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갈까마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2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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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피터스 (지음)/ 북하우스 (펴냄)









'자비는 심판보다 늦게 오지만, 더 멀리 간다'라는 한 줄 평 문장은 평소 내 신념과 닮았다^^ 진심은 끝내 가닿으며 좀 느리지만 결국 통한다. 물론 진심이 상대방 마음까지 이동하는 사이, 소문과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야 하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어떤 일이 생기면 앞서서 해결하기보다는 회피해버리는 성격인데 이런 단점을 애써 포장해 본다. 가식 1도 없이 쓰는 글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내가 받은 책 중 마지막 책이다. 왜 매애하게 12권을 남겨두었을까?

청개구리 심리가 또 발현된 건지 ^^

거꾸로 21번을 가장 먼저 읽다가, 다시 앞으로 가서 13번을 읽고 이렇게 맘 내키는 대로 읽었다. 이번 독서는 정말 즐거웠다.

내겐 병원 소독약 냄새로 기억되는 1~5권을 떠올리면, 그때는 그냥 스토리 자체만 본 것 같다. 1년 사이, 그 1년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 1년이라는 단어를 쓰고 그다음 단어를 자판에 찍기까지 참 긴 시간이 흘렀다. )



중세 수도원의 고요함 속에 숨겨진 치열한 인간사의 갈등, 그리고 이번 책에서 제시한 '정의'라는 키워드는 그 어떤 범죄보다도 더 무거운 울림을 준다. 어느새 12세기 모드 황후와 스티븐 왕의 갈등, 내전도 치열해진다. 시리즈 전체에서 모드 황후와 스티븐 왕에 대해 언급된다. 영국의 12세기는 어떤가? 역사는 기록하는 자들의 기록이라 생각한다. '누가 펜을 쥐었던가'를 생각해 보면 당대 시대상과 맞지 않는 모드 황후에 대해 곱게 쓸 리 없다ㅎㅎ 심지어 이 책의 작가도 12권에서는 모드 황후에 대해 과한 욕심, 오만하고 표독스러운 인물이라고 묘사하지만 당대 사료를 많이 찾아보고 새로운 가치관으로 모드 황후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대 귀족들에게 감히 여자인 모드 황후에게 머리를 굽힐 각오를 하는 것은 치욕이었다.



당대 분위기는 순종적이며 순결한 기독교 여성상 강조했다. 여성의 법적 지위는 남성의 부속물(아버지, 남편, 아들의 소유 개념) 이었다. 모드는 실질적으로 군대를 이끌고 정치적으로 싸웠으나, “여자답지 않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여성 통치자라는 개념 자체가 부정적이었고, 모드는 권력에의 의지가 오히려 ‘오만’으로 간주되는 부분 없지 않다 ㅠㅠ

뒤에 20권에 가서야 나오는 이야기지만 모드 황후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결국 쥘 수 없는 왕관을 '아들'에게라도 이양시킨다. 모드 본인은 끝내 왕이 되지 못했지만, 아들의 왕위 등극으로 그녀의 정치적 명분이 복원되는데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ㅎㅎ

우리가 아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나 앤 여왕이 나오려면 16세기나 가서야 가능하며 여성이 참정권, 선거권을 쥔 것은 불과 몇십 년 전의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두 분 여왕과 비교해서 할 말이 많지만, 여기까지!!!











12권에서 살펴볼 수 있는 여성상에 대한 부분은 등장인물을 통해서도 언급된다. 예를 들면 에일노스 교구신부의 집안일을 돕는 여성이며, 조카 베넷을 보살피는 보호자인 디오타 같은 인물!! 겉보기엔 하층민에 가까운 신도이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여성은 법적 권리를 갖지 못하고 남성의 보호 아래 놓인 존재였으나, 나이 든 여성은 '도덕적 목소리'로서의 위치를 허용 받음. 디오타는 자식도, 남편도 없이 조카를 보호하며 소소한 권위를 지닌 여성상으로 그려진다.

두 번째 여성상은 에일노스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거부당한 젊은 미혼모 엘리네드. 이 여자는 여러 남자를 거절하지 못한 죄로 임신했고 그 아이는 세례를 받지 못한 채 죽었다. 이에 여자 역시 강물에 몸을 던진다. 정말 비극적인 일이다.










