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다는 말을 쓰지만, 대개 책을 볼 뿐이다. 난 더더욱. 특히 시도 아니고 희곡도 아닌 소설은, 더더욱 읽지 않는다. 그저 볼뿐, 또 보고 또 보다가 머리가 아프면 책을 놓고 전화를 하고 인터넷을 하고 목욕을 하고 밥을 먹다가 다시 또 책을 보다가 어느새 출근을 하고 있고 퇴근을 하고 있다 또 잠에 들다 보면 어느새 책은 다 봐가고 있다 그게 내가 책을 보는 방식이다 오오오랜만에 책을 읽고 싶었다, 책을 읽고 있지만 입으로도 읽고 싶었고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과 빨리 넘겨서는 안된다는 마음 사이에서 활자는 활어마냥 활기차게 지나가버리고 주어와 술어의 구분은 낮 주에 술 주자를 쓰면 주주클럽이라도 되는 냥, 별 필요가 없었다. 어쨌거나 이대로 장을 넘어가면 안되겠구나 싶다가도 어느새 장을 넘어가고 구멍과 구멍을 메우고 채우려 자신이 가진 걸 다 쏟지만 채워진것도 메워진것도 없이 구멍은 여전히 똑같이 구멍일 뿐인 내 모습은 참 지겨우면서도 그래도 책장을 빨리 넘겨서는 아니될 거 같아 그저 손가락에 힘을 주고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런 마음과 마음 사이에 난 구멍덕분에 겨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번엔 눈으로 뿐만이 아니라 입으로도, 입 뿐만이 아니라 눈으로도. 소설을 읽고 싶었던 한 사람은 소설을 읽는 쾌거를 거두었다. 그러게 읽고나니 정신이 고스란히 사라졌다 힘들었다 멈추지 않고 읽는 것도 힘들고 눈도 아프고 입도 아팠다 그래서 자고 일어났다 주말이 가고 다시 주중이 오고 이제야 서평을 썼다 읽고 싶었다 그리고 읽어서 다행이다 참 그렇다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