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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Mass Market Paperback, 미국판) - 『1984』 원서
조지 오웰 지음 / Signet / 1950년 7월
평점 :
표지만 봐도 피곤한 1984. 7년 전인가 8년 전인가 낑낑대며 원서로 읽었건만 다시 읽은 지금 기억나는 내용이 거의 없다. 그때만 해도 나라가 이 모양으로 망가지기 전이고 나는 지금보다 어렸을 때라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요즘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교하면 그렇게 말이 안 되는 이야기 같지도 않다.
때는 1984년의 영국이다. 윈스턴은 삶의 모든 부분을 통제하는 정부에게 의문을 가진다. 텔레스크린이라는 장치는 사람이 모이는 어느 곳이나 설치되어 있는데, 아주 낮은 속삭임이 아니라면 모든 소리를 다 감지할 수 있어 사람들을 감시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다. 소설 속 사람들은 먹는 것부터 입는 것, 언어까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당으로부터 통제받는다.
정부는 언제나 입장을 바꾼다. 세 개의 큰 연방 국가로 이루어진 소설 속의 세계에서 윈스턴이 속한 오세아니아의 적과 동지는 언제나 바뀐다. 또한 정부에서는 과거를 날조해 현재를, 현재를 지배해 미래를 손에 쥐고자 한다. 이런 세상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은 똑같은 멜빵바지를 입고 똑같은 언어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늘 같은 싸구려 음식을 먹어 건강하지도 못 하다. 사람 사이에 믿음이라는 건 없어진지 오래. 가족과 동료끼리 의심하고 고발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야기 속의 세상은 '사랑'이 아닌 인간에의 '증오'로 굴러가는 곳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젊고 예쁜 줄리아라는 여자가 나타난다. 서로 필요 이상의 접촉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사회에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일부러 윈스턴과 부딪혀 쪽지를 전한다. 쪽지를 확인한 윈스턴은 요 며칠 이상하게 자주 마주치던 그녀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뀐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예쁜 여자라면 구역질이 날 것 같았건만 평생 처음으로 접해본 누군가의 마음을 본 그는 어느새 삶에 대한 의지를 생각하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것으로 인간의 삶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을까. 나는 철저히 인문 학도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이라 인간다움을 제거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달과는 상관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소설에서처럼 사람들을 궁지로 몰아간다면, 그리고 그 궁지가 궁지라고 생각하지 못 하게 할 수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 정부는 곧 전복될 거라 믿지만.
이 소설은 1949년에 출판되었다. 조지 오웰은 1948년에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연도의 뒷자리 숫자를 바꾸어 1984라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게 됐다고 한다. 과학은 계속 발달할 것이다. 기술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통제할 것인가 통제 당할 것인가. 통제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그렇지 못 하도록 감시할 것인가.
당분간은 이런 암울한 소설은 읽고 싶지 않다. 한숨이 푹푹 나오는 1984, 그러나 언제든 내용이 가물가물해질 때면 다시 찾겠지. 세상 사람들이 보라는 책에는 다 이유가 있다.
35 "Who controls the past," ran the Party slogan. "controls the future ; Who controls the present controls the past."
"과거를 지배하는 자만이" 당의 구호가 흘러갔다. "미래를 지배한다. 그리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만이 과거를 지배할 수 있다."
109 At the sight of the word I love you the desire to stay alive had wellled up in him, and the taking of minor risks suddenly seemded stupid.
‘사랑해요‘라고 적혀있는 글자를 보는 순간, 살고 싶다는 생에 대한 욕구가 온몸 가득 차올랐고, 그까짓 작은 위험을 부담하는 것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155 Nothing exists except an endless present in which the Party is always right. I know, of course, that the past is falsified but it would never be possible for me to prove it. 현재 빼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현재는 영원할 것이며 그 속에서 당은 언제나 옳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그들이 주장하는 과거라는 것이 날조된 과거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나로서는 도저히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200 The best books, he perceived are those that tell you what you know already.
그의 생각에 최고의 책이란 알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책이다.
281 To die hating them, that was freedom. 그들을 미워하며 죽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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