 책으로 읽다보니 그런 점이 보여 재미있다. 글의 원형은 원래 말일테니 전체적인 문체가 말하듯 하는 구어체인 것도 쉽고 재미있다. 글로만 읽기에는 설명이 다소 부족한 듯 보이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이런 영웅이라는데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영민하고 무예가 출중한데다 정의롭기까지 한. 도술까지 부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관리를 벌하고 일반 백성을 구한다는데. 해리포터의 마법정도는 찜쪄먹을 도술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전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멋지디 멋진 홍길동, 나도 갖고싶다.

15
세월이 물과 같이 흘러 길동이 나이 여덟 살이 되었다. 위아래를 막론하고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대감도 사랑하나, 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자신이 천하게 난 것을 스스로 가슴 싶이 한탄하였다.

44
길동이 내려와 축지법을 써서 도적을 이끌고 마을로 돌아오니 모든 도적이 크게 칭찬하였다.


45
우리가 이제는 백성의 재물은 추호도 건드리지 말고, 각 읍 수령과 방백들이 백성에게서 착취한 재물을 빼앗아 혹 불쌍한 백성을 구제할 것이니, 이 무리의 이름을 ‘활빈당‘이라 하리라.

62
이때 팔도에서 다 제각기 길동을 잡았노라 보고하는 글을 나라에 올리니, 사람마다 의혹에 차서 분주하게 길을 가득 메우고 구경하는데 그 수를 알지 못 할 정도였다.

105
아름답구나! 길동이 행한 일들이여! 자신이 원한 것을 흔쾌하게 이룬 장부로다. 비록 천한 어미 몸에서 태어났으나 가슴에 쌓인 원한을 풀어버리고, 효성과 우애를 다 갖춰 한 몸의 운수를 당당히 이루었으니, 만고에 희한한 일이기에 후세 사람에게 알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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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영문판 + 한글판 + MP3 CD)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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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요새 이상하게 예전에 봤던 책을 다시 보고 싶다. 나는 책상 위에 읽을 책을 쌓아두고 이번에는 뭘 볼까 그 앞에서 고민하곤 한다. 한 번 시작한 책은 어지간하면 끝까지 다 본다. 그리고 나서 소감을 써보고, 책장에 정리한다. 얼마 전 사랑스러운 내 책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봐야겠다 싶어 책상 위에 쌓아놨다가 1984를 읽은 피로함을 달래고자 선택한 책.



주인공은 다섯 살 때 부모님을 모두 잃고 체로키 인디언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에서 살게 된다. 백인들에게 살던 곳을 빼앗기고 보호구역으로 이주를 당하면서 인구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등 생존에 어마어마한 위험을 겪지만, 체로키 인디언들은 그저 자연과 더불어 묵묵히 살아간다.



할아버지, 할머니, 늙은 개 세 마리, 늙은 노새 한 마리와 함께 가난하지만 책 제목대로 '영혼이 따뜻한 날들'을 보내며 주인공 작은 나무는 체로키 인으로 성장한다. 문상 비둘기가 우는 이유, 위험할 때 개를 풀어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는 방법, 여우 쫓기, 어떤 식물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으며 뱀에 물렸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런 것들을 도대체 이 사람들이 아니면 누가 가르쳐 줄 수 있을까. 현대 문명은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살기 좋게 만든 것 같지는 않다. 더불어 인간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인류는 진화가 아니라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에서 배운 대로 순하게 어울려 살았던 체로키. 예전에 읽을 때도 그랬지만 다시 읽다 보니 좋은 구절이 너무 많아 읽는 내내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다. 중간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잠깐 헤어지게 되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참지 못 하고 엉엉 울었다.


좋은 시절은 아니었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지켰던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전통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우리가 일제 강점기 때 겪었던 것과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갔다. 이후 주인공은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 검색을 해봤는데 별로 나오는 건 없었다. 배운 대로 아름답게 사셨겠지. 기다리셨을 조부모님과 그곳에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17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는 녹초가 되도록 지치는 게 좋아."

71
개든 사람이든 간에 자기가 아무 데도 쓸모없다고 느끼는 건 대단히 좋지 않다는 게 할아버지의 설명이셨다.

139
두 분은 히커리 나무로 만든 혼인 지팡이를 함께 붙들고 혼인 서약을 한 다음, 그 지팡이를 평생 동안 집 안에 잘 모셔두었다.

149
히커리 나무로 만든 혼인 지팡이도 뒤틀리긴 했지만 여전히 부러지지 않은 채 그곳에 꿋꿋이 서 있었다. 그 지팡이에는 그분들이 슬플 때나 기쁠 때, 싸웠을 때마다 표시해 둔 자국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181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 것이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셨다.

445
여름은 나의 계절이다. 여름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태어난 계절이 바로 그 사람의 계절이 되는 것이 체로키의 관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일은 하루로 끝내지 않고 여름 내내 계속되었다.

