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홍길동전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평점 :


한국인이라면 어딜가나 볼 수 있는 이름 '홍길동'.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홍길동전을 들어는 봤어도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무심결에 구입했다. 읽으면서는 이렇게 급진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조선 중기에 살았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 해 서러운 길동은 자신의 출중한 능력을 시기한 아버지의 첩이 보낸 자객에 의해 죽을 뻔 한 고비를 넘기고 스스로 집을 떠난다. 이후 활빈당을 만들어 부패한 관리에게 재물을 빼앗아 불쌍한 백성을 구제한다. 신비한 도술을 부리는 길동은 축지법을 쓰기도 하고 분신술을 써서 여덟명이 되기도 한다. 이후 조선을 떠나 걱정거리 없는 태평천하의 나라를 만든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배운 홍길동전은 '당시의 시대적 한계를 타파하고자 하는 바람이 담긴 소설이고 어쩌고' 하는 게 다라 홍길동전이라는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라든가 초현실적인 설정 같은 부분은 잘 몰랐는데 책으로 읽다보니 그런 점이 보여 재미있다. 글의 원형은 원래 말일테니 전체적인 문체가 말하듯 하는 구어체인 것도 쉽고 재미있다. 글로만 읽기에는 설명이 다소 부족한 듯 보이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이런 영웅이라는데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영민하고 무예가 출중한데다 정의롭기까지 한. 도술까지 부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며 관리를 벌하고 일반 백성을 구한다는데. 해리포터의 마법정도는 찜쪄먹을 도술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전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멋지디 멋진 홍길동, 나도 갖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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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물과 같이 흘러 길동이 나이 여덟 살이 되었다. 위아래를 막론하고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대감도 사랑하나, 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니 자신이 천하게 난 것을 스스로 가슴 싶이 한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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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이 내려와 축지법을 써서 도적을 이끌고 마을로 돌아오니 모든 도적이 크게 칭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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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제는 백성의 재물은 추호도 건드리지 말고, 각 읍 수령과 방백들이 백성에게서 착취한 재물을 빼앗아 혹 불쌍한 백성을 구제할 것이니, 이 무리의 이름을 ‘활빈당‘이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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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팔도에서 다 제각기 길동을 잡았노라 보고하는 글을 나라에 올리니, 사람마다 의혹에 차서 분주하게 길을 가득 메우고 구경하는데 그 수를 알지 못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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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구나! 길동이 행한 일들이여! 자신이 원한 것을 흔쾌하게 이룬 장부로다. 비록 천한 어미 몸에서 태어났으나 가슴에 쌓인 원한을 풀어버리고, 효성과 우애를 다 갖춰 한 몸의 운수를 당당히 이루었으니, 만고에 희한한 일이기에 후세 사람에게 알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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