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독서 - 오늘도 책에서 세상과 사람을 읽는 네이버 브랜드 기획자의 이야기
김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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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애드가 앨런 포, 헤밍웨이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한 술이죠.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속설과 함께 ‘녹색 요정’이라는 별칭을 가진 압생트의 도수는 70도에 육박합니다.

“한때는 압생트의 ‘웜우드 Wormwood' 성분이 정신착란을 일으킨다는 말도 있었지만 오늘날에 와서야 근거 없는 소문이었다는 게 밝혀졌어요. 어쩌면 그때의 예술가들은 압생트를 마셨다는 사실에 취한 걸지도 모르죠. 뭔가 새로운 것을 떠올린 게 아니라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랄까요.”

-『기획자의 독서』, 223쪽

“오늘도 책에서 세상과 사랑을 읽는 네이버 브랜드 기획자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기획자의 독서』에서 ‘압생트 Absinthe’를 만났다.

고흐 때문에 더 유명해진 그 압생트를 말이다. ‘고흐의 술’, ‘미치광이 술’로 알려진 압생트는 알코올 도수가 45~70%로 아주 높다. 쓴쑥 또는 향쑥이라는 꽃과 잎에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풀의 씨앗인 ‘아니스 anise와 스위스 회향 fennel을 사용한 허브 리큐어로서 가난한 예술가들이 심취했던 술이다. 압생트 속에 들어있는 투존 Thujone 성분이 환각을 일으킨다고 해서 금지당하기까지 했다. 사실 환각을 일으키려면 투존의 양이 400ml 정도는 돼야 한단다.

압생트의 폐해는 환각만이 아니다. 고흐의 그림 곳곳에 남아 있는 과도한 노란색의 흔적은 압생트 중독으로 일어난 것이다. ‘악마의 술’이라는 별명답게 압생트에는 시신경에 장애를 가져다주는 테레반이라는 유도체가 있다. 이것 때문에 노란색 집착 증인 황시증에 걸렸다는 속설도 있을 정도다.

고흐의 술, 미치광이 술로 불리게 됐던 압생트는 에드거 앨런 포우나 어니스트 헤밍웨이, 폴 고갱, 파블로 피카소까지 즐겨했단다. 심지어 천재 시인 아르트르 랭보 Arthur Jean Nicolas Rimbaud)의 말은 영화 <토탈 이클립스>의 대사로도 쓰였다. 압생트의 푸른빛이 도는 취기야 말로 “가장 우아하고 하늘하늘한 옷”이라고 표현해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출처: https://namu.wiki/w/%EC%95%95%EC%83%9D%ED%8A%B8

아무튼 왠지 에메랄드 빛 압생트에는 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잔뜩 담고 있을 것만 같아서 늘 신비롭게 느껴진다. 특히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나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의 노란색 소용돌이를 보면서 더욱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그런 압생트를 책에서 만나다니, 그것도 뭐든 디지털로 기획할 것만 같은 기획자의 책에서 ‘압생트’를 만나다니!

사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아니 전부가 독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성 떨어지고 혼자 노는 것을 더 편안해하는 내가 이만큼 살아내는 것도 다 책을 읽은 덕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로 경제적 활동을 하고 어제 보다 더 나은 삶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으니 책은 내게 생사여탈권을 쥐게 하는 도구인 셈이다.

저자인 김도영 님 역시 기획자에게 책은 생존 수영과 같은 거라고 단언한다. 기획자로서, 책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기초체력을 다지는 필살기로 삼고 있는 듯했다.

저자는 누군가 말한 “책이란, 글을 쓴 사람의 생각과 글을 읽는 사람의 생각이 만나 기호로 표기할 수 없는 특별한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거”(7쪽)라는 말에 뜻을 같이한다.

이 책의 미덕은 저자의 주장만 펼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좋은 생각이나 말을 수용하여 자신의 생각과 잘 버므려 놓고 있다는 데 있다.

“기획하는 일은, 인풋 Input과 아웃풋 Out의 밸런스가 좋아야 해.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투입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고, 그게 아웃풋으로 잘 연결되면 더욱 좋은 거지. 기획자는 모든 영역에서

인풋을 얻지만,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제일 많이

기대게 되더라고.”

- 『기획자의 독서』, 49쪽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를 옮기면서 “좋은 아웃 풋을 위해서는 좋은 인풋이 있어야 하고, 좋은 인풋이란 곧 ‘좋아하는 것으로부터의 인풋’이기도 한 것(50쪽)이라면서 자신만의 ‘인풋 1회’인 책을 꼽았다.

”자주, 편하게 가까이서, 쉽고, 다양하게, 그것도 큰돈 들이지 않고 만날 수“ 있는 게 책이라며, 기획할 때 책만 한 게 없다고 한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저자답게 독서의 방법도 아주 정교하게 다가간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서 “수렴의 독서”와 “발산의 독서”로 구분해 깊고 넓게 읽어내는 독서를 안내한다.