555
나는 빨갛고 파란 사탕상자를 할머니의 옥수숫가루 통 속에다 넣어두었다. 아마 하루나 이틀만 있으면 할머니의 눈에 띌 것이다. 또 막대사탕 상자는 할아버지의 양복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다. 할아버지는 일요일은 되어야 그것을 발견하실 것이다. 그냥 맛만 볼 요량으로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서 먹어보았다. 정말 맛이 좋았다.

621
소나무 가지들이 길 위로 낮게 드리워져 내 얼굴을 건드리기도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보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소나무들이 진짜 나인지 확인해보려고 그러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657
"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작은 나무야, 다음번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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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Mass Market Paperback, 미국판) - 『1984』 원서
조지 오웰 지음 / Signet / 195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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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피곤한 1984. 7년 전인가 8년 전인가 낑낑대며 원서로 읽었건만 다시 읽은 지금 기억나는 내용이 거의 없다. 그때만 해도 나라가 이 모양으로 망가지기 전이고 나는 지금보다 어렸을 때라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교하면 그렇게 말이 안 되는 이야기 같지도 않다.


때는 1984년의 영국이다. 윈스턴은 삶의 모든 부분을 통제하는 정부에게 의문을 가진다.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는 사람이 모이는 어느 곳이나 설치되어 있는데, 아주 낮은 속삭임이 아니라면 모든 소리를 다 감지할 수 있어 사람들을 감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소설 속 사람들은 먹는 것부터 입는 것, 언어까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당으로부터 통제받는다.


정부는 언제나 입장을 바꾼다. 세 개의 큰 연방 국가로 이루어진 소설 속의 세계에서 윈스턴이 속한 오세아니아의 적과 동지는 언제나 바뀐다. 또한 정부에서는 과거를 날조해 현재를, 현재를 지배해 미래를 손에 쥐고자 한다. 이런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은 똑같은 멜빵바지를 입고 똑같은 언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늘 같은 싸구려 음식을 먹어 건강하지도 못 하다. 사람 사이에 믿음이라는 건 없어진지 오래. 가족과 동료끼리 의심하고 고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야기 속의 세상은 '사랑'이 아닌 인간에의 '증오'로 굴러가는 곳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젊고 예쁜 줄리아라는 여자가 나타난다. 서로 필요 이상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일부러 윈스턴과 부딪혀 쪽지를 전한다. 쪽지를 확인한 윈스턴은 요 며칠 이상하게 자주 마주치던 그녀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뀐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예쁜 여자라면 구역질이 날 것 같았건만 평생 처음으로 접해본 누군가의 마음을 본 그는 어느새 삶에 대한 의지를 생각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것으로 인간의 삶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을까. 나는 철저히 인문 학도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이라 인간다움을 제거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과는 상관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소설에서처럼 사람들을 궁지로 몰아간다면, 그리고 그 궁지가 궁지라고 생각하지 못 하게 할 수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정부는 곧 전복될 거라 믿지만.



이 소설은 1949년에 출판되었다. 조지 오웰은 1948년에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연도의 뒷자리 숫자를 바꾸어 1984라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게 됐다고 한다. 과학은 계속 발달할 것이다. 기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통제할 것인가 통제 당할 것인가. 통제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그렇지 못 하도록 감시할 것인가.


당분간은 이런 암울한 소설은 읽고 싶지 않다. 한숨이 푹푹 나오는 1984, 그러나 언제든 내용이 가물가물해질 때면 다시 찾겠지. 세상 사람들이 보라는 책에는 다 이유가 있다.

35
"Who controls the past," ran the Party slogan. "controls the future ;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과거를 지배하는 자만이" 당의 구호가 흘러갔다. "미래를 지배한다. 그리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만이 과거를 지배할 수 있다."

109
At the sight of the word I love you the desire to stay alive had wellled up in him, and the taking of minor risks suddenly seemded stupid.

‘사랑해요‘라고 적혀있는 글자를 보는 순간, 살고 싶다는 생에 대한 욕구가 온몸 가득 차올랐고, 그까짓 작은 위험을 부담하는 것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155
Nothing exists except an endless present in which the Party is always right. I know, of course, that the past is falsified but it would never be possible for me to prove it.
현재 빼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현재는 영원할 것이며 그 속에서 당은 언제나 옳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그들이 주장하는 과거라는 것이 날조된 과거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200
The best books, he perceived are those that tell you what you know already.

그의 생각에 최고의 책이란 알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책이다.

