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ㅣ Entanglement 얽힘 4
예소연.전지영.한정현 지음 / 다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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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전지영 한정현




내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이름이 한 권의 책에 함께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반가운 책이었다.

예소연, 전지영, 한정현.




이 책은 ‘얽힘’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세 작가가 각각 독립적인 단편을 쓰되 서로의 세계관과 단서를 공유하며 하나의 책을 완성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어느 지점에서 서로 연결되고, 보이지 않는 실처럼 감정이 이어진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세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큰 세계를 이루는 듯한 느낌이다.


금지된 말

예소연의 「나의 체험학습」은 이 책의 제목이 왜 ‘금지된 말들’인지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주 평범한 말처럼 보이지만, 그 말이 어떤 관계에서는 이별을 부르는 주문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특정한 단어를 피한다. 말하는 순간 관계가 변해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말을 끝내 하지 못하고, 대신 다른 말들로 주변을 맴돌곤 하는데...


한정현의 「가짜 여자친구」는 가족과 사회, 그리고 세대 사이의 미묘한 균열을 포착한다. 고모라는 인물은 시대의 모순을 품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미제’를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삶은 온갖 외국 문화 속에 둘러싸여 있다. 그 모순적인 모습이 이상하게도 현실적이다. 이 소설은 어떤 큰 사건을 보여주기보다, 사람들이 관계 속에서 어디까지 말할 수 있고 어디에서 멈추는지 말한다.


말할 수 없는 것들

전지영의 「나쁜 가슴」은 여성의 몸과 모성, 그리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소유권을 잃어버린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산 이후 여성의 몸이 어느 순간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것’처럼 취급되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산모의 가슴은 언제나 제공될 준비가 되어야 했다.

이 문장은 짧지만 묵직하다. 몸에 대한 권리가 언제부터 사회적 규범 속으로 넘어가 버렸는지 묻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여성의 삶 전체로 확장된다.




우리가 끝내 말하지 못하는 것들은 뭘까?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금지된 말이 하나쯤 존재한다는 것.

그 말은 너무 솔직해서, 혹은 너무 늦어서, 혹은 너무 두려워서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끝내 말하지 못한 문장들을 마음속에 남겨 둔 채 살아간다.

끝내 말하지 못하고 삼키게 되는 말. 나는 끝내 삼키려 한다. 보고 있나? 이 글을 읽는 이가 다칠까 봐.... 그러나 너의 불행만큼은 끝끝내 빌 것이다.

이 소설은 말의 경계와 침묵 그 사이 어디쯤 머물게 되는 소설이다.

세 분 소설 다 좋지만^^ 예소연 작가님에 대한 나의 애정은 감출수 없다.





#우리사이에금지된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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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대도둑과 세기의 탈주극
솔레다드 로메로 지음, 훌리오 안토니오 블라스코 그림,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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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전설의 대도둑과 세기의 탈주극』 역사의 뒷골목에서 만나는 인간의 욕망과 자유에 대한 기묘한 기록






솔레다드 로메로 마리뇨 지음/ 훌리오 안토니오 블라스코 그림/ AK커뮤니케이션즈







세계사 속에는 언제나 영웅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법을 어긴 사람들이 오히려 전설처럼 기억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모았다. 다양한 시대와 장소에서 벌어진 대담한 범죄, 기상천외한 탈출, 치밀한 계획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모험심을 담았다. 스페인 작가의 글과 독특한 일러스트를 통해 그동안 만나지 못한 세계를 만나는 느낌이다.

책은 단순한 범죄 이야기 모음을 넘어서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사람들은 법을 어긴 이들의 이야기에 매혹될까!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모에서 진실이 드러나는 법이다.






책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모나리자 도난 사건이다. 1911년 루브르 미술관에서 일하던 빈첸초 페루자는 아무도 없는 전시실에서 그림을 벽에서 떼어내 천으로 감싸고 아무렇지 않게 미술관을 빠져나갔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그림이 그렇게 사라졌다. 놀랍게도 그는 그림을 이탈리아로 가져가 조국으로 돌려주기 위해 훔쳤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책에는 다양한 사건이 등장한다. 완벽한 금고실을 모형으로 만들어 수십 번 연습한 다이아몬드 강도단, 은행 아래로 땅굴을 파기 위해 가짜 조경 회사를 차린 범죄 조직, 그리고 탈옥 불가능한 감옥으로 알려진 알카트라즈 연방 교도소에서 벌어진 탈주 사건까지.