‘수렴 Convergence의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말한다. 책을 연쇄적으로 읽어 나가다 보면 애매모호하게 둥둥 떠다니기만 하던 형상들을 점점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주게 된단다.

책에서 말한 소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수렴의 독서를 상세하게 예를 들어서 설명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솝 브랜드를 알고 나서 이솝 우화 전집도 찾아서 읽고, 이솝 인테리어 디자인 북을 보고, 이솝 브랜드의 ‘자연주의’을 이해하고 싶어서 친환경과 자연주의 운동에 관한 서적들을 읽고, 호주의 이솝 본사 직원들이 모두 BIC 볼펜만을 사용한다고 해서 BIC 회사의 책을 다 읽은 식이다. 이솝이라는 브랜드를 향하여 깊게 파는 ‘구심력’에 의한 독서 형태이다.

반면에 “발산 Divergence의 책”은 이솝 브랜드를 넓게 파는 ‘원심력’에 의한 독서를 지칭한다.

저자는 이솝 브랜드가 탄생한 ‘1987년’에 꽂혀서 그 당시의 사람들의 삶에 주목한다. 당시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었기에 자연주의가 태동할 수 있었으며,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찾아내어 이솝 브랜드가 나오게 된 배경을 짐작한다. 1980년 신자유주의 정책의 가속화로 경제 호황과 함께 윤리 의식의 부재 또한 맞물려서 나타나게 되는데 이 시기에 이솝 브랜드가 만들어짐을 알게 된다.

발산의 책 읽기로 이솝 브랜드의 배경지식을 넓혀간다. 이솝 브랜드는 이솝우화가 전하는 “간단하고 본질적인 교훈을 실천하고자” 한다. 자연 성분을 기초로 한 윤리적인 제품, 최소한의 것으로만 생활해 나가는 미니멀리즘의 실천과 관련되어 설립됐음을 책을 통해 습득한다. 더 나아가 이솝 브랜드와 관련된 문학 작품까지 읽어낸다.

스피노자의 “나는 깊이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를 저자는 반대로 적용한다.

“넓게 알고 싶어서 깊이 알기 시작했다”며

수렴과 발산, 발산과 수렴의 극한을 오가는

경험을 반복해 지식을 확장해 나간다.

『기획자의 독서』를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사례가 나와서 반가웠다.

김영하 작가의 “자고로 책은 사둔 것 중에 읽는 것이다”라는 문장에 눈이 멈췄다. 시간이 남거나 무료할 때 온라인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어가서 책 서핑을 한다. 스테디셀러인데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나와 있는 책을 발견하면 지체 없이 클릭한다. 다 읽지도 않은 책을 왜 자꾸만 사냐고 가족한테 지청구를 듣기 일쑤지만 ‘언젠가는 읽게 되고, 누군가는 읽을 것“이기에 좋은 책이 있으면 갈등 없이 그냥 사버린다. 그저 책의 제목만 읽는 것으로도 뿌듯하다.

뭐니 뭐니 해도 책의 본질은 저자의 말대로 “읽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실제로 읽어내지 않으면 그 책의 생명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책의 본질은 정말 “읽는 경험‘인 것이 분명하다. 나 역시 읽는 경험에 충실한 독서를 했다. 취미에서 특기로 전환한 생존 독서는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이제는 생존 독서를 넘어서 공존 독서로 옮겨온 지 여러 해 됐다. 심리학 모임이나 자존감과 관련된 독서 모임, 발제해서 한 편의 에세이를 쓰는 독서 커뮤니티 등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책으로써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독서하는 것은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고, 필사筆寫 하는 것은 작가를 이해하는 것이며, 필모筆模 하는 것은 나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베끼어 쓰는 ‘필사’를 넘어선 본받고 본떠서模 쓰는 ‘필모’를 권하고 있다. 왜냐하면 필모는 작가를 이해하는 필사를 넘어선 나만의 창작 활동이기에 내면의 북소리를 아주 가까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모가 나를 아는 가장 빠른 길이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기획자의 독서』에서 마주친 ‘압생트’는 내 젊은 날의 기억을 불러왔다. 압생트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애정 하는 것은 아마도 압생트 마시는 방식에 대한 환상이 더 크지 않았나 싶다. 압생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마시는데, 주로 압생트를 컵에 붓고 컵 위에 구멍 뚫린 압생트 스푼을 얹어 물을 떨어뜨린다. 에메랄드 빛의 진한 색이 천천히 희석되는 모습을 보며 향쑥의 맛보다는 그 과정에 홀려 압생트를 좋아했었나 보다. 아주 오래전 묻어 두었던 기억을 끌어올리게 한 것도 책이었다. 내가 책을 보며 추억에 젖었듯이 『기획자의 독서』의 저자 또한 기획하는 데에 책이 씨앗이 되고 마중물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보통 글을 쓸 때 그래픽 조직자에 뼈대를 잡고 시작한다. 처음 부분, 중간 부분, 맺음말 부분에 넣을 내용들을 적는다. 주제를 먼저 잡고 각 부분마다 쪽수를 찾아서 적어 넣는다. 그래픽 조직도는 그야말로 글을 써내기 위한 주춧돌이나 마찬가지다.