281
To die hating them, that was freedom.

그들을 미워하며 죽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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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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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사놨는지 가물가물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몇 년 전 사서 보고는 책장에 꽂아놓은 것만 기억난다. 책에 대한 감상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 걸 보니 그때는 지금보다 어려서 그랬는지 내 상태가 안 좋아서 그랬는지, 하여튼 별생각이 없었고 마지막 단편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있는 자들은 다 이렇게 오만한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최근 내 책장을 훑어보다가 문득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장에서 빼내어 책상 위에 쌓아두었다. 책 첫 장을 펴고 읽기 시작한 작가의 말 '파괴와 거짓 희망, 모멸의 시대'부터 너무 마음에 들어 다 읽고 나서 필사까지 해두었다.


우리나라의 근로환경을 보면서 답답할 때가 많았다. 회사생활이라고는 이십 대 초반 2년간 해본 것이 다라 이제는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후로는 강사 생활을 했으니 회사라는 조직보다는 작고, 유연하고, 개인적인 환경에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나는 '위에서 시키면 무조건 다 해야 하는' 분위기가 잘 이해가 안 됐다. 그런가 보다 하면서도 왜 저렇게 밖에 하지 못할까, 답답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현재 어른이 된 세대(어른이라기보다는 '꼰대'라고 부르고 싶은)가 젊은 세대에게 '당연히' 따르기를 기대 혹은 강요하는 것들을 보면 어처구니없는 수준인 것이 많아 저 인간들은 도대체 왜 저 모양일까, 민주주의를 맞이했다고는 하나 일부 사람들의 피 터지는 노력을 통해 쟁취한 것이지, 그동안 나머지는 뭐 했나, 입 다물고 엎드려 있다가 달콤한 결과만 나눠 누린 비겁한 사람들 덕에 이 나라는 아직도 말로만 민주화를 실행하고 있지 않나, 하는 분노에 시달린 적도 있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다 보니 상식이 상식이 아니었던 세대를 답습하는 유물 같은 그들의 생각 체계가 뭔지 알 것도 같았다.



누구의 말대로 우리 부모 세대는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다 누구의 공인가. 못 먹고 못 입고 못 자며 만들어낸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생리대 갈 시간도 주지 않아 다리에 시뻘겋게 흘려가며 일했다는 이들은 지금 얼마나 잘 살고 있나.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인간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나. OECD 국가 중 제일 오래 일하는 우리들. 정당히 받아야 할 초과근무 수당도 당연히 누려야 할 육아 휴직이며 연차며 월차를 눈치 보며 써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그려낸 문제는 절대로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우리의 이야기다. 


책의 문장 하나하나가 나의 신경줄을 건드리는 것만 같아 읽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사실적인 문체가 슬픈 느낌이라면, 이 책은 사실적인 문체가 참담한 기분이 들게 한다.



삼성의 이재용 씨가 구속되었다. 이 책이 씌어질 당시에는 상상도 못 했을 일일 거다. 어쨌든 우리는 해내고 있다. 바로 지금 이때 우리가 읽어야 할 이야기가 바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아닐까 싶다.

16
사람들이 꼽추네 집을 무너뜨렸다. 쇠망치를 든 사나이들이 한쪽 벽을 부수고 뒤로 물러서자 북쪽 지붕이 거짓말처럼 내려앉았다. 그들은 더 이상 꼽추네 집에 손을 대지 않았고, 미루나무 옆 털여뀌풀 위에 앉아있던 꼽추는 일어서면서 하늘만 쳐다보았다.

36
이 세상엔 왜 이렇게 온전한 사람이 없을까?


100
"언제나 알아듣겠니? 아버니는 지치셔서 그런 거야."

131
나는 처음 약속대로 ‘안 돼요‘라는 말은 그에게 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에게 ‘안 돼요‘라고 말하지 못 했다.

189
"쫓겨났다니? 해고당했단 말야? 그들이 뭘 잘못했어?"
"아니."
"노조가 없었군. 그렇지?"
"있어."
"그런데 그런 부당 해고가 가능해? 노조 간부들은 뭘 하지?"
"사용자를 위해서 일하지."
"그게 무슨 노조야?"
"그게 노조야."


210
오른쪽 어금니 1500원
왼쪽 어금니 1500원

나는 가계부를 덮었다. 어머니가 두 개의 어금니만 뽑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달에 삼천 원의 돈을 문화비로 지출할 뻔했다. - 가계부대로라면.


309
"오늘 죽어 살면서 내일 생각은 왜 했을까?"
"목돈이 필요했으니까. 토끼 새끼들을 넣어 기를 토끼집이 필요했지."

310
앉은 뱅이는 보이지 않고 기어 오는 소리만 들렸다. 우물을 찾아 작은 두레박을 내렸다. 얼굴이 밤하늘을 향해 들려질 때까지 물을 마셔 빈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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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Women (Paperback) Collins Classics 26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 HarperPres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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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봤던 것도 같은 <작은 아씨들>. 요즘 고전을 읽어보자 싶어 기웃거리다가 얇아 보이길래 그냥 사봤다. 그리고 읽으면서 다짐 또 다짐했다. 다시는 원서로 고전은 사지 않으리라. 그래도 끝까지 보긴 했다. 흐흐.


