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쫓겨난 권력자 - 무도한 시대, 무도한 권력자들의 최후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2월
평점 :

박천기 지음/ 디페랑스 (펴냄)
시작은 비슷하다. 열렬한 지지를 받고 기대를 품은 채로 등장한다. 이전의 권력자에게 없는 것을 무기 삼아 '개혁'을 외친다. 그들은 늘 새로운 시대를 약속하고 막상 권력을 잡으면 달라진다. 일종의 정치 혐오감이 생기는 순간이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는지 약간 차이가 있을 뿐 권력자가 되는 순간 공권력은 개인의 도구가 된다.
한 번 손에 쥔 권력은 장기 독재로 이어진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수없이 본 장면이다. 독재자는 이미 정권을 잡는 순간 결정된다니!!
대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학생 아버지의 서가에 꽂힌 위인전, 평전, 자서전 코너에서 박정희를 발견했다. 가장 먼저 했던 생각, 박정희가 위인전에? 왜? (물론 그보다 더 의문스러운 인물도 있었다.) 내게 위인이란 이순신 장군이나 김구 선생님처럼 성스러운 영역인데 정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아버님은 박정희를 위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니 전교조 출신 역사교사에게 역사 교육 제대로 못 배웠으니 똑바로 다시 배우라고 했다. 80년대에 물가 안정되고 깡패들 다 잡혀가서 안전하고 살기 좋았다고 덧붙여 ㅠㅠ (글쎄요... 공과 과.... 새마을 운동으로 헐벗고 굶주린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의 국민들에게 흰쌀밥 먹게 해준 분? 그러나 가만 생각해 보면 새마을운동으로 피땀을 흘린 것은 우리 국민들이다. 낯선 나라에서 온갖 차별과 무시당하며 견인 파독 광부, 간호사들도 우리 국민이 한 일이다. 위대한 국민의 승리가 아닐까)
위인의 기준이 뭘까? 아직도 모르겠다.
책은 무려 19명의 독재자를 소개한다. 바샤르 알아사드, 베니토 무솔리니, 니콜라이 2세, 사담 후세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
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장악하고 마침내 쫓겨나게 되었을까.
아사드 일가의 흡혈 정치 ㅠㅠ 시리아 내전은 종식되었으나 여전히 우리는 기억한다. 2015년 튀르키예 해변, 세 살을 갓 넘긴 아일란 쿠르디의 차갑게 식은 시신을 ㅠㅠ 알레포에서 반군의 포격으로 두 눈을 잃고 피 흘리던 6살 소녀의 모습을 ㅠㅠ (하! 정말 신은 존재하시는가.....)
책스타그램 처음 시작했을 때, 알레포 관련 책을 리뷰하다가 영화 #사마에게 를 보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난다. 불과 몇 년 사이 우리는 다 잊었다. 쿠르디 그리고 전쟁으로 잃은 수많은 어린이들을 ㅠㅠ
극적이면서 코미디 같은 3시간짜리 쿠데타의 에보 모랄레스, 구두 수선공에서 시작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역시 가난한 흑수저 출신이다. 어찌 보면 이들의 삶은 성공 스토리 혹은 성공신화에 가까운데 어쩌다 이들은 쫓겨난 최악의 리더로 기억될까? 책을 읽으며 나는 독재자는 스스로 만드는 건가? 만들어지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해봤다. 아까 위에 위인의 기준에 언급했듯이 저자 역사 독재자의 어두운 측면만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한 일 중 평가받아 마땅한 일도 서술한다. 다만 개인 우상화 작업 혹은 초심을 잃고 본격적으로 흑화 된 시점을 언급하는 부분 좋았다. (사람들은 원래 악한 인간보다 선한 인간이 악인으로 변하는 그 과정을 즐긴다. 넘 무서운 소린가 ㅎㅎ)
천수만수 누리고 제 명대로 잘 살다가 간 독재자들 ㅠㅠ ( 독재자 전 씨 떠오르는 순간이다. ) 혹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놓고 감히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서 자살로 마감함 히틀러 같은 인물 ㅠㅠ ( 반드시 지옥이 있기를 바라는 이유 이것 때문이다. 리뷰 쓰면서 울화가 치미는 순간 여러 번인데...)
외국 대통령의 말년과 우리 대통령들의 말년을 비교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외국 정치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우리 대통령들의 최후, 씁쓸하다.
'우리 대통령' 혹은 '내 대통령'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분이 앞으로 많이 나오길 희망해 본다.
덧. 어느 인물을 신격화하는 사람들, 이들이 더 무섭다. 솔방울로 총알을 만들었다는!!
독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위정자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심리인데, 때로 그들의 업적을 미화하기도 하고 왜곡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하! 스스로 정치의 도구가 되는 사람들...... sns에서 정말 많이 본다.
덧 2. 《쫓겨난 권력자》 2권도 나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