『기획자의 독서』에세이 쓸 때도 그래픽 조직도를 활용했다.

주제는 "기획자도 아이디어의 기본은 책에서 찾는다"이다. 처음 부분은 읽는 이의 눈길을 끌어야 하기에 '녹색의 시간, 악마의 술'인 압생트로 잡았다. 중간 부분을 세 개로 나눴는데, 첫 번째가 '기획자에게 책은 생존수영과 같은 것으로 두 번째는 좋은 아웃풋은 좋은 인풋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게 책이라는 것으로, 세 번째는 책을 읽는 방식인 '수렴의 독서'와 '발산의 독서'를 언급하고 책의 본질은 '읽는 경험'이라는 것으로 했다.

요약해서 마무리하는 부분인 결론 부분은 분량의 1/5이거나 그보다 적어도 된다. 『기획자의 독서』에서 압생트를 만난 것과 결국 기획자에게도 아이디어를 도출할 때는 책이 기본이라는 것으로 개요를 짰다.

* 본 글은 성장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의 도서 지원을 받았지만 서평은 저의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힙니다.

#기획자의독서 #김도영 #위즈덤하우스 #반고흐 #압생트 #스피노자 #이솝브랜드 #별이빛나는밤에 #밤의카페테라스 #해바라기 #랭보

#토탈이클리프스 #에드가앨런포 #헤밍웨이 #녹색요정 #그래픽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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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물질 - 물질이 만든 문명, 문명이 발견한 물질
스티븐 L. 사스 지음, 배상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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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한 번에 휘리릭 읽게 되는 책이 있는 반면에 또 다른 책은 조금씩 챕터별로 나눠서 읽어야 되는 책이 있다. 소설책은 단숨에 읽어야 인물 간의 관계도 놓치지 않고 작품 속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듯이 읽게 된다. 그에 비해 백과사전 식으로 정보가 많은 책은 소제목 별로 나눠서 두고두고 읽고 있다. 자료가 많은 백과사전 식의 책은 공들여 쓴 저자의 노고도 생각하며 정보를 확인해 가며 읽는 편이다. 그래야 지루하지 않고 실려 있는 정보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문명과 물질』 은 야금야금 흥미 있는 곳부터 읽기 시작했다. 자료가 방대한 데다가 전문적인 내용도 눈에 띄어 중간중간 멈춰가며 읽었다. 재료 공학자 저자답게 역사와 과학을 넘나들며 문명과 물질의 관계를 정밀하게 살피고 있기에 다른 책에 비해 속도가 나지 않았다.

들어가는 말에도 밝혔듯이 이 책은 “물질은 인류의 문명을 어떻게 형성해왔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일반 역사서처럼 시간에 흐름에 따라 어떤 물질이 탄생하고 각광을 받았는지 통사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질은 인류가 발명하기도 하고 발견하기도 한다. 또 어떤 물질은 오랫동안 사용되고 변용되기도 한다.

물질들도 사람처럼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하다못해 선사 시대의 유물인 돌도끼와 돌화살촉도 자기만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예를 들면 근동 지역에 살던 고대인들과 인디언들은 조각조각 날카롭게 쪼개지는 흑요석으로 도끼와 화살촉 같은 무기를 만들어냈다.

호모 속이 살아남은 까닭은 야생 식물을 채집하고 사냥에 나서는 책임을 공유한 것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수렵채집 집단 안에서 이뤄진 협동은 기술의 전문화가 이뤄지는 첫걸음이었고, 이것은 그들의 시대와 뒤 이은 현시대에 기술 혁신을 불러왔다.

- 『문명과 물질』, 30쪽

호모 속屬의 생존 이유가 ‘협동’이라는 단어를 보며 유발 하라리의 『호모 사피엔스』가 떠올랐다. 유발 하라리에 따르면 “사피엔스는 정교한 언어와 협업을 통해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오늘과 같은 문명을 이룩했다”라고 언급한다.

언어와 협업과 관련된 참고 자료는 중앙일보 [윤석만의 인간 혁명]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네덜란드의 고고학자 윌 로브로크 교수에 의하면 네안데르탈인도 사피엔스 못지않게 지능이 발달해 있었다고 주장한다. 유전 공학에 힘 입어 DNA 지도를 그려보니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점이 있었다. 지능은 비슷했을지언정 사피엔스는 언어와 사회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발달했다.

언어와 사회성은 사냥 방식에도 차이가 났다. 네안데르탈인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언어로 소통하고 협업했기 때문이었다. 집단에서의 협력의 힘이 다른 종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게 했다.