배경은 미국 남북전쟁 시절이다. 부유하던 집안이 기울고 아버지는 전쟁에 참전하여 집을 비운 상태다. 천사 같은 엄마 마치 부인과 네 명의 딸들 -마가렛 (메그), 조세핀 (조), 엘리자베스 (베스), 에이미-가 함께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간다.



한때 잘 살던 형편이 안 좋아진 것도 모자라 전쟁으로 인해 살기는 더 힘들어졌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도 않았고 일하는 여성에 대한 시선도 좋지는 않았던 때였다. 네 자매는 일을 해서 가족과 자신을 부양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지만 한편으로 그림 같은 집에서 예쁘게 차려입고 좋은 것만 하며 살아가는 또래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던 시기,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삶 안에서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의 통념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아간다. 책을 살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읽다 보니 당시 사회의 여성의 역할을 그려낸 이야기라 굉장히 흥미로웠다.


마치 씨네 가족은 청교도답게 운명에 순응하는 방법으로 현명하게 위기를 대처해 나간다. 각각 다른 성격을 가진 네 자매의 이야기도 좋았고 남자라고는 희귀한 이 집안사람들과 가족같이 지내게 되는 옆집 남자아이 로렌스와의 이야기도 귀여웠다. 운명 앞에 똘똘 뭉쳐 사랑으로 이겨내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들은 옛 가치관에 꽁꽁 묶인 고루한 사람들이 아니다. <작은 아씨들>이 이런 이야기였다니. 어릴 땐 미처 몰랐다.

31
She liked the "Laureance boy" better than ever, and took several looks at him, so that she might describe him to the girls; for they had no brothers, very few male cousins, and boys were almost unknown creatures to them.

조는 이 ‘로렌스라는 이름의 남자아이‘가 정말 마음에 들어 집에 가서 얘기해주려고 몇 번이나 눈여겨봤다. 그들은 남자 형제도 없고 사촌도 아주 드물어 남자란 미지의 생물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40
Jo‘s ambition was to do something very splendid; what it was she had no idea, as yet, but left it for the time to tell her.

조의 꿈은 뭔가 근사한 것이 되는 거였다. 그게 뭔지는 아직 몰랐지만, 그런 건 차차 생각하기로 했다.


42
There are many Beths in the world, shy and quiet, sitting in corners till needed, and living for others so cheerfully that no one sees the sacrifices till the little crickets on the hearth stop chriping, and the sweet, sunshing presence vanishes, leaving silence and shadow behind.

베스 같은 아이는 어디에나 있다.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누가 찾지 않으면 언제나 구석에 앉아있는. 기꺼이 다른 사람을 위해 살지만, 작은 귀뚜라미 같은 베스가 소리를 멈추고 사라지면 그제야 사람들은 베스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다정하고 따뜻한 베스가 없는 자리에는 고요함과 침묵뿐이다.

55
‘I‘m not afraid of anything,‘ returened Jo, with a toss of the head.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조가 머리를 까닥이며 대답했다.

65
She never knew that Mr. Laurence often opended his study door to hear the old-fashioned airs he liked; she never saw Laurie mount guard in the hall to warn the servants away.

베스 같은 아이는 어디에나 있다.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누가 찾지 않으면 언제나 구석에 앉아있는. 기꺼이 다른 사람을 위해 살지만, 작은 귀뚜라미 같은 베스가 소리를 멈추고 사라지면 그제야 사람들은 베스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다정하고 따뜻한 베스가 없는 자리에는 고요함과 침묵뿐이다.

55
‘I‘m not afraid of anything,‘ returened Jo, with a toss of the head.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조가 머리를 까닥이며 대답했다.



65
She never knew that Mr. Laurence often opended his study door to hear the old-fashioned airs he liked; she never saw Laurie mount guard in the hall to warn the servants away.

베스는 로렌스 씨가 서재의 문을 열고 옛날식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즐거워했다는 건 몰랐다. 또 로리가 복도로 올라와 하인들이 가까이 가지 못하게 지키고 서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136
‘We don‘t cheat in America, but you can, if you choose.‘ said Jo, angrily.

‘미국에서는 반칙 같은 건 안 해. 너 같은 영국인라면 할 수 있지.‘ 조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157
‘If we are alive ten years hence, let‘s meet, and see how many of us have got our wishes, or how much nearer we are then than now.‘ said Jo, always ready with a plan.

‘우리가 만약에 10년 후에도 살아있으면 우리 꿈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얼마나 우리 꿈에 가까워졌는지 한 번 보자.‘하고 조가 말했다. 조는 언제나 계획적인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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