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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 묻노라! ㅣ 위대한 시인들의 사랑과 꽃과 시 4
서동인 지음 / 주류성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서동인 지음/ 주류성 (펴냄)
한 권씩 읽다가 드디어 시리즈의 마지막에 도달했다. 내가 이렇게 한시를 즐겁게 읽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좋아하지 않는 것은 상관없는데 싫어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도전해 봤다... 한자를 너무 싫어해서 한자 들어가는 책은 거부감부터 가졌었다. 존경? 하는 석학들이 자신들의 지식 뽐뿌 때 굳이 한글로 써도 되는 글을 한자로 쓰는 거 정말 보기 싫었다 ㅎㅎ
이 시리즈를 통해 몰랐던 시인들, 생전 처음 알게 된 시들을 만날 때 상당한 쾌감이 있다. 그걸 만족시켜주는 책이다.
또한 책은 인생 혹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살다 보면 인생은 곧 죽음의 동의어가 아닌가 싶다. 서로 대척점에 놓여 평생 죽지 않고 살 것처럼 아등바등했던 삶...
시의 형식을 잘 모르더라도 괜찮다.... 시는 각 주제별 해설과 함께 하는 책이라 시의 구조를 안다거나 독보법이 필요 없다. 오히려 학창 시절 교과서 문학으로 배우던 것보다 훨씬 깊은 해설을 만날 수 있다.
그 옛날 선비들의 고민과 지금 우리 청춘들의 고민... 시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그리 다르지 않다. 청춘, 사랑, 성공, 삶과 죽음 그 비슷한 질문들....
이관명의 《한거》라는 작품은 한가로이 사는 시인의 모습을 드러낸다. 나이 들어서 50대가 되면 ( 물론 지금의 50대와 그 시절은 사뭇 다른 간극이 있다) 인적 드문 전원에 깃들고 싶은 시인의 마음. 시인이 평안도 덕천에 유배를 갔을 때, 매일 관아에 나와서 관아 뜰을 청소하고 관아 문을 지키며 군수가 말려도 말을 듣지 않고 일했다고 한다. 훗날 영조 때 영의정과 좌의정이 된다.
계절에 따라 설레는 마음을 노래한 시는 1~4권까지 동일하게 만났던 주제다. 부는 바람에도 다 뜻이 있다고 표현한 옛 시인들. 단지 자연만 노래한 시를 수록한 것은 아니다. 당대 생활상을 만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병자호란 이후 소빙하기가 찾아와 너무나 궁핍했던 백성들의 삶을 노래한 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책에는 승려들의 시가 많았다. 서산대사와 같이 유명하신 분도 있고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에 많은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늘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죽음으로 이별하는 고통을 줄일 수 있다. p199
중국의 시인 사마행이 지나가는 상여를 보며 지은 시, 과거에 사람들은 아마도 지금보다 더 죽음에 가까이 있었을 것이다. 더 많은 죽음을 보면서 언젠가 돌아올 자신의 죽음을 떠올렸을까? 시는 은유적이다.
김삿갓이 쓴 편지와 시,
오늘날 편지 한 장 쓰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 반대로 아들 며느리를 먼저 떠나보내고 남은 노인이 쓴 시,
아내를 잃고 쓴 시. 반대로 남편을 잃고 그의 관안에 같이 넣었던 편지, 꿈에라도 나와주길 바라는 마음.... 가슴이 먹먹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그 옛날과 지금이 다를까... 죽음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 목숨이 한 번이라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한 번 죽으면 끝이다. 잘 살아야 한다.
시집 전 4권을 다 읽으며 이 봄밤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