문명과 물질은 샴쌍둥이처럼 붙어 다닌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 소개에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역사에서 석기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 등 특정 시대를 지칭하는 용어에 물질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물질과 인류의 문명사는 서로 맞물려 있다. 예컨대 철의 발견은 가마 온도를 높이는 기술을 개발하게 했으며, 가마 온도가 높아지자 유리를 다루는 기술도 같이 개발되었다. 유리는 희귀품에서 일상품이 되었고,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 창문을 선사했다. 한편 그리스는 아테네의 은광 덕분에 페르시아가 에게해로 진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며, 로마의 알렉산더 대왕은 트리키아에서 추출한 금으로 전대미문의 제국을 건설했다. 중국에서 발명한 종이, 나침반, 화약은 무역과 탐험이 가능한 세계로 전환시켰다.

역사 공부할 때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의 특징과 문물들을 무던히도 외웠다. 물질의 이름을 넣어 시대의 명칭을 붙인 것에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암기를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인류의 문명사는 물질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정보들이 마치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커다란 인형 속에 작은 인형들이 계속 포개져 있었다. 꺼내도 인형이 계속 나오는 것처럼 새로운 정보들이 많았다. 배경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에 물질에 대한 내용이 다소 전문적인 부분이 많아 애써가며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12쪽에 있는 내용이다. 물질이 역사의 흐름을 이끌기도 한다며 철의 공로를 이야기한다.

바빌론의 네부카드네자르 왕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는 데 철이 공헌을 했다. 기원전 6C에 예루살렘의 파괴되고 그들은 바빌론으로 끌려가게 됐다. 페르시아의 왕 키루스가 바빌론을 포위하게 되자 끌려갔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사건은 가마의 온도를 더 높이는 기술 개발의 촉매가 되었다”라고 하는데 그 이유를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랑 가마의 온도를 높이는 기술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아무튼 높아진 가마의 온도 덕분에 유리 불기 기술이 등장해 유리병이 일상용품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한다. 곧이어 투명하면서도 단단한 창문이 일상의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물질과 관련해서는 “항상 각 물질의 특성에서 시작해 다시 그 주제로 되돌아온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딱딱했나 보다. 물론 중간중간 재미난 얘기가 없는 건 아니다. 라부아지에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주 흥미로웠다.

라부아지에에게 호기심을 지핀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 겸 성직자인 조지프 프리스틀리이다. 그는 산소를 처음으로 분리해 낸 사람이다. 프리스틀리의 실험 소식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바다 건너 프랑스에 있는 앙투안 로랑 라부아지에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라부아지에, 그는 샐리던트였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평일에는 왕실 세무사로 일했던 라부아지에의 삶은 저녁과 주말에 불타올랐다. 개인 연구실에서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했다. 라부아지에의 실험은 아주 의미가 있었다. 재료에 플로지톤이라는 가연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그동안의 연소 이론을 잠재웠다. 화학을 새로운 과학 분야의 토대가 되도록 한 입지전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밤이 늦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실험을 했을 라부아지에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굴곡진 삶이 따라오게 마련이었다. 개인적인 명성은 쌓았지만 왕실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단두대에서 참수되는 비운을 겪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프랑스 공포정치는 그가 죽은 지 불과 몇 달 지나 끝이 나고 말았다. 오죽하면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프랑스 수학자인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과학자였다고 평했을까.

맺음말의 말미에 있는 글로 마무리를 할까 한다.

"누구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려면

애덤 스미스가 말한 대로

“가장 동떨어져 있고 가장 이질적인 것들의 힘”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문명은 항상 그런 능력에 의지해왔다. "

본 서평은 성장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았지만 서평은 저의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힙니다.

#독서모임성장판 #책추천 #책소개�#독서기록 #지금읽고있는책 #위즈덤출판사 #문명과물질 #스티븐L사스#신간 #인문 #역사#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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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하고 리드하라 - 관리와 통제를 뛰어넘어 내 안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뉴 노멀 시대 커리어 생존 전략
장은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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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봤던 문체부 인문 강사 최종면접 때의 일이다.

이미 1차 관문을 통과하고 마지막 면접을 보는 것이라 크게 따로 준비할 일은 없었다. 실제 면접 역시 그랬다. 질문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줌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느냐?

인문 강사로서 활동하고 나서의 활동 보고서를

밴드나 카페에 올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느냐 등이었다.

진즉부터 쓰고 있노라고 대답을 했다.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줌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줌을 익숙하게 쓴 지 오래됐다. 나중에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데 기존의 활동했던 분들이 안 계셨다. 여쭤보니 그분들은 디지털 능력이 없어서 다 떨어졌다고 했다.

내게 했던 것처럼 면접할 때 그분들께도 똑같은 질문을 했나 보다. 코로나 19로 많은 부분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게 될 텐데 줌 수업은 가능하냐고 했더니 대차게 “절대 할 수 없다”라고 대답했단다.

강사들을 관리하는 튜터도 그 부분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배워서 할 수 있다고, 하겠노라고 했으면 들어와서 소양 교육 시간에 다 배울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쉽다고도 했다.

그 소식을 듣고는 “하겠다고, 할 수 있다”라고 대답했어야지요.

잘 못하겠다 싶으면 활동에 들어가기 전 젊은 친구들한테 배워서라도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겠노라고 말했어야지요 했다.