사건들을 따라가다 보면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기묘한 창의력에 놀라게 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범죄의 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 인간의 욕망과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돈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어떤 사람은 명성을 위해 범죄를 계획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단지 도둑질이라는 도전 자체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는데... 인간들의 어두운 심리는 내게도 늘 관심사다.


인간은 언제부터 법을 어기면서까지 위험한 모험에 끌리는 존재가 되었을까. 그리고 왜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묘한 흥미를 느끼는 걸까.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가진 자유에 대한 욕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규칙과 제도가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모든 규칙을 깨고 도망치는 이야기는 일종의 금지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은 그런 역사의 뒷골목을 들여다보게 한다. 낯설지만 지극히 인간적인 얼굴들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역사는 언제나 두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공식적인 역사와, 사람들이 몰래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역사.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세상이 몰래 기억해 온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펼쳐 보이는 책이다. 추천합니다






#전설의대도둑과세기의탈주극

#세계사책

#세계사이야기

#역사속사건

#역사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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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인생 수업 - 살아갈 힘을 주는 괴테 아포리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강현규 엮음, 김하영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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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협찬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







메이트북스클래식











독일 문학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괴테가 아닐까? 괴테를 단순히 한 명의 시인이나 소설가만 부르기엔 어딘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물론 그는 시를 썼고 소설을 남겼으며 극을 창작했다. 또한 행정가로 일했고 자연을 탐구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독일어권에서 괴테라는 이름은 한 작가를 가리키기보다 한 시대의 정신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문장들을 읽다 보면 그는 행동하는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그는 궁정 관리로 일했고, 행정가였으며, 과학 연구까지 수행했다. 그의 철학에서 삶은 관념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여야 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서두에서 시작하지 않은 꿈은 영혼의 독이 된다는 문장이 주는 의미는 깊이 와닿는다. 많은 사람들이 능력보다 선택할 때의 망설임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작은 것 속에 깃든 거대한 우주를 보라

이 문장은 특히 좋아하는 문장인데, 자연을 연구했던 과학자 괴테의 시선을 보여준다. 그는 자연을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세계의 질서를 드러내는 거울로 인식했다. 우주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왜 지금도 괴테를 읽는가에 대한 질문, 그는 시대의 문제보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탐구했기 때문이다.

욕망과 실패, 성장과 시련, 자유와 책임 같은 문제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괴테의 문장들은 문학 작품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삶에 주는 격언이기도 하다.


다들 아시겠지만, 괴테의 작품 가운데 널리 알려진 것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다. 나는 전영애 교수님의 번역으로 괴테를 만났다.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이 괴테를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괴테의 문장에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 인간이라는 존재를 끝까지 묻고 대답하려는 시선이 담겨있다.










위의 관점에 연장선에 있는 이 책은 괴테가 남긴 생각들을 생성, 활동, 형성, 자유, 시련, 관조, 연대, 현재라는 여덟 개의 흐름으로 나누어 언급한다. 한 인간이 살아가며 통과하게 되는 여러 계절을 따라가듯, 괴테의 사유가 내게는 마치 인생 지도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면 대단한 철학을 만난다기보다, 긴 세월 삶을 관찰해 온 한 사람의 사상 또한 시대를 넘나드는 거대한 사유의 물결을 만나는 감동이 있다. 내가 메이트북스의 클래식 시리즈를 꾸준히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괴테의인생수업

#요한볼프강폰괴테

#메이트북스

#클래식시리즈

#독일문학

#고전읽기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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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 대전환의 시대를 건너는 진화론적 생존 법칙
대니얼 R. 브룩스.살바토레 J. 에이고스타 지음, 장혜인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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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R. 브룩스 · 살바토레 J. 에이고스타 (지음) 역자 장혜인/ 출판사 더퀘스트





완벽한 것이 살아남는 줄 알았다.

아니, 적어도 조금 더 완벽에 가까운 것이 끝내 선택받는다고 믿었다.