여기서 다시 책의 본론으로 돌아가, 새로 부임한 에일노스 신부!! 이 분은 어떤 의미에서 캐드펠 수사와 대칭점에 있는 인물이다. 이 사람은 성직자로써 하나님의 율법을 따르는 모든 것을 지켰다. 그런데 씁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때로 어떤 의무를 앞세워야 하는지 결정이 필요하다. 신부가 자신이 돌보아야 할 이들의 영혼을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점이 캐드펠 수사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저수지에서 비참한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인물 분석에만 100자 이상씩 쓸 수 있는 이 책의 리뷰를 마친다. 매 시리즈마다 다른 사건, 다른 등장인물의 다른 이야기!! 이보다 매력적일 수 있을까?

캐드펠 수사는 단지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만 주력하지 않는다. 과거의 잘못을 어떻게 직면하고 끌어안을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제목 '갈까마귀'가 주는 상징성!! 긴 여운과 울림을 주는 기념비적인 소설이다. 이번 세기에 누가 쓴들 엘리스 피터스만큼 쓸 수 있을까?!!!












실제 역사와 소설과의 접점을 살짝 언급해 보면 (나는 이런 역사적 사실 찾기에 무척 진심인데)

단순한 살인사건이 실제로는 국가 전체가 요동치는 시기의 일부임을 느끼게 하는 서사!!

국민들이 모드 황후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정치적인 원인이 있다.

모드가 겪는 불신은 강한 여성 통치자에 대한 시대의 불안과 저항을 담고 있으며,

그녀의 후손인 헨리 2세(모드의 아들)가 결국 플랜태저넷 왕조를 시작하게 된다. 캐드펠 시리즈를 통해 읽는 영국 왕위 계승 전쟁 같은 소재로 독서모임을 해봐도 좋을 듯싶다.



♣ 소설 1권부터 언급되는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의 갈등!! 실제 역사적 배경이 궁금해서 찾아봤다.

무질서의 시대라 불린 1150년. 헨리 1세의 딸 모드 황후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황후였고, 헨리 1세가 아들이 죽은 후 그녀를 후계자로 지명한다. 그러자 헨리 1세가 죽자, 조카 스티븐 블루아가 먼저 왕위에 올라 스티븐 왕이 된다. 이에 대해 모드 황후와 그녀를 지지하는 귀족들이 반기를 들면서 장기적인 내전이 벌어진다. 이 내전은 지역 귀족들의 이권 다툼과 정치적 혼란을 초래하며, 일반 백성에게도 큰 고통을 안기는데...

결국 1153년, 스티븐 왕은 모드의 아들 헨리 2세(훗날 플랜태저넷 왕조의 시작)에게 왕위를 넘기기로 하고 평화협정을 맺는다.....

작가는 단지 ‘시대를 빌려온 것’이 아니라, 중세 정치와 종교, 개인적 윤리의 충돌이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소설에 녹여낸다. 전쟁이라는 대혼란 속에서 캐드펠이 보여주는 인간적 선택과 참회는, 어지러운 시대 속 인간은 어떻게 정의롭고 진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보편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소설을 관통하는 큰 주제이기도 하다.



덧: 이 시리즈는 순서대로 읽으면 좋겠지만, 순서와 무관하게도 읽을 수 있다.



#캐드펠수사시리즈 #역사미스터리 #추리소설추천

#12세기영국 #무법의시대 #모드황후와스티븐

#중세정치미스터리 #왕위계승전쟁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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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최전선 프린키피아 4
패트릭 크래머 지음, 강영옥 옮김, 노도영 감수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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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패트릭 크래머 지금/ 21세기북스











다가오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온 미래다^^ 최첨단 과학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사소한 의문을 품는 경우가 있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그렇다면 과연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인가, 치료 가능한 질병인가라는 질문은 오래전부터 연구 대상이었다. 불로초를 구하러 보내고 온갖 좋은 것만 챙겨 먹은 진시황을 비롯한 왕들은 오히려 일찍 사망했다. 이 외에도 많은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AI는 인간의 의식을 재현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어디까지 가능한지도... 우주 탐사의 진짜 목표는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탐험일까. 지적인 여행. 오랜 연구 대상인 노화, 인공지능, 유전자 편집, 의식의 작동 원리, 그리고 우주 탐사까지 이 책의 17개 챕터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내가 자주 하는 질문인데, 기술 발전이 인간성을 위협하는가, 확장하는가라는 기술 낙관주의와 불신 그 사이에서 과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궁금했다.








우주과학 챕터는 하이델베르크로 시작한다. 대부분 과학 책들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과학 책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한의 위치에 세워진 천체물리학 연구소들, 유럽우주국, 혹은 외계 생명체에 대해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

파리 협약을 끌어낸 것은 지구과학의 연구 결과 덕분이다 검증되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 인간들. 3장 생물 파트에서는 생물 다양성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어떻게 되는가? 멸종, 기후 위기, 인간 활동의 영향이라는 핵심 개념을 짚어준다.