아무튼 세상이 바뀌었다.

“관리와 통제를 뛰어넘어 내 안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커리어 생존 전략”을 다룬 『리셋하고 리드하라』에도 이젠 달라진 시대에 새로운 생존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 한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의 관습을 끊어내고 새로운 일의 질서로 얼마나 빨리 ‘리셋(Reset)’할 수 있는지”가 향후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의 생존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조직에 대한 충성이, 사람에 대한 통제가 반드시 필요할까’라는 문제 제기를 하며 시작한다. 비대면의 근무 환경과 평생직장의 개념도 위계질서도 붕괴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새로운 생각과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평생직장이 아닌 ‘평생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해 성공한 사례들도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개인은 기계가 해내지 못하는 ‘연결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인간의 창의성은 다양성이 만나 충돌하고,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서만이 더욱 확장되고 강력해질 수 있다.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적어도 두세 개 정도의 우물을 파서 그 우물들을 연결하고,

물길을 내어 저수지를 만들어야 한다.

우물 하나가 막히면 다른 것을 쓰고,

다른 이들의 우물과도 길을 터서

물길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리셋하고 리드하라』, 29쪽

주변에도 하나의 직업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미 하나의 직업만 갖는 세상은 저물고 있다.” ‘N 잡러’니 ‘부캐’니 ‘멀티 페르소나’와 같은 용어가 익숙한 것도 그러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책에 따르면 “MZ 세대들은 평생 고용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대신 개인의 성장에 대해서 빠르고 정확한 피드백을 해주기를 요구한다. 물론 거기에 대한 합당한 보상은 필수다.”라고 한다. 그런데 MZ 세대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투명한 평가를 원하고 공정한 성과에 따른 보상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욕구이다.

『리셋하고 리드하라』를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했던 부분이

<언택트 언어능력,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춰라> 편이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디지털 리터러시를 겸비한 인력을 첫 번째로 뽑았다.

‘언택트 시대의 언어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읽고 분석해 목적에 맞게 활용할 줄 아는 능력과 소양을 지칭한다. ‘21세기의 문해력’인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은 ‘초민감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재빠르게 트렌드를 읽어냄은 물론 고객의 니즈 변화에 맞춘 비즈니스와 마케팅으로 실행해내는 게 관건이다.

언택트 환경에서는 언어나 서면으로만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저 맥락 문화로 갈 수밖에 없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의사소통과 관련해서 고맥락 문화와 저맥락 문화로 구분했다. 고맥락 문화는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문화권 내에서 상황 중심적이고 비언어적 메시지의 비중이 높다. 그에 비해 영국과 미국, 독일 등은 저맥락 문화이다.

언택트 환경에서는 지금까지의 소통 방식을 리셋하고 정확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문해력뿐만 아니라 공감력 또한 필요하다. ‘다중 지능 이론’을 주장한 하워드 가드너에 따르면 누구나 자신의 강점이나 잠재력을 파악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단다. 공감력은 그가 첫 번째로 꼽은 능력이다. 남의 감정이나 의견 등에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공감’에는 동정과 연민의 감정인 심퍼시 Sympathy와 감정이 이입된 임 퍼시 Empathy가 있다. 엠퍼시를 갖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기를 이해하고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공감력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로버트 그린은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인간은 출생과 더불어 사람들과 교감하고 사회적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도구로 ‘공감’을 들었다.

비대면 시대에 공감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편집 능력이다. ‘기존의 지식과 기술을 서로 연결해서 또 다른 창조물을 만들어 내는 편집 능력은 융복합 기술 시대에 가장 필요하다.

저자 김정운의 『에디톨로지』에서도 창조란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편집하는 데서 탄생한다고 일갈한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나도 없다!

‘창조는 편집이다.’

- 『에디톨로지』, 26쪽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기존의 있던 것들을 모방하고 뒤섞어 버림으로써 새롭게 창조된다.

개인과 조직의 계약관계가 리셋되고 있는 자유연애의 시대다. 비대면 환경에서 디지털 문해력, 공감력, 편집 능력과 더불어 스토리텔링의 설득력과 사람과 자본을 연결하고 확보하는 능력, 학습 민첩성을 갖춘 뉴 프로페셔널만이 자신의 삶과 일을 리드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프롤로그의 글에 눈이 한참을 머물렀다.

“아이가 살아갈 가까운 미래는 부디 주변의 인정이나 눈길이 아닌, 자신만의 경로로 행복을 찾아 나서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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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내면의 빛을 보는 법에 대하여
에디트 에바 에거 지음, 안진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유명한 말로 "B와 D사이에 C"가 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이다.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다”란 뜻으로 “Life is C between B and D"라고 했다. 태어남 (Birth)과 죽음 (Death ) 사이에 선택(Choice)이 있음을 의미한다.