더 정교한 시스템, 더 빠른 판단, 더 효율적인 구조 다듬어지고 최적화된 존재만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아닐까? 이전에 읽은 책 《이기적 유전자》 《종의 기원》 《사피엔스》에서도 나는 자연선택을 ‘더 잘 설계된 것의 승리’로 이해해왔다. 적자생존에 관해 언급했기에 필연적으로 믿었던 부분이다. 나는 오래도록 그것을 ‘완성도 높은 것의 승리’로 이해해왔다.

종의 기원을 통해 자연의 선택을 배웠고,


이기적 유전자을 읽으며 더 성공적으로 복제되는 유전자가 살아남는다는 세계관에 익숙해졌다.






문명사 역시 비슷해 보였다. 《사피엔스》는 더 큰 협력 구조를 만든 집단이 확장되었다고 말했고, 《총, 균, 쇠》는 더 유리한 환경과 기술을 가진 문명이 우위를 점했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자연과 문명의 역사를 더 강하고, 더 효율적이며, 더 체계적인 쪽으로의 진보라고 막연하게 받아들인 것이 아닐까? 그 어떤 의문도 갖지 않은 채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자연은 완벽해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움직인다고 말한다. 진화는 최적화의 결과가 아니라 늘 어긋나 있는 상태에서 시작된다고 이 책은 말한다. 생명의 이야기는 멸종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재생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류의 궤적을 따라간다. 수렵채집의 이동과 협력에서, 농경과 정착, 전쟁과 산업혁명, 그리고 1950년대 ‘대가속기’ 이후의 인류세까지.

우리는 이동 대신 고착을 선택했고, 적응 대신 통제를 시도했다. 완벽한 질서를 만들겠다는 욕망이 오히려 불일치를 키워왔다. 하지만 저자들은 절망으로 끝내지 않는다. 진화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명은 늘 환경과 어긋나 있었고, 그 어긋남 속에서 새로운 길을 탐색해왔다.






자연은 완벽하게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작동한다.

책을 읽으며 각자 인생의 멸종 사건을 떠올려보시길 ^^







#완벽하지않은것이살아남는다

#진화의역설

#불완전함의힘

#대전환의시대

#인류세

#생존에서지속으로

#진화적사유

#과학과문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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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이은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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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







간절히 받고 싶다. 시인의 편지를....

시인은 어떤 사람인가

세상을 잘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어둠을 끝까지 들여다본 사람 아닐까.

모두가 바깥을 향해 달려갈 때 혼자 조용히 안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이 시인이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청년 카푸스는 자신의 습작 시를 동봉해 조언을 구했다. 하지만 릴케는 시를 고쳐주지 않았다.

대신 삶을 건넸다.

“당신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십시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언제나 답을 외부에서 찾던 나 자신을 들킨 기분이 들었다. 비슷한 경험이 내게도 있다.

해답을 서두르지 말고 질문을 사랑하라는 릴케

해결되지 않은 것들을 굳게 닫힌 방처럼 아껴두라는 그의 문장은 부드럽지만 눈물겹다.





예술은 고독에서 태어나며, 비평이 아니라 사랑으로만 이해할 수 있다고. 그래서 이 책은 다정하고 동시에 냉정하다.

누구도 내 길을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당신은 정말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느냐고. 고독은 외로움과 다르다고 그는 말한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몇 시간, 스스로와 마주하는 시간. 그 엄청난 내적 외로움이 한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간절히 시를 쓰고 싶다. 편지의 수신인이 눈물겹게 부러웠다. 내가 이 수신인이 된 기분으로 문장의 여백 어디쯤 서성이며 흔들릴 때마다 다른 목소리를 빌려 나를 설명하려 했던 시간을 떠올려본다.


결과로 나를 증명하려 했던 순간들, 조금만 늦어도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해하던 밤들. 릴케는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으면서 강건하게 나를 세운다. 어깨를 톡톡 펴면서 다시 세상에 나아가 보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유년기의 나는 어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흔들리지 않는 삶이 아니라 더 깊어지는 삶을 갈망한다. 예술 또한 살아가는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릴케는 말해주었다.


이 책은 그가 단 한 사람에게 보낸 열 통의 편지이면서

사실은 아직도 방황 중인 우리 모두에게 도착하는 편지다.... 어쩌면 내가 간절히 받고 싶은 편지는 이미 도착해 있는지도 모른다.



#젊은시인에게보내는편지

#라이너마리아릴케

#릴케

#고독을배우는시간

#질문을살아내기

#내면으로들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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