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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세트 - 전5권 - 최신 원전 완역본 ㅣ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평점 :
대학 때 영문학을 전공했는데 단편소설을 꽤나 좋아했었다. 포의 작품은 사실 소설보다 시로 먼저 접했고, 이후 '아몬틸라도의 술통'을 수업시간에 수업자료로 배웠는데, 길이가 굉장히 짧은데도 몰아치는 듯한 분위기와 그 짧은 순간을 정확히, 강렬하게 묘사하는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여담이지만 당시에 원서로 읽었는데, 언어가 다른데도 긴박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니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쨌든 그 후로 졸업을 했고 포의 작품은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가입한 네이버 카페에 이벤트 서적으로 올라왔길래 대학시절 생각이 나서 신청했는데 운이 좋게 당첨이 되어 재미있게 읽고 있다. 5권이나 되어서 이걸 언제 다 쓰나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포의 단편 전편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는 건 분명 의미있는 일 같다.
1편은 미스테리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 특유의 약간 까칠하며 촘촘한 전개가 재미있다.
주제가 미스테리니까,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 오히려 본인이 하려는 이야기의 반박거리가 될 만 한 이야기를 먼저 풀어놓는다. 그걸 믿든, 아니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어디에 함정이 있는지, 어디가 말이 안되는지 따져가며 읽든, 그건 독자의 선택이다. 나는 후자였는데 주인공이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 조차 조금 어려웠다. 설명이 너무 자세해서 그림이 필요하다 싶은 부분도 있었고. 결말을 맞춘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이런 건가 보다.
작가는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본 이야기에서 이용할 인간 심리의 종류라던가 오류 같은 부분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시작한다. 그 부분은 좀 어렵지만 굳이 지면을 할애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야기를 한참 진행하고 나서 설명을 하려면 분위기도 늘어지고 긴장감도 떨어질 테니. 수학까지 동원한 작품도 있었다. 그리고는 이야기로 들어가서는 주요 인물들의 소개나 배경 등을 또 아주 자세하게 얘기해준다. 독자로 하여금 같이 추리하도록 의도한 것 같은데 나름대로 추적을 해보겠다고 여러 번 읽어도 쉽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단서를 하나씩 흘리며 실마리를 제공하다가, 주인공의 영민함으로 결국 사건을 해결한다. 그런데 이 과정의 전개가 굉장히 촘촘하고 세밀하다. 다른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본 편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작가가 제공하는 이야기에다, 자세한 정황 및 단서를 알고도, 오히려 알기 때문에 쉽게 간과하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콕콕 집어내어 사건 해결의 열쇠로 활용 하는데,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이 사건의 가해자를 찾는 방식은 의외성 혹은 평범한 곳에서 단서 찾기, 죄책감 건드리기, 편견 이용하기 등등이었는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범인들이 양심 혹은 공포심을 이기지 못 해 자백하게 된다던가, 오만한데다 영리하기까지 한 사람을 평범하고 대담한 방법으로 속여서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던가 하는 부분 - 즉, 인간 삶의 아이러니를 본 것 같아 재미있었다.
지나친 영어식 문체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번역도 마음에 들었다. 영어의 원문을 살리면서 한국 독자가 읽을 때 어색하지 않게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뒤쪽 몇 개의 작품은 대체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싶은 것들이 있었다. 나의 학식이 부족한 탓이겠지.
오타도 있었다.
26쪽 : "..굴뚝 청소부를 시켜 굴뚝을 위아래ㅋ로.." (편집자가 매우 기쁜 상태였나보다)
99쪽 : "..그렇지만 사건이 발생한 일요일부터 아이들이 물건은 찾은 오후까지.."
172쪽 : "..시계 대부분이 오래되고 부식되어 시계 본래 기능은 멈쳤지만.."
186쪽 : "..암호 제작자는 암호를 풀기 어렵게 만들려고 문장을 나누지 않고 일부로..."
얼른 수정하시길.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주인공이 지나치게 섬세하고 영리해서 추리가 가능했던 듯도 싶은 부분도 있었고 혹은 너무 심한 우연의 일치가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추리소설이지 않나 싶다.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