선택은 늘 무엇인가를 '처음'할 때처럼 어렵다. 트라우마가 있는 상태에서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선택일 때는 더더욱 어렵다.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일 때 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의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간다. 상처는 크든 작든 내상을 입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상처가 일상의 것을 넘어 끝 간데 까지의 공포와 두려움의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는 극한의 트라우마와 상처에서 벗어나 마음의 그림자를 치유한 경험을 나누고 있다 심리학자로서의 다양한 임상 사례를 제시해 자유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죽지 않은 안네 프랑크"라고 소개되는 에디트 에바 에거 박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열여섯 되던 해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굶주림과 죽음의 두려움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그녀의 삶을 진솔하고 때로는 고통스럽게 보여준다. 에거는 부모를 죽인 나치 장교 멩겔레 앞에서 생존을 위해 춤을 추며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수용소에서의 끔찍한 경험과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고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했는 지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우슈비츠에서의 삶은 참혹했지만 수용소에서 해방된 뒤 오히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라는 죄책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과거로부터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회복하지 못한 마음에 대해 날 것 그대로 전하고 있어 감동이 더욱 크다.

마음의 지옥 속을 거닐고 있던 에거에게 그 지옥을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대학에 들어간 그곳에서 그녀의 과거를 알아본 청년이 있었다. “당신은 거기에 있었죠, 그렇지 않나요” 하면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건네준다. 때론 어떤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놓기도 한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서 그녀 자신과 마주하며 깨닫게 된다. 깨달음을 통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을 한다.

박사 학위 과정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던 그녀에게 저자가 근무하던 학교 교장선생님은 “무얼 하든 어차피 오십 살이 되니까요.”라며 독려한다. 이 또한 그녀의 선택이다. 박사 과정의 선택을 계기로 에거의 멈추지 않는 도전이 이어진다.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는 독특하게도 현재형 시제를 사용하고 있다.

과거의 일도 모두 현재형 어미로 끝냄으로써 그녀가 겪은 일을 개인의 일로만 국한시키지 않는다.

현재 시제는 사실 현재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간의 위치와 상관없는 보편적인 진리나 습관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사실 등을 표현할 때도 사용한다. 심지어 미래에 일어날 것이 분명한 일인 경우에도 현재 시제를 쓴다. 현재형 시제로 표현함으로써 에거의 고난이 그녀의 글을 읽는 독자의 고난으로 환치시킨다.

에거는 정신적으로 강인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아우슈비츠로 향하는 어둠 속 기차 안에서 그녀의 엄마가 한 말을 잊지 않는다.

“이것만 기억해.

네가 마음에 새긴 것은

아무도 네게서 뺏을 수 없다는 없다”는 것을.

멩겔레 박사의 " 내 작은 무용수", "이리 와." "가까이 와."라고 명령했을 때도 "만약 오늘 살아남는다면 내일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야."라며 내면에서 스스로 살아 있을 수 있음을 선택한다.

“어둠을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빛을 밝히기로 선택할 수는 있음”을 에거는 받아들인다.

글은 사랑을 타고

생존자로서의 치유되지 못한 마음을 갖고 살고 있던 에거에게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한 줄기 빛이 된다. 그 책을 몰입해서 읽고 나서 '빅터 플랭클과 나'라는 에세이를 썼다. 그 글이 교내 출판물에 실리게 된 것을 누군가가 댈러스에 있는 빅터 프랭클에게 보냈다. 에거의 에세이를 읽고 공감한 프랭클은 그녀에게 "한 생존자가 다른 생존자에게"라는 인사말로 편지를 보내왔다.

에거는 멩겔레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춤춰야 했던 밤에 부다페스트 오페라하우스의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에세이에 썼다. 프랭클 역시 최악의 순간들마다 자유를 찾은 후에 수감생활의 심리학과 관련해 비엔나에서 강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적어왔다. 또한 내면세계에서 안식처를 찾았음은 물론 그 안식처는 희망과 목적의식을 고양시켜 공포와 고통으로부터 보호해주었다고 썼다.

빅터 플랭클의 책과 편지는 에거에게 소명의 씨앗을 뿌려놓는다.

"다른 사람들이 의미를 만들도록 도움으로써 내 삶 속에서 의미를 만드는 것, 다른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도록 나 스스로 치유하는 것, 내가 나 자신을 치유할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을 치유하는 것 등"

빅터 플랭클은 "진짜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느냐가 아니다.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이다."라고

『죽음의 수용소에서』언급한다.

글은 사랑을 타고 에거에게 다가왔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녀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게 하지도 않았고, 나이가 선택을 제한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삶이 그녀에게 기대하는 것'에 귀 기울여 마침내 임상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 매 순간은 선택이다. 우리의 경험이 얼마나 불만스럽든 지루하든 제한적이든 고통스럽든 억압적이든 간에, 우리는 항상 어떻게 대응할지를 선택할 수 있다.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280쪽

당신은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 없다. 당신은 당신이 한 일과 당신에게 행해진 일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당신은 현재 어떻게 살지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자유로워지기로 선택할 수 있다. - 409쪽

스스로 자유를 향한 탐색을 하고 오랜 기간 전문 임상심리학자로 경험을 쌓은 결과 나는 고통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희생자 의식은 선택적이다.

