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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영한대역 (영문판 + 한글판 + MP3 CD)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원래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요새 이상하게 예전에 봤던 책을 다시 보고 싶다. 나는 책상 위에 읽을 책을 쌓아두고 이번에는 뭘 볼까 그 앞에서 고민하곤 한다. 한 번 시작한 책은 어지간하면 끝까지 다 본다. 그리고 나서 소감을 써보고, 책장에 정리한다. 얼마 전 사랑스러운 내 책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봐야겠다 싶어 책상 위에 쌓아놨다가 1984를 읽은 피로함을 달래고자 선택한 책.
주인공은 다섯 살 때 부모님을 모두 잃고 체로키 인디언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에서 살게 된다. 백인들에게 살던 곳을 빼앗기고 보호구역으로 이주를 당하면서 인구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등 생존에 어마어마한 위험을 겪지만, 체로키 인디언들은 그저 자연과 더불어 묵묵히 살아간다.
할아버지, 할머니, 늙은 개 세 마리, 늙은 노새 한 마리와 함께 가난하지만 책 제목대로 '영혼이 따뜻한 날들'을 보내며 주인공 작은 나무는 체로키 인으로 성장한다. 문상 비둘기가 우는 이유, 위험할 때 개를 풀어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는 방법, 여우 쫓기, 어떤 식물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으며 뱀에 물렸을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런 것들을 도대체 이 사람들이 아니면 누가 가르쳐 줄 수 있을까. 현대 문명은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살기 좋게 만든 것 같지는 않다. 더불어 인간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인류는 진화가 아니라 퇴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에서 배운 대로 순하게 어울려 살았던 체로키. 예전에 읽을 때도 그랬지만 다시 읽다 보니 좋은 구절이 너무 많아 읽는 내내 정말 마음이 따뜻해졌다. 중간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잠깐 헤어지게 되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참지 못 하고 엉엉 울었다.
좋은 시절은 아니었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지켰던 그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전통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우리가 일제 강점기 때 겪었던 것과 다르지 않아 공감이 갔다. 이후 주인공은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해 검색을 해봤는데 별로 나오는 건 없었다. 배운 대로 아름답게 사셨겠지. 기다리셨을 조부모님과 그곳에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17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는 녹초가 되도록 지치는 게 좋아."
71 개든 사람이든 간에 자기가 아무 데도 쓸모없다고 느끼는 건 대단히 좋지 않다는 게 할아버지의 설명이셨다.
139 두 분은 히커리 나무로 만든 혼인 지팡이를 함께 붙들고 혼인 서약을 한 다음, 그 지팡이를 평생 동안 집 안에 잘 모셔두었다.
149 히커리 나무로 만든 혼인 지팡이도 뒤틀리긴 했지만 여전히 부러지지 않은 채 그곳에 꿋꿋이 서 있었다. 그 지팡이에는 그분들이 슬플 때나 기쁠 때, 싸웠을 때마다 표시해 둔 자국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181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 것이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셨다.
445 여름은 나의 계절이다. 여름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태어난 계절이 바로 그 사람의 계절이 되는 것이 체로키의 관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생일은 하루로 끝내지 않고 여름 내내 계속되었다.
555 나는 빨갛고 파란 사탕상자를 할머니의 옥수숫가루 통 속에다 넣어두었다. 아마 하루나 이틀만 있으면 할머니의 눈에 띌 것이다. 또 막대사탕 상자는 할아버지의 양복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다. 할아버지는 일요일은 되어야 그것을 발견하실 것이다. 그냥 맛만 볼 요량으로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서 먹어보았다. 정말 맛이 좋았다.
621 소나무 가지들이 길 위로 낮게 드리워져 내 얼굴을 건드리기도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보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소나무들이 진짜 나인지 확인해보려고 그러는 거라고 알려주셨다.
657 "이번 삶도 나쁘지는 않았어. 작은 나무야, 다음번에는 더 좋아질 거야.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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