6, 7장에서 본격 의학과 노화에 대해 다루면서 질병과의 전쟁에서 과학은 어떤 무기를 사용해왔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이와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결국 연결되어 있는 녹색 환경에 대한 질문, 우리는 화학을 ‘자연 친화적’으로 다시 설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도달할 수 있다. 11, 12장에서 수소 에너지, 핵융합 등 완전한 에너지'를 얻는 데 필요한 것은 물리학보다 정치와 협력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적 욕구 충족도 좋았지만 마지막 16, 17장에서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기억하고 인지하는지에 대한 성찰 부분 좋았다.






이 책은 ‘현대 과학이 마주한 도전의 지형도’를 종횡무진으로 넘나든다. 목차를 보면 촘촘하다. 생태계, 진화, 세포와 생명 등의 생물 파트, 로봇과 인공지능의 물리 파트, 양자와 신소재 화학 파트, 나아가 지구과학까지 통합 과학의 모든 영역을 다룬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학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제목을 보고서 과학 연구의 최신 트렌드나 최신 기술에 대한 책인 줄로만 알았던 것은 나의 편견이었다. 과학과 사유의 여정, 그 지적인 만남을 통해 우리 과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이왕이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책이다. 여기서 나은 방향이란 인간, 비인간, 지구가 모두 조화로운 공동체의 삶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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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entic AI 시대, 조직을 움직이는 새로운 엔진 - AI 에이전트, 이해하고 실현하고 경영하라!
김현조 외 지음 / 이데일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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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김평호 외 지음/ 이데일리










'대비해야 살아남는다'는 수없이 들어온 흔한 공식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하고, 유효하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에 있지 않다.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묻는다.

당신의 조직은, AI와 ‘함께 일할 준비’가 되었는가라고!!







만약 이 책을 나의 업무와 연결해본다면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이 무더위 속에서 이 분야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 내가 일하는 분야 교사나 강사들은 더 이상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고 말해보자.


그렇다면 인공지능 AI 시대의 교사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흔하고 번거로운 공문 처리, 상담 등의 업무를 인공지능화할 수 있다. 공문, 상담 기록, 학부모 통신문, 수행평가 정리 등의 문서 작업을 AI 에이전트에 위임하는 일이다. 학습자에게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학습자는 AI 기반의 개별화된 피드백으로 학습 몰입도 상승하는 장점을 예측해 볼 수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상호 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동료를 말한다.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언제든 대화 가능한 숙련된 인공지능, 상담사이자 조력자 혹은 동반자까지?? ㅎ

좀 더 동적인 작업이 가능한 모델로 이제 인간과 기계의 소통과 협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업무, 반복적 의사결정의 피로 속에서, 에이전트는 단순화와 자동화를 넘어 ‘능동적 판단’을 함께해 주는 인공지능.






기존 단순히 질문과 대답 형식의 챗 GPT를 넘어서는!! 이미 대중화된 생성형 AI 이후, 진짜 게임 체인저는 스스로 ‘일’을 설계하는 에이전트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 부분이 인상적인 지점이다. 최근의 인공지능은 목표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주체로 변했다. 단순히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본질리더십의 방식경쟁력의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지금 우리가 몸담은 조직 구조, 데이터 체계, 그리고 리더십은 AI와 함께 설계되고 있는가? 이 책의 서두는 기술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조직문화와 전략의 혁신을 다루는 책이다.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 분야는 처음이라서 다소 책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1부의 목적과 3부의 지향점 그리고 각 산업에 적용한 7부를 중심으로 읽어보라!!! 금융에서, 전문 서비스업에서, 헬스케어, 여행 산업, 미디어,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의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먼저 만나보시길 그러면 감이 온다^^



무려 480페이지 분량을 공부하듯 읽으며, 내 분야 접목해서 내린 결론은

AI 에이전트는 교육자의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교육자의 시간과 집중력을 되돌려준다는 것!! 우리는 과도하게 부정적인 피드백에 시달려 왔다. 이미 온 미래라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이제!!! 생각하는 기계들과 함께 일하는 날이 왔다!!! 이미 와 있다!!!


–Agentic AI 시대, 인간과 AI의 ‘공존’을 넘어 ‘공동 실행’으로 가기 위한 지침서다!!



#AI에이전트 #디지털동료 #에이전트포스 #세일즈포스전략

#조직혁신 #생성형AI #AgenticAI #실행하는AI

#미래업무가이드 #인공지능과공존 #AI리더십 #데이터기반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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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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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모 토울스 장편소설/ 현대문학







왜 1954년인가?