희생되는 것 Victimization과 희생자 의식 Victimhood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 24쪽

저자는 "이웃의 괴롭힘, 분노하는 상사, 폭력을 행사하는 배우가, 바람을 피우는 연인, 차별적인 법률, 뜻밖의 사고" 등과 같은 것이 '희생되는 것'의 예라면 '희생자 의식'은 내면으로부터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우리를 희생자로 만들 수 없다"라고 주장한다.

희생자는 벌어진 사실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희생된 사실에 집착하기로 선택할 바로 그때에 희생자가 된다고 역설한다.

히틀러가 죽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기에, 공식적으로 독일이 항복을 한 것이 아니었기에 한때 포로들이었던 에거와 같은 사람들은 어떤 이에게는 여전히 적이었다. 에거와 언니 마그다는 독일인 가정에 머무르게 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적대적이다. 친절했던 미군이 잠시나마 이성을 잃고 에거에게 다가가다 멈추곤 문가에 있는 동료를 향해 걸어간다.

나를 거의 강간하려 했던 그 남자, 자신이 시작했던 일을 끝마치기 위해 돌아올 수도 있었던 그 남자는 그날 밤 공포를 보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는 그 공포를 내면 밖으로 내쫗으려 애쓰며 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날 밤, 그는 어둠 속에서 제자리를 잃었고 거의 그 짓을 저지를 뻔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택했다.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 142쪽

충분히 그럴 수 있었는데도 군인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날이 밝자 "날 용서해줘. 날 용서해줘."라며 무릎 꿇고 흐느낀다. 이 부분을 읽으며 최근에 읽었던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소환되었다.

특별히 잔인한 국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청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어딘가 흡사한 태도가 도청에 남은 시민군들에게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총을 받기만 했을 뿐 쏘지 못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년이 온다』, 212쪽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의 그 미군이 이성적인 판단을 선택했듯이 『소년이 온다』의 인물들도 폭력에 저항하기를 선택했다. 발포 명령에 총신을 올려 다치지 않도록 하고, 군가를 부르지 않고, 부상당한 사람을 병원 앞에 내려놓고, 질 줄 알면서도 끝까지 남은 시민군들 역시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에거 박사가 말하기를 "자유는 '선택 CHOICE'의 문제"라고 한다.

자유는 연민 Compassion, 유머 Humor, 낙관주의 Optimsim, 직관 Intuition, 호기심 Curiosity, 자기표현 self-Expression을 선택하는 것의 문제라고 선언한다.

과거에 갇힌 채 또는 미래에 마음을 쏟는 것 역시 '감옥 안에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분명하게 드러낸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들이 미래를 파괴하게 내버려 두는 것도 선택이다. 과거의 감옥에서 살든 과거를 발판으로 현재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꾸릴 수 있든 모두 선택에 달렸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한 것과는 달리 에거는 다른 길을 선택을 했다.

다른 이의 삶에 의미를 만들도록 도움을 주었음은 물론 마음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의 자유를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바로 현재뿐이다.”

『마음 감옥에서 탈출했습니다』는 자신을 감옥에 가두든가 자유로워지든가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본 서평은 성장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았지만

서평은 저의 주관적인 감상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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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역사가 필요해 - 삶의 무기가 되는 역사 속 인물 이야기
신동욱 지음 / 포르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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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만들기 어려운 세상에, 역사 속 인물로 멘토를 삼아봐요

프로파일 큐티 라라 ・ 6시간 전
URL 복사  통계 

‘삶의 무기가 되는 역사 속 인물 이야기’란 부제를 단 『그래서 역사가 필요해』는 위대한 인물들의 행적을 살펴보며 “쓸모 있는” 인생 상담을 표방하며 저술한 책이다.

어떤 책을 읽든 간에 목차와 프롤로그를 유심히 보고 있다.

목차를 보다가 눈에 띄는 글을 발견했다.

“브런치 Brunch에 올렸던 몇 편의 글만으로 책을 쓸 소중한 기회를 주신

박영미 대표님을 포함해 부족한 졸고를 다듬고자 무척 애써주신

포르체 출판사 모든 직원들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공대생의 심야 서재에서 이석현 작가와 <신나는 책쓰기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출판사 에디터들이 브런치의 글을 유심히 본다고 수업시간에 수강하는 예비작가님들한테 설명한 바가 있다. 왜냐하면 내 책도 브런치를 통해서 연결되어 책을 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것이고 “~카더라” 통신에서 들은 말이라 설득력 있게 말하지를 못했었다. 그런데 이 문장을 보고는 소문만이 아니었구나, 진실이었구나 하는 마음에 반가웠다.

이 책은 “역사는 위로다”라고 선언을 한다.

지하가 끝인 줄 알았는데 바닥이 있음을 느꼈을 때의 막막함, 어디에도 속 시원히 고민을 털어놓지 못할 때 역사서를 읽으면 위로받을 수 있다고 말을 한다. 치열하게 살았던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음은 물론 다른 사람에게 위로를 전해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희망을 준다.

이 책의 미덕은 목차에 있다.

책을 쓸 때 제목과 목차만 잘 짜도 성공이 보장되는데, 이 책은 목차가 아주 정교하게 잘 짜여있다.

목차의 각 소제목마다 분량도 치우침이 없이 균등하게 잘 배분하고 있어 가독성도 아주 좋다.

“1장 불확실의 시대에 「역사 속 인물」을 배우는 이유”의 편에서는 역사 속의 인물들을 통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보여준다.

“2장 내가 구원해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편에서는 자기 안에 갇히지 말고 중심을 갖고, 뛰어오르라 전한다.

“3장 소란한 시대에 「관계」에 대한 고찰” 편에서는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하며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한다.

“4장 불안한 시대에 「나」를 지키는 법” 편에서는 험난한 세상에서 오롯이 나로 살기 위한 지혜를 역사 속 인물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5장 무례한 시대에 「품위」를 유지하는 법” 편에서는 아무리 혼탁한 세상에서도 인간이라면 지켜내야 할 품위에 대해 서술한다.

『그래서 역사가 필요해』에서 가장 내 마음을 흔든 이는 4장 “불공평한 세상을 살아내는 법-의 김육”이었다. 몰락한 양반 가문에서 태어난 김육은 기묘사화의 화를 입은 김식이 고조할아버지다. 정 3품 성균관 대사성을 지내며 조광조와 개혁정치를 이끈 인물이었었다. 하지만 기묘사화로 유배형에 처해지자 자결을 한다. 증조할아버지 김덕수는 정치에 염증을 느껴 아예 벼슬길에 나가지도 않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고 낮은 관직을 지냈을 뿐이다.

흙수저 출신의 김육이 소과에 합격해 성균관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었다. ‘가문을 일으키라’는 아버지의 유언대로 국가 고위 관리를 양성하는 고등기관에 들어갔다. 성균관에 입학했다고 해서 무조건 관리로 파견되는 것은 아니었다. 성균관시에서 300점 이상을 맞아야 대과에 응시할 수 있는데, 김육은 이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 하면 책에서는 “서울대를 수석 졸업하고 토익, 토플을 만점 받은 취업 준비생”으로 설명하고 있다. 탄탄대로의 김육의 인생을 발목 잡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바로 문묘종사 논란이다.

문묘 종사 논란은 이언적, 이황을 포함한 5명의 현자를 공자의 사당에 함께 모시게 해 달라는 운동이 일어나자 정인홍이 반대하고 나선다. 집권당인 대북의 영수였던 정인홍은 스승인 조식이 제외되고 반대파인 남인의 이언적과 이황이 포함되자 결사반대한 것이다.

성균관 유생들의 자치 모임에서 재임이라는 임원을 맡고 있던 김육은 다른 유생들과 함께 정인홍의 이름을 유생 명부인 ‘청금록’에서 삭제하는데 앞장섰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사건이었냐 하면 정인홍은 임금의 최측근 신하로서 김육을 비롯한 유생들의 대선배였던 것이다. 그러한 정인홍을 유생들의 호적에서 파버린 것이다. 격노한 광해군 이들을 과거 시험 응시자격을 박탈한다. 이후 그 조치는 철회되었지만 핵심 권력층의 눈에서 단단히 벗어난 것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최고 유망주였던 그가 번번이 과거 시험에 낙방한 것이 이를 증명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의 불합리한 상황과 맞닥 뜨린다. 과거 시험의 부정 스캔들이 일어났을 때 정치적 기반이 약한 허균만이 유배를 갔다. 힘 있는 사람의 뒷배가 있으면 과거에 쉽게 합격하고 광해군을 둘러싼 집권 대북이 판을 치는 마당에 서인 소속의 김육이 할 수 있는 일이만 아무것도 없었다.

성균관을 나와 가평의 농촌 마을로 내려간 김육은 숯을 구워 팔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그 상황에서도 김육은 어린 시절에 읽었던 『소학』의 한 구절을 가슴에 새기며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

“보잘것없는 관직에 있는 선비라도 진실로 사람을 사랑하는 데

뜻을 둔다면 반드시 다른 이들을 구제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성하면 반드시 쇠한다는 주역의 원리처럼 인조반정으로 광해군과 대북 정권이 몰락한다. 인조와 서인 정권은 천거제를 통해 김율을 불러들여 의금부도사를 맡긴다. 다음 해에 장원 급제를 함으로써 자신의 실력을 당당히 보인다.

그는 가슴속에 품어두었던 “백성을 위한 삶을 살겠다던 꿈”을 마침내 실현하기에 이른다.

예를 들면 백성들을 괴롭혀 왔던 특산물로 공납을 내던 것을 쌀로 내도록 하는 대동법을 확대해서 시행했다. 백성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그가 꿈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육의 삶을 보면서 자기 스스로 먼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꿈은 스스로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김육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저 자신의 주관적 견해에 따라 글을 썼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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