그는 지금, 바로 여기, 현재를 쓰지 않았다. 미국의 1954년은 어떤 해인가? 한국전쟁이 끝났고 베트남 전쟁이 시작되기 전!!! 전쟁과 전쟁 사이, 여기서 '사이'란 어떤 의미일까? 다음에 올 격변을 잉태 중인 조용한 시기. 수면 아래의 시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경제적 부흥과 사회적 격변이 공존. 지극히 한국의 관점에서 50년대 베이비붐 시기를 떠올리는 정도? 미국인 작가, 예일대 출신, 잘나가는 금융인 출신의 백인 남성 작가에게 1954년이란 결국 내가 가닿을 수 없는 시간대다. '정의'하기를 포기하겠다.


링컨 하이웨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미국 최초의 횡단 도로라고 한다. 동부에서 서부를 가로지르며 미국인들의 자존심! 이동과 자유의 상징이기도 한 링컨 하이웨이!! ( 한국으로 치면 경부 고속도로쯤 될까? 아무튼) 작가는 1954년을 무척 사랑하신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해를 어떤 연도를 사랑했는가? '어떤 해'를 '사랑'한다는 개념이 있었던가? 다시 돌아가고 싶은 해는 있었지만 한 해의 존재 자체를 사랑했던 적이 없었다.






이 소설은 단순히 물리적 여행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전후 미국의 이상과 현실, 계층과 가족, 정의와 복수 같은 다양한 주제를 시대의 공기 속에 녹여낸다.


에이모 토울스 선생님의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소설의 뼈대 구상에만 1년이 걸리는 작가, 40대 후반에서야 베스트셀러로 등장한 작가다. 인생의 의미를 아는 40대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 작가의 이야기 규모와 질감은 언제나 방대하고 압도적이다. 여덟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설.






대문자 J인듯한 주인공 에밋은 조기 퇴소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가출, 아버지의 죽음, 너무나 어린 동생이 그가 가진 배경의 전부다 이제 에밋은 계획대로 어린 동생을 잘 돌보며 살 수 있을까?

작가는 에밋의 삶을 순탄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소년원 동기 더치스와 울리는 에밋의 삶에 예고 없이 나타난다. 하! 이들 등장하는 장면이란!!







에밋, 빌리, 샐리, 더치스, 울리, 존 목사, 율리시스, 애버커스 교수 여덟 명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되 3인칭 혹은 1인칭으로 서술된다. 특히 네 명의 청소년 에밋, 샐리, 더치스, 울리의 삶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 이들의 가정은 온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가정'혹은 부모라는 울타리가 무너진 경우, 아이들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할 점이 많지만 여기까지!! 소설 초입부터 예사롭지 않았던 빌리는 하!! 역시 똑똑이!


『모스크바의 신사』가 고요한 호텔의 방 안에서 세계와 인간을 응시하는 정적인 사유의 소설이었다면, 『링컨 하이웨이』는 그 응시가 밖으로 달려 나온 동적인 소설이다. 두 소설은 극적으로 대비된다. 사유의 관점에서 후자의 경우 토론거리가 많아 보인다. 독서모임 책으로 유용할 듯싶다.






읽어야지 마음먹으면 벽돌 책이든 뭐든 완독해 내는 편인데, 『모스크바의 신사」는 결국 3분의 2지점까지 오기를 몇 번 반복 끝에 완독하지는 못했다. 현대문학의 까만 바탕에 반짝이는 금장 표지는 무척 고급스럽고 예쁜데, 여전히 3분의 2지점에 와 있다. 조만간 끝낼 예정이다 ㅎㅎ ( 이 말을 수년째 하는 중)


제목 옆에 '지도 없이 목적지를 내달리는 사람들에게'라는 내가 정한 책의 소개 문장은 1954년 미국 배경의 소설이 2025년의 대한민국과 어떻게 오마주 할지 예측하게 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목적지도 없이 달리는 멍청한 인간'이라고 조롱하지 마시길! 삶에는 때로 특별한 목적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있던 목적지를 잃기도 한다. 수많은 젊음들을 보았다. 방황하고, 흔들리고, 빼앗길 것조차 없이 태어나는 존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교만하게도 나는 목적 없는 독서는 하지 않는다. 오로지 읽는 이유는 재미나 감동이 아닌, 지식 추구! 지적 욕구 충족이었다. 요즘은 무슨 책을 읽어도, 무슨 글의 리뷰를 써도 한결같이 아프다. '내 아픔이 아닌 것에 눈 뜨는 것' 북스타그램 5년 하면서 배운 점이다.

글을 닫으며

문장에 뭘 더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그것은 아마도 여덟 명의 화자, 각자의 입장 혹은 시점에서 느낀 점, 리뷰가 아닐까 생각한다.











1920년대 러시아 배경의 『모스크바의 신사』로 전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에이모 토울스가, 이번엔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1950년대의 도로 위로 우리를 초대한다.

『링컨 하이웨이』는 단순한 로드 트립이 아니라, 길 위에서 펼쳐지는 정체성과 성장, 우정과 상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복합적인 이야기다.






에이모 토울스 특유의 우아하고 절제된 문체, 디테일한 시대 묘사,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따뜻한 시선은 이 소설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소설에서 에밋의 차, P57에 언급되는 연푸른색

스튜드 베이커 찾아봤다. 마차 부품 제작 회사에서 출발한 미국의 자동차 회사 스튜드 베이커는 대공황 때 파산하기도 하지만 재기하더니 결국 1963년 미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중지한다. 미국에서 탈것과 관련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회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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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보의 사랑 달달북다 12
이미상 지음 / 북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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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상 소설/ 북다







로맨스×칙릿 로맨스×하이틴 로맨스×퀴어 로맨스×비일상의 네 가지 주제로 출간되었다. 이 중 하나만 고른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는데 느 주제도 무겁지 않은 것 없고, 중요하지 않은 것 없다. 사실 조금 마음이 기우는 것은 비일상 쪽이긴 하다. 지금 비일상을 살아가는 내게, 특히 이번 소설 '잠보'의 사랑....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수면에 의지하는 사람은 우울증이나 회피성 성격으로 볼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고 사람을 잘 만나지 못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이 두렵고 이 모든 것을 잠에 의지하는 사람.... 자기 회피나 무기력, 수면 과다의 패턴, 하고 싶은 일보다 그냥 자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소설의 첫 페이지는 그냥 다 필사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잠은 병이자 재능이다. 잠을 소죽음이라고 한다면 남들은 하루에 기껏해야 여덟 시간을 죽지만, 우리 잠보들은 최소 반나절은 죽고 그것이 정말로 죽어버리는 일을 막아준다.

그리하여 과수면의 은총을 받은 잠보들, 부모와 자매와 형제로부터 잠을 혀실 도피의 수단으로 삼지 말라는 지청구를 듣는 우리는 언제나 잠에서 깨고 싶으면서도 잠이 깰까 숨도 제대로 못 쉰다.

잠이 오는 것은 괴로움이 더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이므로 나는 애매한 불행이라면 질색이다. p10


수마( 잠의 마귀)


한 문장 한 문장이 아팠다. 비유를 하자면? 털이 많은 부위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가 확 잡아뜯는 느낌처럼, (털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지금 딱히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는 없는 것 같다. 혹은 꿀꺽 삼켜버린 콜라가 한 박자 늦게 치고 올라오는 목 따가움이랄까?






선숙이 누나만 이름이 나오고 정작 주인공의 이름은 알 수 없다. 다만 잠보일 뿐..

분리 불안을 겪는 개 덕분?에 두 사람의 첫 만남 그리고 사랑과 헤어짐이 무척 자연스럽고 또 부자연스러웠다. 어쩜 이렇게 자연스럽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헤어질 수 있을까 싶은데 그것은 마치 잠을 자고 깨면 모든 게 꿈이었다는 느낌처럼, 자연스러웠다.

마침내 책을 덮었을 때, 아까 아는 왜 그리 아팠지?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맨살에 스카치테이프 떼 듯이 아팠는데 그것도 꿈인 듯싶다.







침대에 한 번 구르고 깊은 잠을 자고 싶다. 잠에 들 때 스르르 잠에 빠지는 그 찰나의 순간이 나는 무척 두렵다. 마치 영원히 깨지 않을 것 같아, 죽음을 경험하는 듯한 느낌. 그리고 한 편으로 이런 생각도 해본다. 다시는 깨지 말았으면...

그러니 인간은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이왕이면 자면서 고통 없이 간절히 죽고 싶고 또 살고 싶다.





북다의 열두 번째 미니 픽션, 잠보의 사랑

세상의 모든 잠보들에게 추천한다. 이 소설 읽고 죽음 따위 생각지 말고 제발 살아달라고!!


( 오랜만에 가식 없이 써보는 솔직한 리뷰)







#잠보의사랑, #이미상소설, #북다,

#우울증, #간절히죽고싶고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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